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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짐 없는 '그림자 없는 사람'의 운명 어제는 늦은 봄비인지 이른 여름비인지 헷갈리는 비가 하루종일 내리더니 오늘도 오전 내내 흐리네요. 이렇게 어두컴컴한 날에 어울리는 곡으로 미국의 재즈&블루스 여성 싱어송라이터 멜로디 가르도의 데뷔앨범 타이틀곡인 'Worrisome Heart'(2006)를 골라봤습니다. 가르도는 열아홉 나이에 불의의 교통사고로 머리와 척추, 골반 다쳐 빛과 소리에 민감해져 늘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습니다. 걸을 때도 지팡이에 의지해야 하고 시간 감각과 단기 기억상실도 겪고 있다네요. 그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3년여 음악치료를 받다가 음악적 재능에 눈을 떠 자작곡한 노래를 직접 제작해 앨범까지 발표하게 됩니다. 노래뿐 아니라 기타 연주와 일부 피아노 연주의 직접 했다고. 그래서 음악치료 전도사로도 유명해졌으니 불운을 행.. 더보기
'왕사남' 흥행과 '탱크데이' 폭망은 궤를 같이 하나니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이하 왕사남)'의 흥행 성공과 스타벅스 '탱크데이' 이벤트 폭망은 궤를 같이 한다고 우민은 생각한다. 부당하게 권력을 찬탈한 참주(tyrannos)가 더 이상 이 땅에 발붙이게 하지 않겠다는 공화주의적 열망의 집단적 분출이라고. '왕사남'을 보고 소문 난 잔치에 먹을 거 없더라는 사람들이 있다. '단종애사'를 좀 더 사실적으로 그렸지만 결국은 대중적 신파극으로 보는 이들이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단견이란 게 우민의 속내다. '왕사남'의 1000만 영화 등극은 예술성이나 대중성과는 큰 상관이 없다. 2024년 12월 3일 '윤석열의 난'을 겪고 정치적 각성에 도달한 국민의 집단적 감수성을 제대로 저격한 결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정작 영화엔 등장하지 않는 인물이 백성의 뜻.. 더보기
'십자가의 길'로 기억돼야 할 금남로 그들이 있었던 곳정찬 지음246쪽 1만8000원 말하는나무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인간 실존의 3단계를 설파했다. 미학적 인간, 윤리적 인간, 종교적 인간이다. 미학적 인간은 감각과 욕망에 충실한 인간이다. 윤리적 인간은 그 감각과 욕망의 허망함을 넘어서기 위해 보편적 이성에 기초한 책임윤리에 투철한 인간이다. 종교적 인간은 이성의 한계를 자각하고 신성으로 도약하려는 인간이다. 1980년 5월의 '해방 광주'를 정면으로 다룬 이 소설의 서사는 양 갈래다. 첫째는 5월 18일 오후 4시부터 5월 27일 오전 10시까지 9박10일간 광주에서 벌어진 일의 실체를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조감하는 것. 사실주의에 충실한 전략이다. 둘째는 그 열흘간 광주라는 공간에 있었던 인간군상의 심리를 그려내는 것이다. 정찬 작가.. 더보기
황동만-변은아 커플 마음 담긴 노래, Pride '모자무싸'의 황동만-변은아 커플을 보면서 떠오른 노래. 1980년대 데뷔해 밀리언셀러 앨범을 두 장이나 낸 일본 여가수 이마이 미키(今井美樹)의 최대 히트곡 'Pride'(1996). '당신을 생각하면 그저 애처로워 눈물을 흘리던' 여성 화자가 '지금은 당신을 향한 사랑만이 나의 자긍심(프라이드)'라고 선포하고 있습니다. 남들 눈엔 찌질이로만 보이는 황동만이 너무 멋진 사람이라며 꿀이 뚝뚝 떨어지는 변은아의 고운 사랑이 느껴지지 않으시나요? '다정함은 서로 용서하는 것을 아는 마지막 진실'이란 구절은 사랑할 때 모든 걸 내어주고 또 그걸 철부지마냥 비난하는 황동만까지 용서해주는 변은아의 너그러움을 닮았습니다. 천방지축 돈키호테 같은 황동만의 '제멋대로인 것까지 사랑스럽게 여겨주는 건' 또 어떤가요? .. 더보기
