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민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만일 외계인들이 지구로 쳐들어와 세계 질서에 혼란을 가져온다는 이유로 미국 백악관에 있던 트럼프 부부를 납치해 끌고 간다면 어떤 기분이 들겠느냐고. 미국내에서 트럼프를 비판하던 세력도 그런 사태가 벌여졌을 때 과연 박수치고 좋아할까요?
베네수엘라 국민들 역시 하루 아침에 날벼락 맞은 기분 아닐까요? 마두로 대통령이 좌파 독재자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지만 그래도 선전포고도 없이 주권국가의 대통령궁으로 쳐들어가 대통령 부부를 납치해가는 것은 전쟁범죄로 비난받아 마땅한 짓입니다.
트럼프 같은 파렴치한 인사를 일국의 대통령으로, 그것도 두 차례나 뽑은 미국민의 선택을 비판할 순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또한 주권국가의 선택인만큼 존중해줘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부가 좌파독재 행각을 벌인다 해도 베네수엘라 국민의 선택이라면 존중해줘야 합니다.
부정선거와 야당탄압, 부정부패, 마약유통 등의 잘못을 바로 잡고자 한다면 먼저 유엔이나 미주기구(OAS)와 같은 국제기구을 통한 절차적 정당성과 합의를 확보하고 의회 동의를 거쳐 선전포고를 한 뒤 군사작전에 돌입해야 했습니다. 그런 절차를 송두리째 무시하고 베네수엘라의 석유를 노린 제국주의적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트럼프 행정부의 무도함은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트럼프 개인의 저런 망나니 같은 돌출행동을 언제까지 좌시할 거냐고 미국민들에게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늘은 졸지에 국가수반 부부를 납치당한 베네수엘라 국민들에 대한 위로와 연대의 의미로 베네수엘라에서 제2의 국가로 불린다는 노래를 골라봤습니다. 베네수엘라 여가수 아나이스 비바스(Anaís Vivas)가 재즈 피아니스트 세사르 오로즈코(César Orozco)의 피아노 연주에 맞춰 부른 'Venezuela'입니다. 2019년 발표된 해당 앨범의 재킷 속 두 사람 그림에 등장하는 노랑 파랑 빨강은 베네수엘라 국기의 삼색을 강조한 것입니다.
원곡은 베네수엘라 평원지대 전통가요인 '뮤지카 야네라(Musica Llanera)' 가수인 루이스 실바가 1979년 발표한 노래. 카리브해를 품고 있으면서 사막과 정글, 눈과 화산까지 아우르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향수가 담긴 흥겨운 민요풍의 노래입니다.
아나이스 비바스와 세사르 오로즈코는 이를 세련된 재즈풍으로 편곡했습니다. 원곡의 가사 1절과 2절을 가져오고 3절은 생략하고 바로 4절로 건너뛰었는데 '만약 어느 날 내가 난파당한다면/ 태풍이 내 돛을 찢어버린다면/내 몸을 묻어줘 베네수엘라 바다 가까이에'라는 마지막 가사가 사무치게 다가서네요.
참고로 베네수엘라라는 국명은 '작은 베니스'라는 뜻에서 연원했습니다. 1499년 베네수엘라 북부 해안을 탐사하던 스페인 탐사대를 이끈 이탈리아 피렌체 출신의 아메리고 베스푸치는 남아메리카 최대 호수인 마라카이보 호수 주변에 사는 원주민들이 물 위에 말뚝을 박아 집을 짓고 수상생활을 하는 것을 보고 베니스를 떠올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작은 베니스'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피콜라 베네시아(Piccola Venezia)'라는 지명을 붙였다고. 이것이 16세기 들어 Venezia에 축소형 접미사 -uela를 붙인 Venezuela로 굳혀지게 된 것이 지금의 국명이 됐다고 합니다.
Llevo tu luz y tu aroma en mi piel
Y el cuatro en el corazón
Llevo en mi sangre la espuma del mar
Y tu horizonte en mis ojos
No envidio el vuelo ni el grito al torpear
Soy como el viento en la miel
Siento el Caribe como una mujer
Soy así, ¿qué voy a hacer?
네 빛과 향기를 내 피부에 품고
네 기타 소리를 가슴에 품네
내 피에는 바다의 거품을 품고
내 눈에는 네 지평선을 품네
날개짓도, 울부짖음 부럽지 않아
나는 꿀 속의 바람 같아
카리브해를 여인처럼 느끼네
나는 이렇다, 어쩌겠는가?
Soy desierto, selva, nieve y volcán
Y al andar dejo mi estela
Luna y llano en una canción que me desvela
La mujer que quiero tiene que ser corazón
Fuego y espuela
Con la piel tostada como una flor de Venezuela
나는 사막, 정글, 눈, 화산
걸어가면서 흔적을 남기네
달과 평원이 한 곡에 담겨 잠 못 이루게 하네
내가 사랑할 여자는 반드시 심장이 있어야 해
불꽃과 박차의 심장
베네수엘라의 꽃처럼 햇볕에 그을린 피부도
De los montes quiero la inmensidad
Y del río la acuarela
Y de ti los hijos que sembrarán nuevas estrellas
Y si un día tengo que naufragar
En el fondo de mi estela
Tendrán mi cuerpo cerca del mar de Venezuela
산에서는 광활함을 원해
강에서는 수채화를
네게서는 새 별들을 뿌릴 아이들을 원해
만약 어느 날 내가 난파당한다면
태풍이 내 돛을 찢어버린다면
내 몸을 묻어줘 베네수엘라 바다 가까이에
https://www.youtube.com/watch?v=Q76SBeXGaqI&list=RDQ76SBeXGaqI&start_radio=1
-2026년 1월 4일(강추위가 살짝 물러나고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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