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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민일기

우리 모두 합죽이 말고 호도가 됩시다!

출처 HBO
 
 

소셜 미디어에 자신의 얼굴사진을 올리는 경우 자기애에 충실한 사진을 우민은 많이 발견한다.  제법 무게 잡고 찍은 사진일수록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사진이 많다. 뭐, 젊은 친구들이야 그래도 괜찮지만 지천명의 나이를 넘긴 분들이라면 입꼬리 관리를 잘 해야한다고 우민은 생각한다.

 

나이 들면 입꼬리가 아래로 처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 하지만 그런 표정을 계속 유지하시다보면 남들이 뭐라하든 독불장군 같다는 느낌을 주는 것 또한 불가피한 사실이다. 그러니 본인이 묵직한 사람을 보이려고 일자 입술로 폼을 잡다보면 오불관언 벽창호 이미지만 생긴다.

 

입끝을 올리는 최고의 방법은 많이 웃는 것이다. 아주 작은 일에도 박장대소하는 리액션을 보이다 보면 입끝이 처지는 것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바보같이 보일 거라는 걱정들 접으시고 자주 많이 웃으라고 우민은 조언하고 싶다.

 

중국인들이 가훈으로 가장 많이 삼는 문구가 '난득호도(難得糊塗)'라고 한다. 호도(糊塗)가 되는 게 힘드니 애써 노력하라는 뜻이다. 그럼 호도는 뭘까? '호도한다'라는 표현의 그 호도다. 눈꺼풀에 풀칠을 해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한다는 뜻이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근원적 처방을 하지 않고 얼렁뚱땅, 흐지부지 처리하는 것을 두고 호도한다고 한다. 호도가 명사로 쓰이면 눈꺼풀에 풀칠이 돼 앞을 제대로 못보는 어리버리한 바보라는 뜻이다.

 

따라서 난득호도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진정으로 힘든 게 바보처럼 보이는 것이란 뜻이다. 바보처럼 보이며 살아야 수복강녕을 누리며 살 수 있다는 뜻을 함축한다.

 

호도는 미드 '왕좌의 게임'에도 등장한다(사진). 힘은 좋지만 '호도(Hodor)'라는 말밖에 할 줄 모르는 바보 캐릭터. 그래서 호도로 불리는 그는 주인공 중 하나로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볼 수 있는 능력자만 하반신이 마비된 브랜 스타크를 등에 업고 다니며 그의 다리를 대신하는 충직한 존재다.

 

호도는 인류를 구원할 운명의 브랜 스타크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친다. 그때 비로소 그가 왜 호도라는 말밖에 하지 못하는 지가 밝혀진다. 문이 열리지 않게 지키라는 '홀드 더 도어(Hold the Door)'라는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최후를 맞을 때까지 이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계속 되풀이해 외친다.

 

뭐, 늘 호도가 될 필요는 없다고 우민은 생각한다. 그래도 나이 들어 사진 찍을 때 우리 모두 합죽이가 아니라 호도가 돼 바보처럼 웃으며 살자고 말하고 싶다.

 

-2025년 8월 30일(흐리고 더움)

 

 

#우민은 '어리석은 백성(愚民)'이자 '근심하는 백성(憂民)'인 동시에 '또 하나의 백성(又民)'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제 자신에게 붙인 별호입니다. 우민일기는 전지적 작가 시점에 가까운 '맨스플레인'에서 벗어나보자는 생각에 제 자신을 3인칭으로 객관화하려는 글쓰기 시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