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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안부곡

'셸부르의 우산' 주제곡 4종 어떻게 다를까

[Parc Film]

 

 

3월의 눈과 비가 번갈아 내리는 이 즈음에 떠올릴 법한 노래죠. 리즈 시절의 카트린 드뇌브 주연의 프랑스 영화 '셸부르의 우산'(1964)의 주제곡.  

 

영화 '셸부르의 우산'은 오페라처럼 대사도 레치타티보로 진행하면서 노래는 전문가수가 부르고 배우는 립싱크로 연기를 펼친 독특한 송쓰루 뮤지컬 영화였죠. 이를 구상한 누벨바그 영화감독인 자크 드미 감독과 영화음악가 미셸 르그랑을 세계 영화계에 각인시키며 고전의 반열에 오른 작품입니다.

 

뮤지컬 영화로는 최초로 칸 영화제 황금야자상 수상작이기도 합니다. 미국 밥 포시 감독의 '올 댓 재즈'(1980)과 덴마크의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어둠 속의 댄스'(2000)까지 딱 3편의 뮤지컬 영화만이 황금야자상의 영광을 안았더군요.

 

영화 내용은 '군화와 고무신 커플'이라면 절대적으로 기피해야 합니다. 우산가게 점원인 주느비에브(카트린 드뇌브 분)와 자동차정비공 기(니노 카스텔누오보 분)는 서로가 없는 삶은 무의미하다 할 정도로 뜨겁게 사랑하는 사이. 하지만 알제리에서 전쟁이 터지고 기는 징병돼 2년간 생이별을 하죠. 겨우 그 2년을 못 참고 결국 둘은 다른 짝을 만나 가정을 꾸리게 됩니다. 그렇게 한참 시간이 지나 딸과 아들을 둔 부모로 어색하게 조우하고 담담히 헤어지죠.

 

그런데 이 영화의 주제곡이지만 가사 내용이 다른 4곡이나 된다는 걸 아시나요? 영화 제목과 동명의 노래(Les Parapluie de Cherbourg)는 정작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영화가 황금야자상을 수상하며 세계적 인기를 누리자 미셸 르그랑이 작곡한 메인 테마에 자크 드미 감독이 영화 내용을 녹여낸 새로운 가사를 붙여 만든 노래이기 때문. 별도의 제목도 있습니다. 'Je Ne Pourrai Pas Vivre sans Toi(너 없인 살 수 없어)'입니다.

 

1966년 이를 영어로 번안한 코니 프랜시스의 'I Will Wait for You(널 기다릴거야)'은 선율은 같지만 정작 가사의 뉘앙스가 다릅니다. 불어 가사의 'Je Ne Pourrai Pas Vivre sans Toi'는 이별하기 싫어 발버둥치는 연인의 마음가짐과 아무리 발버둥쳐도 불가항력적 운명의 힘을 피할 수 없다는 암시가 함께 담겼습니다. 반면  'I Will Wait for You'는 천년이고 만년이고 널 기다리겠다며 불멸의 사랑을 노래합니다.  이 노래만 듣고 영화를 보면 낭패하기 십상이죠.

 

그럼 실제 뮤지컬 영화에선 이 테마선율이 흐르는 노래는 뭐가 있을까요? '차고 앞에서(Devant le Garage)'와 '기는 떠나고(Guy s'en va)'라는 부제가 붙은 '역(La Gare)'이란 노래로 변주됩니다. 

 

'차고 앞에서'는 자동차정비소를 찾아와 결혼하자는 주느비에브에게 기가 징병통지서를 받은 사연을 토해내는 장면에 흐르는 노래. 주느비에브는 "너 없인 한 순간도 살 수 없다" "떠나지 말라(Ne me quitte pas)"고 애원하죠. 기는 "내 팽생 사랑은 너 하나뿐"이라며 반드시 돌아올테니 기다려달라고 호소하고요. 하지만 그 노래에 이미 그들의 사랑이 이뤄질 수 없을 것임을 암시하는 내용이 가득합니다.

