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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민일기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런 말 한 적이 없다

"고독을 사랑하는 존재는 신 아니면 야수다"

 

아리스토텔레스 흉상 [위키피디아]

 

"고독을 사랑하는 존재는 신 아니면 야수다"라는 표현이 아리스토텔레스의 발언이라며 여기저기 인용되는 것을 우민은 발견했다. 미심쩍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행복은 공동체를 이뤄갈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호모 폴리티쿠스를 주창한 사람이다. 따라서 공동체를 이룬 삶을 찬양했을 순 있지만 '고독을 사랑한다' 따위의 근대적 표현을 썼을 리 없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검색을 해보니 해당 내용이 '니코마코스 윤리학'에 등장한다며 인용의 권위를 실어주는 글도 발견됐다. 서재에서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뒤져봤지만 해당 표현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챗GPT에게 물어봤다. 원문이 왜곡됐다며 "공동체 안에서 살 수 없거나, 자급자족으로 그런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자는 폴리스의 일부가 아니다. 그는 짐승이거나 신이다"라고 했다.

 

그래서 정확한 출전을 물었다. 천연덕스럽게 그리스어 원문까지 인용하며 '니코마코스 윤리학' 1권 9장에 등장한다고 했다. 원전 페이지까지 확인해 비교해봤지만 역시 해당 내용은 없었다.

 

추궁을 거듭했더니 오류라고 자복을 했다. '니코마코스 윤리학'이 아니라 '정치학' 1권 2장에 등장하는 표현이었다.

 

결론적으로 인터넷에 떠도는 표현은 와전된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원래 발언은 표현은 물론 맥락도 전혀 달랐다. '고독을 사랑하는 존재'라는 표현은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야수라는 표현도 없다. 그냥 짐승(동물)이라 했을 뿐이다.

 

인간은 정치적 동물(호모 폴리티쿠스)이기에 홀로 자족하는 존재는 인간을 초월한 신이거나 인간보다 하등한 동물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 것이다. 인간은 공동체를 이뤄 살아갈 때 비로소 행복질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역설하기 위해 동원한 표현이었다.

 

그러니 괜히 고독을 찬양한 것처럼 곡해들 하지 말기 바란다. 누군가의 발언을 인용할 때는 인터넷이나 인공지능(AI)의 도움을 받지 말고 꼭 원전을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그래야 가짜뉴스와 대안진실의 무차별적 살포를 막을 수 있다.  

 

-2025년 9월 22일(흐리고 쌀쌀)

 

 

#우민은 '어리석은 백성(愚民)'이자 '근심하는 백성(憂民)'인 동시에 '또 하나의 백성(又民)'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제 자신에게 붙인 별호입니다. 우민일기는 전지적 작가 시점에 가까운 '맨스플레인'에서 벗어나보자는 생각에 제 자신을 3인칭으로 객관화하려는 글쓰기 시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