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다혜차지스라는 밴드를 아시나요? 아신다면 한국 대중음악의 가장 전위적 음악을 꿰고 계신 겁니다. 국악과 양악의 퓨전을 꾀하는 꽤 많은 밴드가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전위적 음악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밴드니까요.
추다혜차지스는 2020년 데뷔 앨범인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를 발표하며 국악 중에서도 굿놀이 할 때 무당이 부르는 '무가 (巫歌)'와 현대적인 밴드 사운드(기타, 베이스, 드럼)로 재해석해 강렬하고 독창적 그루브를 지닌 장르를 개척 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사이키델릭 샤머닉 훵크'라는 장르죠.
'사이키델릭'은 무당들이 접신했을 때 황홀경 상태를 지향하는 록사운드를 뜻합니다. '샤머닉'은 무당을 뜻하는 샤먼의 형용사형. 마지막으로 '훵크'는 소울과 R&B, 재즈가 뒤섞인 흑인 음악 장르인 funk를 반항성을 극대화한 백인 록 장르인 punk와 차별화한 표기입니다.
추다혜는 국악 밴드 싱싱의 멤버였던 리드 보컬로 특히 무가의 매력에 폭 빠져 무가 전승자들에게서 무가를 직접 배웠다고 합니다. 그리고 기타리스트 이시문, 베이시스트 김재호, 드러머 김다빈은 그런 무가를 소울, R&B, 펑크, 레게, 재즈의 선율과 리듬으로 새롭게 주조해냅니다.
밴드명의 차지스는 각자의 몫이란 뜻의 '차지'에 영어 복수형에 붙이는 s를 붙여서 만든 콩글리시라네요. 호불호가 갈리는 무가를 밴드음악과 접목한 자신들의 음악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듣는 사람들의 몫이라는 의미. '차지로다. 차지로다, 우리 모두의 차지로다'로 시작하는 데뷔 앨범 수록곡인 '차지S차지'라는 노래에 그 뜻풀이가 담겼습니다.

지난해 발표된 이 밴드의 두번째 앨범 '소수민족'이 '2026 제23회 한국대중음악상' 최고의 상인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리고 그 수록곡인 '허쎄'는 ‘최우수 알앤비&소울 노래’까지 수상했습니다. 올해 한국대중음악상의 최고 자리가 추다혜차지스의 차지가 됐다고 봐야합니다.
'허쎄'는 '푸다시'라는 제주 무가의 가사와 리듬을 따왔습니다. 푸다시는 푸닥거리의 제주 방언으로 묵은 액운을 씻어내고, 새로운 기운을 받아서 집안의 잡귀를 쫓아내는 정화의식을 뜻합니다. 허쎄는 푸다시를 할 때의 일종의 추임새입니다. 제 뇌피셜로는 온갖 잡귀들이 버티는 것을 부질없는 '허세'라고 면박을 주는 소리가 변형돼 주문화한 게 아닐까 합니다. 잡귀들을 기세로 제압하기 위해 '허쎄'라는 주문을 외운다는 해석입니다.
묵직한 베이스와 드럼 반주로 시작해 흥겨운 기타 반주와 함께 '허쎄, 허쎄, 허쎄'라는 구절이 반복되는 게 묘한 중독성이 있습니다. 노래 중간 '허허'라는 추임새의 흥겨움도 대단합니다.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의 음악이 무가로도 이런 현대적 음악을 들려줄 수 있다는 맛보기성이 강했다면 '허쎄'는 그 완성형이라할만큼 전통과 현대성이 한 몸이 되어 뒹구는 느낌이 듭니다.
이처럼 독창적 음악을 발굴하고 최고의 상을 안겨준 한국대중음악상 심사위원들이야말로 허세가 아니라 실세라는 생각에 쌍 엄지 척을 하게 됩니다. '허허 허쎄 허쎄 허쎄 오늘 날랑 고양고양 나하고 가자'는 사이키델릭한 플러팅이야말로 심사위원들 차지가 돼야하지 않을까요?^^
P.S. 가사 중 '눈에는 곰방, 코에는 버릉. 귀에는 월귀, 입에는 악심, 목에는 고른징'이란 구절은 잡귀의 흉측한 형상을 묘사하는 대목입니다. 곰방은 눈이 짓무르거나 정기가 없이 흐리멍텅하다는 뜻. 버릉은 노기나 살기 때문에 코를 씩씩거린다는 뜻. 월귀는 월귀살(越鬼煞), 즉 담을 넘어 들어오는 귀신이나 도둑처럼 몰래 침입한 사악한 기운이 깃들었다는 뜻. 악심은 악한 마음을 품고 헤치려고 입을 벌리고 달려드는 형상을 묘사한 겁니다. 고른 고른 고른징은 ' 목에 귀신이 붙어 제대로 말을 못 하게 하거나 목소리가 변한 상태' 또는 '귀신이 잡아당겨 목이 뻣뻣해진 상태'로 풀이된다고 합니다.
허허 허쎄 허쎄 허쎄 허허 허쎄 허쎄로다
허허 허쎄 허쎄 허쎄 허허 허쎄 허쎄로다
요거보라 요거나보라 풀령갑서 거덩갑서
조차들고 조차나며 풀령갑서 거덩갑서
허허 허허 허허 허허 허허 허허
요거보라 요거나보라 어떠나 하신 잡구로냐
하늘귀신 천근이여 땅귀신은 지근이여 풀령갑서 거덩갑서
남자나 죽어 남사귀냐 여자나 죽어 여사귀냐
늙어나 죽어 노망귀냐 젊어 죽어 청춘귀냐
허허 허허 허허 허허 허허 허허
가슴에는 열병 열병 열병 머리엔 두통 두통 두통
눈에는 곰방 곰방 곰방 코에는 버릉 버릉 버릉
귀에는 월귀 월귀 월귀 입에는 악심 악심 악심
목에는 고른 고른 고른징 풀령갑서 거덩갑서
남자에 꿈에는 여자로 싯구고 여자에 꿈에는 남자로 싯구고
남자에 꿈에는 여자로 싯구고 여자에 꿈에는 남자로 싯구고
허허 허쎄 허쎄 허쎄 허허 허쎄 허쎄로다
허허 허쎄 허쎄 허쎄 오늘 날랑 고양고양 나하고 가자
허허 허쎄 허쎄 허쎄 허허 허쎄 허쎄로다
허허 허쎄 허쎄 허쎄 오늘 날랑 고양고양 나하고 가자
https://youtu.be/_GruzbtXZLQ?si=js_uVIXR7LWH0MUz
-2026년 3월 3일(흐리고 춥다 오후되며 맑고 따뜻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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