 

''은 군 입대를 위해 기차를 타고 떠나는 기와 배웅하는 주느비에브의 이별 장면에 흐르는 쨟고 애절한 노래죠. 영원히 변치 않겠다는 절절한 사랑의 서약을 주고 받는 내용. '차고 앞에서'에선 "2년? 난 견딜 수 없을거야"라며 차라리 병역기피하고 함꼐 도망가자던 주느비에브도 "내 사랑, 난 평생 널 기다릴거야"라며 결국 지키지 못할 약속을 남발합니다. 

 

이렇게 4곡을 비교해 들으면 일종의 계보도가 그려집니다. 'I Will Wait for You'는 영화 속 'La Gare'의 극적인 이별장면에 방점을 찍은 노래입니다. 반면 'Je Ne Pourrai Pas Vivre sans Toi'는 'Devant le Garage'와 'La Gare'를 종합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좀 더 어른스러운 맛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Je Ne Pourrai Pas Vivre sans Toi'가  영화 내용에 더 충실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그리스 출신 가수 나나 무스쿠리의 애절한 노래가 많이 사랑받았습니다. 오늘은 캐나다 출신 배우이자 가수인  모니크 레이락(Monique Leyrac)의 노래를 골라봤습니다. 무스쿠리의 노래가 음악에 충실하다면 레이락의 노래는 가사에 충실합니다. 그래서 전설적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는 음유시인의 노래처럼 느껴집니다.

 

P.S. 영화 '셸부르의 우산'은 1964년작입니다. 한국군의 베트남 파병은 바로 그 해부터 시작됐습니다. 당시 파병 기간은 1년이었지만 당시 한국군의 전체 군복무기간은 3년이 넘었습니다. 1968년 북한 무장병력이 청와대를 기습한 1.21 사건이 일어난 뒤 한동안 군복무 기간이 추가돼 4년까지 복무하기도 했죠. 그런데 2년을 못 참고 고무신 거꾸로 신는 주느비에브를 보고 있노라며 참 귀엽죠?

 

 

Depuis quelques jours je vis dans le silence
Des quatres murs de mon amour
Depuis ton départ l'ombre de ton absence
Me poursuit chaque nuit et me fuit chaque jour

 

며칠째 나는 침묵 속에 살고 있어
내 사랑의 사방 벽 안에 갇혀
네가 떠난 뒤로 네 부재의 그림자가
밤이면 밤마다 나를 따라다니고 낮이면 낮마다 나를 피해가

Je ne vois plus personne j'ai fait le vide autour de moi

Je ne comprends plus rien parce que je ne suis rien sans toi

J'ai renoncé à tout parce que je n'ai plus d'illusions

De notre amour écoute la chanson

 

나는 아무도 보지 않아, 내 주변을 비워 버렸어
나는 아무 것도 이해 못해, 너 없는 나는 아무 것도 아니니까
나는 모든 것을 포기했어, 더 이상 환상이 없으니까
우리 사랑에 관한 이 노래를 들어 봐

 

Non, je ne pourrai jamais vivre sans toi,

je ne pourrai pas, ne pars pas, j'en mourrai

Un instant sans toi et je n'existe pas,

mais mon amour, ne me quitte pas.

 

아니, 난 너 없이는 절대 살 수 없어

난 못해, 떠나지마, 죽을 것 같아.

너 없는 한 순간이면 나도 없는거야.

하지만 내 사랑, 나를 떠나지 마

 

Mon amour, je t'attendrai toute ma vie,

reste près de moi, reviens, je t'en supplie

J'ai besoin de toi, je veux vivre pour toi,

oh, mon amour, ne me quitte pas.

 

내 사랑, 난 널 평생 기다릴게,
내 곁에 있어줘, 돌아와, 이렇게 애원해
난 네가 필요해, 너를 위해 살고 싶어,
오, 내 사랑, 날 떠나지 마.

 

Ils se sont spars sur le quai d'une gare.

Ils se sont loin dans un dernier regard.

Oh, je t'aime ! Ne me quitte pas.

 

그들은 역 플랫폼에서 헤어졌네.
마지막 눈빛을 주고받으며 멀어져갔네.
오, 난 널 사랑해! 날 떠나지 마.

 

 

 

https://www.youtube.com/watch?v=MJX5djaxCa8&list=RDMJX5djaxCa8&index=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