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즈 피아노의 수도승. 텔로니어스 몽크에게 제가 붙인 별명입니다. 몽크의 곡 중에서 ''Round Midnight' 다음으로 인기 많은 곡이죠. 'Ruby, My Dear'. 오늘은 '색소폰의 전설' 존 콜트레인과 몽크의 피아노 협연곡을 골라봤습니다.
자고로 인류의 스승으로 남고 싶으면 제자를 잘 둬야하고, 불멸의 여인으로 남고 싶으면 남자를 잘 사귀어야 하는 법. 저 곡 제목에 등장하는 루비는 보석이 아니라 여인의 이름. 몽크가 10대 때 첫사랑이었던 루비 리처드슨이란 여성입니다. 몽크의 첫사랑이란 것 외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여인이죠. 비록 그 사랑은 이뤄지지 못했지만 'Ruby, My Dear'라는 명곡으로 그 이름을 남기게 됐으니 연애 한 번 잘했네요.
몽크은 첫사랑 루비 말고 평생 사랑했던 아내 넬리를 위한 곡도 작곡했죠. '넬리와 함께 한 황혼(Crepuscule with Nellie)'이란 피아노곡입니다. 크레푸스퀼(crepuscule)은 어스름, 황혼녁을 뜻하는 프랑스어에서 온 문학적 단어입니다. 원래 몽크가 생각한 제목은 'Twilight with Nellie'였다는데 누군가의 의견을 받아들여 고쳤다죠? 그 고급스러운 단어를 골라 준 사람이 누굴까요?

'재즈 남작부인(Jazz Baroness)'으로 불린 파노니카 드 코니스워터 남작부인입니다. 유럽 최대 부자 가문이었던 로스차일드 가문의 일원으로 영국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본명은 파노니카 로스차일드. 파노니카는 그녀의 조부가 발견한 희귀 나방의 학명을 따라 지은 이름으로 그를 줄인 니카라는 애칭으로 불렸습니다.
니카의 남편은 역시 유대계 오스트리아 귀족가문인 쾨니히스바르터(Königswarter) 가문의 일원으로 프랑스 외교관이었던 쥘 아돌프 남작. 쥘은 비행기 조종사이기도 했는데 니카에게 비행기조종법을 가르치다 사랑에 빠져 결혼합니다. 이후 프랑스에 성을 인수해 살던 이들 부부는 2차대전 때 자유프랑스군의 일원으로 나치독일군에 맞서 싸웠습니다. 남편은 전투기조종사로 직접 공중전을 벌였고, 니카는 나치독일군의 암호 해독에 공을 세워 명예 중위 계급까지 받았습니다.
니카는 2차 대전 중 나치독일의 박해를 자녀들을 데리고 미국 뉴욕으로 터전을 옮겼고 1955년 프랑스 외교관으로 복귀한 남편과 이혼한 뒤 뉴욕에서 살며 사진작가 겸 예술후원가로 살았습니다. 특히 1950년대 비밥 재즈의 전성기를 열었던 찰리 파크와 몽크, 버드 파웰의 열렬한 팬이자 물심양면의 지원을 아끼지 않은 후원자였습니다.
그래서 많은 재즈 뮤지션이 그녀의 애칭인 니카가 들어간 곡을 많이 헌정했습니다. 니카는 특히 몽크 부부와 친구처럼 지냈다고 하죠. 몽크는 평생 자신의 후원자이자 친구였던 니카를 위한 곡도 작곡했습니다. '파노니카(Pannonica)'라는 피아노곡. 몽크의 첫사랑인 루비, 아내가 된 넬리, 후원자였던 니카는 모두 몽크 덕에 재즈역사에 불멸의 존재로 남게 된 셈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6liAgg4SN88&list=RD6liAgg4SN88&start_radio=1
-2026년 3월 15일(오전에 흐리고 비오다 맑아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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