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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안부곡

어머니는 왜 슬픈 노래를 가르쳐주셨을까?

영국 화가 찰스 웨스트 코프의 '첫 음악수업'(The First Music Lesson, 1863) [위키미디어]

 

 

클래식음악 전문가이신 제 언론사 선배의 백수 다 되신 모친께서 집안에서 쓰러지신 채 발견돼 입원 치료를 받고 계시답니다. 도서관 사서이셨던 그 어머니가 선배 어린 시절 불러준 여러 클래식 작곡가들의 자장가와 어머니가 평소 애창하던 냇 킹 콜의 'I Love You for Sentimental Reasons)'을 올리며 어머니와 추억을 되새기는 선배의 글을 읽었습니다. '돌아오라, 소렌토로'의 영어 가사를 알뜰히 옮겨 적은 그 어머니의 육필 노트와 함께.

 

참 고우신 어머니셨구나 하면서 생각 난 노래. 선배가 애정하는 드보르작의 '어머니가 가르쳐주신 노래'입니다. 드보르작의 연가곡집 '집시의 노래'(총 7곡) 중 네번째 노래죠. 눈물겨운 삶을 사신 어머니가 가르쳐준 슬픈 노래를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자식들에게 대물려 가르치며 남몰래 눈물을 흘린다는 내용.

 

평생 떠돌이로 살아야 하는 집시였으니 얼마나 스산한 삶이었을까요? 당연히 노래도 슬퍼겠지요. 왜 이런 처량한 노래를 가르쳐준다며 불만을 품을 법도 합니다. 하지만 그 스산한 운명을 대물림 받으면서 어느새 그 노래를 자식들에게 불러주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합니다. 그제서야 어머니가 꼭꼭 눌러웠던 슬픔의 실체를 깨달으며....

 

집시의 삶만 스산한 건 아니지요. 녹록한 삶이 어디 있겠습니까?  늘 행복하기만 삶이 있을까요? 시련과 고난이 닥칠 때 슬픈 노래를 부르면 위로가 되는 이유도 거기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아, 나만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게 아니었구나. 부모님이 이미 겪으신 걸 내가 뒤늦게 겪는거구나. 이 힘든 걸 왜 내색 한 번 안하셨을까? 어린 나는 몰랐으면, 알더라도 훗날 단단한 어른이 된 다음이기를 바라셨던거구나.'

 

'어머니가 가르쳐주신 노래'를 들다보면 김소월의 시에 노래를 붙인 우리 가요 '부모'(서영은 작곡)가 생각납니다. 겨울의 기나긴 밤 어머님에게서 옛 이야기를 듣다가 문득 나의 연원이 궁금해져 질문을 던집니다. 그때 돌아온 말. '묻지도 말아라, 내일 날에/ 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보랴?'. 어른이 되면 알게 될 것을 미리 알려고 너무 애쓰지 말라는 어머니의 애틋한 마음이 엇비슷하게 공명하기 때문입니다.

 

'어머니가 가르쳐주신 노래'에 대해 평소 궁금했던 점이 있었습니다. 세계적 성악가들이 이 노래를 부를 때 주로 독일어로 부른다는 점. 드보르작은 체코의 국민파 작곡가인데 왜 체코어가 아니라 독일어 가사가 더 유명할까요?

 

'집시의 노래'에 실린 연가곡들은 체코 시인  아돌프 헤이두크(Adolf Heyduk)가 보헤미안 집시 발표한 체코어 시집에 실린 시들에 곡을 붙인 겁니다. 문제는 드보르작에게 작곡을 의뢰한 사람이 오스트리아 비엔나 오페라단의 테너 가수였던 구스타프 발터였다는 것.

 

당시 체코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일원이었기에 독일어와 체코어가 공용어였습니다. 그래서 헤이두크가 자신의 시를 독일어로 번역해 제공했고 1880년 최초 발표 때는 발터가 부를 수 있게 독일어 가사로 발표된 것. 체코어 가사는 그 1년 뒤인 1881년 영어 가사와 함께 발표됐다고 하니 뭐든 처음이 중요한가 봅니다.

 

이 노래는 빅토리아 로스 데 안젤리스나 조수미 같은 유명 소프라노들의 노래가 많이 사랑받고 있죠. 그래서 모녀간에 대물림 되는 노래로 착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가사를 보면 모자간에 대물림되는 노래입니다. 또 피아노 연주곡으로 사랑받는 곡입니다. 그래서 먼저 피아노 연주를 들려준 뒤 독일어로 노래한 바리톤 최현수 버전으로 올려봅니다. 선배의 모친께서 쾌차하시길 기원하며.

 

 

Als die alte Mutter mich noch lehrte singen,
Tränen in den Wimpern gar so oft ihr hingen.

 

어머니께서 내게 이 노래를 가르쳐 주셨을 때,
눈썹 사이로 눈물이 자주 맺히곤 했지.


Jetzt, wo ich die Kleinen selber üb’ im Sange,
rieselt’s in den Bart oft, rieselt’s von der braunen Wange.

 

이제 제가 아이들에게 그 노래를 가르치니,
수염 사이로, 갈색 뺨 위로 눈물이 자주 흘러내리네.

 

 

https://www.youtube.com/watch?v=I-ZxJorKewo&list=RDI-ZxJorKewo&start_radio=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