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

타의 모범이 되기 충분한 노벨상 수상자 학창시절 우민은 외형적으론 모범생이었다. 그렇다고 전교 1등을 휩쓸 정도는 아니었지만 성적우수상 뿐 아니라 백일장, 미술, 과학상을 골고루 다 받았다. 심지어 초등학교 졸업할 때 개근상까진 아니었어도 정근상을 받을 정도로 성실한 학생이기도 했다. 당시 그런 상장에 거의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문구가 있었다. '타의 모범이 되기에...'. 상장을 받을 때마다 겉만 모범생이고 속으론 불량하기 짝이 없는 우민 같은 녀석이 받아도 되나라는 자책감을 불러일으키는 표현이었다. 학업을 마친 우민은 국가나 사회에서 주는 상을 받는 사람들 보면서 시간이 갈수록 '타의 모범이 되는' 이들을 찾기 힘들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냥 아버지 잘 만나 돈 많이 벌거나, 출세하거나, 고위직에 올랐다고 '자랑스러운 동문상'입네 언론사.. 더보기
‘철학을 노래하는 소녀‘에게 응답함 SBS 예능 '우리들의 발라드' 시즌2 홍보영상으로 얼굴을 가린 이 친구가 양희은의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를 부르는 걸 들었습니다. 열여섯 소녀가 어쩜 저렇게 처연하게 노래할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본방을 보고 그 이유를 알아버렸습니다. 벌스(도입부)만 듣고 바로 웅성웅성하던 관객들이 노래가 끝난 뒤 박수가 나오기까지 한동안 정적이 감돌 정도였습니다. 그 가창자의 이름이 김소연이란 것을 듣고 싱어게인의 얼음공주 김소연이 떠올랐습니다. 싱어게인이 배출한 가수 중 제 최애가수. 무심하 듯 노래하다가 꼭 패자부활전을 거쳐 '얼지마, 죽지마, 부활할 거야'를 여실히 보여준 강철 멘탈의 가수였죠. ‘우발의 김소연’도 ‘싱어게인의 김소연’ 못지 않게 단단한 내공의 소유자 아닐까 합니다. '춘향전' 속 춘향이와 .. 더보기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공화주의자 공자' 여러분들이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제 책이 출간됐습니다. 은행나무출판사에서 낸 '공화주의자 공자'입니다.한국의 문묘를 비롯한 대부분의 공자사당에는 은행나무가 작은 숲을 이룰 정도로 심어져있습니다. 이는 공자가 행단(杏壇) 위에서 가르침을 펼쳤다는 '장자' 구절의 행을 은행나무 또는 살구나무로 풀이한 전통에 따른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공자의 사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제 책이 은행나무에서 출간된 것도 하늘의 뜻 아닐까합니다.책은 포켓사이즈로 210쪽입니다. 요즘 휴대전화 폴더폰이 유행이던데 폴더폰 펼친 정도의 크기여서 들고 다니면서 읽기 딱입니다. 원래는 재독철학자 한병철의 에스프리 가득한 책을 염두에 두고 압축적으로 써봤는데 은행나무 주연선 대표가 좀 더 길고 친절하게 써달라고 부탁하셔서 분량이 100쪽 가.. 더보기
'어쩔 수가 없다'에 대한 멋진 응수, '가능한 사랑'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람'을 보고난 뒤 박찬욱 감독의 '어쩔 수가 없다'에 대한 내밀한 응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영화는 모두 외국계 자본의 M&A를 위한 구조조정으로 어느날 갑자기 실업자가 된 중산층 가정의 비극을 다룬다. 하지만 영상문법이나 스타일은 지극히 대조적이다. 박찬욱 영화가 그를 위악적 블랙코미디로 형상화했다면 이창동 영화는 예술이란 미명 아래 타인의 비극을 서사로 삼는 영화인의 위선에 대한 고해성사다. '어쩔 수가 없다'가 권위와 규범을 조롱하고 해체하는 다성적이고 카니발(carnival)적 영화라면 '가능한 사랑'은 영혼 깊이 침잠함으로써 뜻밖의 진실을 길어올린다는 점에서 모놀로그적이고 에피퍼니(epiphany)적 영화다. 쉽게 말해 전자가 사태를 극단으로 몰고가 관객을 혼비백산하게.. 더보기
