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싱어게인 4회를 보면서 심사위원들이 너무 비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자기들은 최고의 매치라며 결승전에서 붙을만한 가수들의 대결을 조장하면서 정작 심사할 때는 그날의 라이브 공연이 아니라 잠재력을 평가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싱어게인 4회는 심사위원들이 인위적으로 짝지워준 듀엣 대결이었습니다. 그 공연을 보면서 제가 가장 감동받은 공연은 합쳐서 100살이 넘는다는 펑크록 가수 출신 2호와 73호이 짝을 이룬 '폭풍경보'의 공연이었습니다. 이소라의 발라드 '바람이 분다'를 펑크록과 랩으로 소화해 원곡을 정반대 느낌으로 풀어낸 노래였는데 원곡 못지 않게 뭉클한 감동을 안겨줬습니다.
공연이 끝난 뒤 '싱어게인' 심사위원들도 앞다퉈 "이상하게 이 노래가 왜 이렇게 슬프죠?"라며 엇비슷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정작 심사결과는 훨씬 잠재력이 많은 신인급 상대팀의 압승. 탈락팀 멤버 둘 중 한 명은 뽑을 수 있었음에도 두 사람 모두의 탈락. 머리로는 그 선택이 이해됐지만 가슴으로는 거대한 위선으로 다가섰습니다.
4회에서 소개된 어마무시한 듀엣 중에서 기대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준 것으론 첫 손가락에 꼽을만 했기 때문입니다. 당일의 공연만 놓고본다면 '폭풍경보'의 공연이 단연 최고 아닐까 합니다.
한국가요에 대해 흔히 애이불비(哀而不悲)라는 표현을 많이 씁니다. 슬프지만 겉으로는 슬픈 척하지 않는다는 거죠. 이는 '논어'에 등장하는 '낙이불음 애이불상(樂而不淫, 哀而不傷)'을 변주한 것입니다. '시경'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물수리의 노래'라는 뜻의 '관저(關雎)에 대해 "즐겁지만 음탕하지 않고, 슬프지만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는다"고 평한 대목을 압축한 것입니다.
폭풍경보가 부른 '바람이 분다'야말로 '낙이불음 애이불상'과 공명하는 곡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펑크록 선율이라 신나고 즐겁지만 가만히 들어보면 가슴 아픈 실연의 노래입니다. 그래서 웬지 슬프긴한데 또 골수에 사무치도록 슬프진 않습니다.
그 점에서 레온카발로의 오페라 '팔리아치'에서 입은 웃고 있지만 눈은 울고 있는 광대 팔리아치의 아리아 '의상을 입어라(Vesti la Giubba)'의 음화 버전이라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비록 2회전에서 탈락했지만 최고의 무대를 펼쳐준 전덕호(2호)와 김재국(73호) 두 분 가수에게 뜨거운 갈채를 보냅니다.
사랑은 비극이어라
그대는 내가 아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락앤롤
바람이 분다 서러운 마음에
텅 빈 풍경이 불어온다
머리를 자르고 돌아오는 길에
내내 글썽이던 눈물을 쏟는다
하늘이 젖는다 어두운 거리에
찬 빗방울이 떨어진다
무리를 지으며 따라오는 비는
내게서 먼 것 같아 이미 그친 것 같아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이렇게 혼자 달라져 있다
바람에 흩어져버린 허무한 내 소원들은
애타게 사라져간다
고!
원 원 원
푸첩 핸드
바람이 분다 시린 한기 속에
지난 시간을 되돌린다
여름 끝에 선 너의 뒷모습이
차가웠던 것 같아 다 알 것 같아
내게는 소중했던 잠 못 이루던 날들이
너에겐 지금과 다르지 않았다
나의 이별은
잘 가라는 인사도 없이 치러진다
오오~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내게는 천금 같았던 추억이 담겨져 있던
머리 위로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눈물이 흐른다
천금 같았던
추억이 담겨져 있던
머리 위로
바람이 분다
https://www.youtube.com/watch?v=ucWisaCboJA&list=RDucWisaCboJA&start_radi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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