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왕가의 혈통에는 두 갈래의 유전병이 흐른다는 것이 우민의 관찰이다. 하나는 종기와 눈병이 자주 발생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사이코패스의 DNA가 발현되는 것이다. 후자는 왕권강화라는 명목으로 정치적 학살을 정당화했던 태종 이방원과 세조 이유의 피가 흐르는 경우다. 연산군 이융, 선조 이연, 인조 이종. 사도세자 이선에게서 우민은 사람을 죽이거나 고문하는 것을 즐긴 폭군의 DNA를 발견한다.
일각에서는 오죽하면 그랬을까라며 동정하기도 한다. 빙산의 일각만 봐서 그렇다. 폭군의 DNA가 흐르는 이들은 권력을 위해서라면 생사고락을 함께한 공신은 물론 형동생, 조카는 물론 할머니와 아들까지 거리낌없이 살해했다. 외척 척결이라며 처가 식솔 전체를 도륙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필요하다면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는 것도 마다 않았다.
실록에서 연산군과 함께 양대 폭군으로 규정되곤 하는 광해군 이혼은 이들과 결이 달랐다. 광해군도 형과 동생을 죽이긴 했지만 한칼에 단행한 것이 아니라 주저하다 실제 역모사건이 발생해 어쩔 수 없이 감행한 측면이 있다. 그것이 빌미가 돼 권좌에서 쫒겨난 뒤 오히려 19년간 유배지에서 안빈낙도하다가 66세까지 무병장수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연산군의 경우는 유배지에서 60여일만에 숨졌다. 역병에 걸려서라지만 피살가능성이 더 커보이긴 한다.
1980년대 신군부의 등장 이후 그에 동조하는 일군의 지식인들이 태종 이방원과 세조 이유의 정난이 국가를 안정시키고 정국을 일신하기 위함이라고 합리화하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부화뇌동한 하륜과 이숙번 그리고 한명회와 신숙주도 나름 명신이었음을 앞세워 그들의 집권이 역사의 필연이란듯이 떠들어 댔다.
현 보수세력의 뿌리가 된 박정희와 전두환의 집권을 정당화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그들이 나서지 않았으면 한국 정치는 무질서와 혼란에 휩싸였을 것이고 지금과 같은 경제발전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강변하고 싶어서 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우민의 판단이다.
그들의 논리는 카이사르가 황제가 될 수밖에 없었노라 강변하는 일본 우익의 대모 시오노 나나미의 논리와 다를 바가 없다고 우민은 생각한다. 제국시대 로마 정치가 공화정시대 로마 정치보다 질서정연하고 생산적이라 주장할 수 있을까? 천만에 만만에 콩떡이다.
제국시대 로마황제 중에 긍정적 평가를 받는 황제가 과연 몇이나 될까? 오히려 칼리굴라와 네로 같은 폭군만 양산하지 않았던가. 그와 함께 로마는 공화정시대의 건강한 기풍을 잃은 채 먼저 정신이 부패했고 이어 군사력마저 약해지며 기나긴 쇠퇴에 들어섰을 뿐이다. 아니 오히려 로마체제가 다른 나라를 정복하고 이민족을 착취하는 제국주의화하면서 그에 걸맞게 부패한 제국의 체제를 요구한 것으로 봐야하지 않을까.

역사학계 아웃사이더인 시오노의 궤변에 혹하기보다는 영국 역사학계 권위자인 액튼 경의 발언에 귀기울이라고 우민은 말해주고 싶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병든 체제를 합리화하려는 세력들이 집권하는 데 어찌 그 체제가 건강하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조선시대 원조 폭군으로 그나마 가장 건강했던 태종의 집권이 세종의 황금기를 낳았다지만 그 황금기 역시 태종의 불량복제품이었던 세조의 집권과 함께 물거품이 됐다. 자신과 같이 불행한 임금이 다시는 안나오게 하겠다는 서원은 자신을 꼭 닮은 손자에 의해 산산조각 났음에도 그를 찬미할 수 있을까?
병든 권력은 반드시 그 체제도 병들게한다. 병든 권력에 기대어 기생하는 세력이 결코 오래갈 수 없는 이유다. 박정희와 전두환을 옹호하는 기득권세력이 결집된 국민의힘이 저리 지리멸렬해지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윤석열 비호의 앞잡이 노릇을 하던 권성동이 통일교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아 해처먹은 통일교 게이트가 속속들이 폭로되고 있다. 권성동이 누구인가? 윤석열이 방학 때마다 놀러갔다는 외갓집이 있던 강릉에서 함께 놀면서 자란 죽마고우라는 이유로 호가호위하던 인물 아니던가.
마침 한국TV에서는 윤서열과 권성동의 관계를 그대로 보여주는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다.'폭군의 셰프' 속 연희군(이채민 분)과 그의 도승지 임송재(오의식 분)다.
연희군이 연산군을 미화한 캐릭터라면 임송재는 연산군의 개였던 임숭재를 제법 의리있는 인물로 설정한 캐릭터다. 간신 임사홍의 아들로 연산군의 여동생과 혼인한 부마가 된 뒤 어린시절 연산군의 죽마고우임을 앞세워 권력의 주구 노릇을 하다가 요절한 바람에 악행을 멈춘 인물. 물론 중종 반정 이후 부관참시를 면치 못했지만.
국민의 바로 눈 앞에서 윤석열-권성동의 잘못된 브로맨스가 어떤 스캔들을 낳았는지가 폭로되고 있다. 그 한편에서는 그 닮은꼴인 연산군-임숭재의 악행을 남다른 우정의 산물로 그리는 유사사극이 방영되고 있다. 독재자 박정희-전두환을 찬미하는 세력이 여전히 국정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다이내믹 코리아의 어두운 이면을 보여주는 블랙코미디 아닐까.
-2025년 9월 20일(비오고 쌀쌀)
#우민은 '어리석은 백성(愚民)'이자 '근심하는 백성(憂民)'인 동시에 '또 하나의 백성(又民)'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제 자신에게 붙인 별호입니다. 우민일기는 전지적 작가 시점에 가까운 '맨스플레인'에서 벗어나보자는 생각에 제 자신을 3인칭으로 객관화하려는 글쓰기 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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