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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안부곡

사방에서 강풍이 부네요, 괜찮으시겠어요?

영화 '노매드랜드'의 여주인공 펀(프랜시스 맥도먼 분). [Searchlight Pictures]

 

 

 

완연한 겨울이 오기 전 지금쯤 듣기에 제격인 노래죠. 닐 영의 'Four Strong Winds'.

 

예전엔 이 노래를 들으며 "전세계 일곱바다에서 파도가 일어 사방팔방에서 강풍이 몰아닥쳐도 너를 향한 내 사랑은 변함이 없을 거야"라고 멋대로 상상했습니다. 그러다 실제 가사를 음미해보고 얼마나 민망했던지.

 

노래 가사를 음미해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입니다. 가을걷이가 끝나면 캐나다 서부에 있는 알버타주로 다른 일자리를 찾아 떠나가야 하는 뜨내기 일꾼(카우보이?)이 현지서 사귄 여성에게 자신과 같이 떠나지 않겠냐고 설득했지만 소용이 없어 체념과 아쉬움을 삼키며 부르는 노래입니다. 일곱바다에서 파도가 일고 사방에서 강풍이 불어오는 계절의 변화는 우리가 막을 수 없듯이 아무리 너를 사랑해도 나는 떠날 수밖에 없다며. 이별의 불가피함을 계절의 변화를 거스를 수 없음을 빗대 말한 것을 정반대로 해석했으니^^

 

오늘 이 곡이 생각나 검색을 해봤더니 닐 영의 자작곡도 아니었습니다. 캐나다 포크 혼성 듀오 이안과 실비아(Ian & Sylvia)가 1963년 발표한 원곡을 역시 캐니다 출신 싱어송라이터 닐 영이 1978년 앨범 'Comes a Time'에서 커버해 수록한 곡. 이안과 실비아는 이 곡을 발표한 다음 해인 1964년 결혼했지만 1975년 이혼하면서 듀엣도 함께 깨졌다고 하네요. 그들이 만들고 부른 'Four Strong Winds'의 가사가 결국 실현된 것 아닌가 다시 한 번 씁쓸함을 삼키게 됩니다.

 

 

영화 '노매드랜드'에서 아마존 창고에서 일하는 여주인공 펀(프랜시스 맥도먼 분). [Searchlight Pictures]

 

Four Strong Winds는 동서남북 사방에서 동시다발로 불어닥치는 강풍을 말합니다. 첫 눈이 내리기 전 현지에 도착해야 새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남자의 쫓기는 마음이 반영된 표현이죠. 정확히 스산한 이 게절에 어울리는 씁쓸한 노래입니다.

 

이게 1960년대 북미 뜨내기 노동자의 정서라고만 생각하시면 오해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길거리로 내앉아 ’바퀴 달린 집‘에서 살아가는 미국 노년층의 시산한 삶을 다룬 영화 '노매드랜드(Nomadland)'를 보면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배송해야할 물품 포장과 정리를 위해 아마존 창고로 미국 전역의 날품팔이 노동자들이 몰려드는 시즌이 바로 지금이니까요.

 

인공지능(AI)가 대다수 일자리를 대체하는 시대가 오면 한국의 장년층 이상의 삶이라고 크게 다를까요? 노년 이후의 삶을 보장해주지 않는 복지시스템을 살아내기 위해 비정규직으로 살아가야 하는 그들 중 상당수는 택배노동자나 택배창고 정리를 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뭐 AI가 그마저 다 대신해주는 날도 멀지 않았다니 또다른 일을 찾아 떠돌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지난해 출간된 '아마존 디스토피아'라는 책이 예고하고 있는 우리의 암울한 미래입니다. 

 

'사방에서 외롭게 파고드는 강풍이 불어와/ 일곱바다에서 높게 일어나는/ 이런 것들은 바뀌지 않아, 무슨 일이 벌어져도'라는 이 노래의 가사가 더욱 가슴에 사무치는 이유입니다. 새벽배송 금지 문제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는 분들이 많이 보여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듭니다. 윈터 이즈 커밍! 겨울이 닥쳐 오고 있습니다. 마음의 준비들은 되셨나요?

 

 

[사월의책]

 

 

 

Think I'll go out to Alberta

알버타로 갈 생각이야.

Weather's good there in the fall.

가을엔 날씨가 좋거든

I got some friends and I could go working for.

친구들도 있고 일자리도 있고

 

Still I wish you change your mind.

여전히 난 니가 생각을 바꿨으면 해

If I ask you one more time

내가 한 번 더 묻는다면

But we've been through these hundred times a more.

하지만 수백 번도 더 한 얘기지.

 

Four strong winds that blow lonely,
사방에서 외롭게 파고드는 강풍이 불어와

Seven seas that run high

일곱바다에서 높게 일어나는 

All those things that don't change, come what may.

이런 것들은 바뀌지 않아, 무슨 일이 벌어져도

 

If good times are all gone, 

좋은 시절이 다 지나가면

Then I'm bound for moving on.

그때 나는 떠나가야 해

Although for years if i never back this way.

비록 몇 년 동안 이 길로 돌아오지 않더라도.

 

If I get there, before the snow flies.

눈이 내리기 전에 거기에 도착한다면

And I think all are looking good.

모든 게 괜찮아 보일 거 같아.

You could meet me , if I send you down the fare.

너는 나를 만나러 올 수도 있어, 내가 여비를 보내줄테니

 

But by then it would be winter,

하지만 그때쯤이면 겨울이 될 테니

Not too much for you could do

네가 할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을 거야

And those winds through can go cold way out there.

저 멀리서는 그 바람들도 차갑게 불어올테니까

 

Four strong winds that blow lonely,
사방에서 외롭게 파고드는 강풍이 불어와

Seven seas that run high

일곱바다에서 높게 일어나는 

All those things that don't change, come what may.

이런 것들은 바뀌지 않아, 무슨 일이 벌어져도

 

Still I wish you change your mind.

여전히 난 니가 생각을 바꿨으면 해

If I ask you one more time

내가 한 번 더 묻는다면

But we've been through these hundred times a more.

하지만 수백 번도 더 한 얘기지.

 

Four strong winds that blow lonely,
사방에서 외롭게 파고드는 강풍이 불어와

Seven seas that run high

일곱바다에서 높게 일어나는 

All those things that don't change, come what may.

이런 것들은 바뀌지 않아, 무슨 일이 벌어져도

Although for years if I never back this way

이런 것들은 바뀌지 않아, 무슨 일이 벌어져도

 

https://www.youtube.com/watch?v=WS1uYgUpsC8&list=RDWS1uYgUpsC8&start_radio=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