아트 오브 노이즈의 '로빈슨 크루소'는 제목이 왜? 연두가 지쳐 초록으로 물들어가는 싱그러운 오월이면 불현듯 생각나는 연주곡입니다. 영국 프로그레시브 록그 '아트 오브 노이즈(Art of ㅜoise)'의 '로빈슨 크루소(Robinson Crusoe)'입니다. 모든 계절이 초록으로 물들 것만 같은 절해고도의 외로움과 아련함이 뭍어나는 연주곡입니다. 전자음악을 쓰면서도 자연친화적인 음악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왜 제목이 꼭 '로빈슨 크루소'여야 했을까가 의문이었습니다. 이번에 검색해 보고 오래된 의문이 풀렸습니다. 원곡이 따로 있었으니 1964년 프랑스·독일이 공동 제작해 유럽과 미국에서도 방영된 어린이용 TV 드라마 ‘로빈슨 크루소의 모험(The Adventures of Robinson Crusoe)’의 메인 테마곡입니다. 어린이용 드라마로 방영됐기에 어린 .. 더보기
'미국적인 것'의 정수 담긴 'American Pie' 뉴욕타임스(NYT)가 지난 4월 27일(현지시간) 현존 미국 최고 대중음악 작사작곡가 30명을 선정해 발표했습니다. 가수 중에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밥 딜런, 스티비 원더, 폴 사이먼, 캐럴 킹, 윌리 넬슨, 브루스 스프링틴스, 돌리 파튼, 라이오넬 리치, 스모키 로빈슨, 베이비 페이스, 머라이어 캐리, 제이 Z, 켄드릭 라마, 테일러 스위프트, 라나 델 레이 등이 포함됐습니다.고개를 끄떡일 만한 사람도 있고 갸웃하게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가장 아쉬웠던 것은 여전히 살아있는 싱어송라이터의 두 전설이 빠진 점. 빌리 조엘과 돈 맥클레인입니다. NYT 평론가 6명을 포함한 음악전문가 250명이 선정했다는데 미국인들이 생각하는 음악적 초상과 세계인들이 생각하는 초상의 간극이 발견되는 순간이 아닐런지...... 더보기
'팔없는 둘째 누나'가 어떻게 변은아, 장미란, 영실이로 이어지나 캐릭터 연기. 배우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배역을 관객이 예측하는 전형적 캐릭터를 그대로 연기하는 것을 뜻합니다. TV 드라마 속 주인공 주변의 병풍 같은 인물들을 맡은 배우들에게 요구되는 연기.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보다는 주인공을 돕거나 괴롭히기 위해 태어난 것 같은 뻔한 연기를 말합니다. 그럼, 그런 전형성에서 탈피하기 위해 필요한 게 뭘까요? '전사(前史)'를 쌓아올리는 겁니다. 대본에 등장하지 않는 그 배역의 과거 이력을 상상해 배우가 살을 붙이는 겁니다. 이런 장면에서 이런 대사를 하는 이유는 그가 과거 어떠어떠한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라고 정당성을 부여하는 거죠. 그렇게 전사가 구축되면 캐릭터 연기의 천편일률성을 벗아나 좀더 생동감 넘치는 연기가 가능해집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만일 작가가 대본.. 더보기
어머니는 왜 슬픈 노래를 가르쳐주셨을까? 클래식음악 전문가이신 제 언론사 선배의 백수 다 되신 모친께서 집안에서 쓰러지신 채 발견돼 입원 치료를 받고 계시답니다. 도서관 사서이셨던 그 어머니가 선배 어린 시절 불러준 여러 클래식 작곡가들의 자장가와 어머니가 평소 애창하던 냇 킹 콜의 'I Love You for Sentimental Reasons)'을 올리며 어머니와 추억을 되새기는 선배의 글을 읽었습니다. '돌아오라, 소렌토로'의 영어 가사를 알뜰히 옮겨 적은 그 어머니의 육필 노트와 함께. 참 고우신 어머니셨구나 하면서 생각 난 노래. 선배가 애정하는 드보르작의 '어머니가 가르쳐주신 노래'입니다. 드보르작의 연가곡집 '집시의 노래'(총 7곡) 중 네번째 노래죠. 눈물겨운 삶을 사신 어머니가 가르쳐준 슬픈 노래를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자식들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