'사상의 자유' 억압 위해 동원되는 '표현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넘어 '사상의 자유'를 짓밟지 못해 안달 난 왕당파들이 설치는 세상. 우민이 생각하는 요즘 한국사회의 초상이다.누군가의 의견이 잘못이라면 그를 비판하고 꾸짖는 것으로 충분하다. 공론장에서 비판이 쇄도하면 해당 견해의 입지는 저절로 좁아진다. 하지만 억지로 그 의견을 철회하라거나 사과하라고 강요해선 안된다. 그 누군가에게도 표현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선 좌우를 가리지 않고 자신과 다른 사상의 표출을 참을 수 없다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사상이 다른 것을 이단이라 낙인찍고, 그런 사상을 표출한 이의 좌표를 찍어 떼거리로 마녀사냥을 펼치며 집단 희열을 느끼는 듯하다. 그러면서 서로가 서로의 전례를 끌고와서 "너희들도 이랬잖아, 우리도 똑같이 하는 .. 더보기
'가스인간'에 흐르는 그 노래, 'Ellie, My Love' 결국 아오이 유우 때문에 넷플릭스 드라마 '가스인간'을 보고야 말았습니다. 한국의 연상호 감독과 유용재 씨가 각본을 쓰고, 제작에도 참여한 한일공동 제작 작품이더군요. 연상호 감독 작품답게 극 초반 충경적 설정이 후반부로 갈수록 용두사미로 흘러서 별로 추천하고 싶진 않습니다. 다만 극중 가스인간을 소환할 때 일종의 모티브로 작용하는 노래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뭐 몇 번은 들어봤던 곡인데 일본 록밴드 '사잔 올 스타즈(Southern All Stars)'가 1979년 발표한 '이토시노 에리(いとしのエリ)'. 사랑스러운 에리라는 뜻인데 영어 가사인 'Ellie, My Love'라는 영어제목으로도 유명한 곡이죠. 1989년 레이 찰스가 일본 위스키 산토리 광고모델을 하면서 CF송의 일환으로 부른 영어 버전을 다.. 더보기
흑요석 같은 여인, 알마즈 어제 브렌다 러셀의 'Le Restaurant'을 올리고나서 비슷한 분위기의 노래가 생각났습니다. 같은 미국 출신의 흑인여성 가수 랜디 크로포드의 'Almaz'. 러셀이 1949년생, 크로포드가 1952년생으로 동년배 흑인여가수. 미국보다 유럽에서 더 인기가 많았다는 점도 비슷. 두 곡 모두 피아노 반주에 짧고 명료한 가사, 영롱한 음색이 돋보이며 여가수가 직접 곡과 가사를 썼다는 공통점을 지닙니다. 'Le Restaurant'은 1988년, 'Almaz'는 1986년에 발표됐지만 정작 미국에선 별 반응을 얻지 못한 반면 유럽과 한국에서 유독 사랑받았다는 점도 닮았습니다. Almaz는 북동아프리카 티그리냐어와 아랍어로 다이아몬드를 뜻하는 여성이름. '알마'로 기억하는 분들이 많겠지만 마지막 즈를 약.. 더보기
'Le Restaurant'이 유독 한국에서 사랑받는 이유 2000년대 초반까진 라디오에서 종종 들리던 노래인데 요즘은 잘 안들리는 듯해서 골라봤습니다. 썸타기 딱 좋은 요즘 같은 가을날에 어울리는 곡이죠. 미국 뉴욕 출신의 흑인 싱어송라이터 브렌다 러셀이 직접 쓰고 부른 'Le Restaurant'. 1988년 발표된 'Get Here'라는 러셀의 네번째 솔로 앨범 여섯번째 수록곡. 피아노 연주와 함께 노래하는 그녀의 최대 히트앨범이지만 미국에서 주목받은 곡은 세번째 수록곡인 'Piano in the Dark'와 마지막 수록곡이자 타이틀곡인 'Get Here'. 2026년 9월 29일 현재 스포티파이 재생횟수를 보면 'Piano in the Dark'는 6703만, 'Get Here'는 382만이 넘는 반면 'Le Restaurant'은 60만을 살짝 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