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소개했던 '입춘'을 부른 여성 싱어송라이터 한로로가 지난달 27일 '2026 제23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음악인 상을 수상했네요. 지난해 발표한 '자몽살구클럽' EP(미니앨범)의 수록곡과 관련 활동으로 수상의 영광을 안았습니다.
오늘의 안부곡은 그 축하의 의미로 한로로의 '0+0'을 골라봤습니다. 도대체 이 제목은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제로 플러스 제로? 영 더하기 영? 빵 더하기 빵?
원로가수 나훈아의 트로트곡 '영영'처럼 읽어야 한다는 게 제 결론입니다. 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자몽살구클럽이란 앨범 제목에 함축된 뜻부터 알아야 합니다. 한로로가 앨범과 함께 발표한 동명의 소설 제목이기도 합니다. 여중생 서클 이름이란 점에서 상큼하고 귀여운 과일 이름을 따왔다고 오해할만한 타이틀이지만 실상은 정반대입니다.
'자살을 꿈꾸지만 살고픈 이유를 찾으려는 동아리'라는 뜻을 함축합니다. 가정폭력과 생활고에 시달리며 힘겹게 살아가는 여중생 4명이 '자살을 잠시 보류하고 계속 살아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있는지를 실험해보자'고 만든 동아리명이니까요.
앨범 수록곡들은 소설 속 네 주인공의 절박한 사연을 노래로 녹아낸 것입니다. 특히 두 곡이 인상적입니다. 한 곡은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떠올리게 하는 '시간을 달리네'라는 노래입니다. 먼저 떠나간 친구와 추억을 지키고 가꾸기 위해 힘겨운 시간을 견뎌내고 살아가겠다는 내용이 담겼죠.
다른 한 곡이 '0+0'입니다. 이를 '영영'으로 읽어야 한다는 단서는 '영생과 영면의 차이를 너는 알고 있니?'와 '난 우리를 영영 잃지 않아/ 너도 영영 그럴 거지?'라는 노랫말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영원한 삶'(영생)도 아니고 '영원한 죽음'(영면)도 아니랍니다. '지금, 여기에서 너와의 삶'에 충실한 게 진정한 '영영'이라네요.
전체 가사를 음미해보면 죽음을 통해 '저 너머의 우리'를 꿈꾸는 것은 결코 해답이 될 수 없으며 우리가 함께 할 때 비로소 내일의 희망도 다가올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고단한 현실에 발목이 꺾이고 붙잡히더라도 내 두 볼을 간지럽히는 앞서가는 너의 머리카락만 있다면 내일을 꿈꿀 수 있다고.
'타트 트밤 아시(Tat tvam asi)'라는 산스크리트어가 있습니다. '네가 바로 그것이다'라는 뜻이죠. 힘겨고 고달픈 우리네 삶을 구원해주는 가르침이 온축된 잠언이라고들 합니다.
'네가 바로 그것이다'라는 표현이 왜 우리를 구원해준다는 걸까요? 그것을 '우리를 구원해 줄 신적인 것'으로 풀이하면 해답이 보입니다. 나를 구원해줄 사람은 내가 아니라 나에겐 절대적 타자인 당신이라는 뜻입니다. 그런 타자와 내가 합일을 이뤄 우리가 될 때 비로소 구원이 가능해진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는 겁니다.
비록 새파랗게 젊은 가수이지만 한로로의 노래에서도 같은 메시지를 길어올리 수 있습니다. '저 너머의 우리'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서로를 버리지 않는 우리'가 될 때 파라다이스와 내일이 뛰어올 수 있다고.
검은 눈동자의 사각지대를 찾으러 가자
여름 코코아, 겨울 수박도
혼나지 않는 파라다이스
앞서가는 너의 머리가
두 볼을 간지럽힐 때
나의 내일이 뛰어오네
난 널 버리지 않아
너도 같은 생각이지?
저 너머의 우리는 결코 우리가 될 수 없단다
영생과 영면의 차이를 너는 알고 있니?
멍든 발목을 꺾으려 해도
망설임 없이 태어나는 꿈
난 널 버리지 않아
너도 같은 생각이지?
저 너머의 우리는 결코 우리가 될 수 없단다
아, 난 널 버리지 않아
너도 같은 생각이지?
난 우리를 영영 잃지 않아
너도 영영 그럴 거지?
https://www.youtube.com/watch?v=vR_mmXeLVA0
-2026년 3월 1일(맑고 화창한 봄날이었다가 점차 흐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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