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 시대 왕자님과 천한 신분의 처자가 사랑에 빠집니다. 기름과 물, 얼음과 석탄처럼 합쳐질 수 없는 사랑임을 알기에 짐짓 포기하려는데 서로의 영혼이 뒤바뀌는 기상천외한 일이 벌어집니다. 그것도 몇 차례. 그를 통해 서로의 말 못할 사연을 알게 된 둘은 합심해 시련과 위기를 극복하고 사랑의 결실을 맺습니다. 그들 시련의 핵심은 중국서 몰래 들여온 요물로 임금을 허수아비로 만들고 조정을 쥐락펴락하는 권신의 비행을 밝히는 겁니다.
이런 스토리 라인을 갖춘 드라마가 한국의 지상파 방송사 두 곳에서 잇따라 방영되고 있습니다. 올해 1월 종영된 MBC '이 강에는 달이 흐른다'(조승희 작, 이동현 심규택 연출)와 현재 방영 중인 KBS '은애하는 도적님아'(이선 작, 함영걸 이가람 연출)입니다.
'이강달'에선 대리청정 중인 왕세자 이강(강태오 분)과 장돌뱅이 아가씨 박달이(김세정 분)가 남녀 주인공. '은도'에선 임금의 배다른 동생인 도월대군(문상민 분)과 주인어른과 노비 사이에서 태어난 얼녀 홍은조(남지현 분)가 주인공. '이강달'에서 중국산 요물은 무색무취여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독물을 품은 짐조라는 새죠. '은도'에선 심신 안정용 향이라고 속여 임금을 중독시킨 뒤 심한 금단 증세에 시달리게 만드는 연숙화라는 독초의 씨앗입니다. 짐조는 중국 도교 관련 책에 등장하는 상상의 새이고 연숙화는 허구의 약초입니다.

이 정도로 스토리 라인이 비슷하다면 2000년대 초반만 되고 표절 논란이 일었을 겁니다. 헌데 조용합니다. 웹소설과 웹툰의 유행으로 '영혼 체인지 로맨틱 코미디 사극'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현대인이 과거나 사극 속으로 돌아가는 타임슬립만큼이나 남녀의 영혼이 바뀌는 영혼 체인지 이야기가 비일비재하답니다. 그래서 원작이 웹소설 또는 웹툰인가 했더니 그것도 아닙니다. 둘 다 방송작가의 대본이 원작.
이야기의 재미만 추구하다보니 서로가 서로의 스토리라인을 가져다 쓰다보니 독창성이 사라져가는 시대가 도래한 걸까요? 두 드라마 제작진 모두 어느 쪽이 어느 쪽을 베꼈다는 애기 없이 서로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점만 강조하네요. 하지만 후대에 두 드라마 얘기를 하다가 헷깔려 혼돈하는 사람들이 비일비재하지 않을까 합니다.
사실 드라마의 때깔은 '이강달' 쪽이 빼어납니다. 영상도 예쁘고 국악 베이스의 음악도 탄탄합니다. 먼저 방영됐기에 이야기의 신섬함에서도 앞섭니다. 그렇지만 이야기의 깊이나 남녀 주인공의 케미를 놓고보면 '은도' 쪽이 한 수 위입니다. 몸연기와 멜로연기가 모두 가능한 다재다능한 김세정과 모성애를 자극하는 강태오 커플도 흡인력이 좋은 건 사실지만 사극 베테랑인 남지현과 신인 문상민의 케미가 좀 더 묵직합니다.

저는 특히 '은도'가 우리 전통소설인 홍길동 설화를 여성서사로 바꾼 발상 전환에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같은 서얼이라도 남성인 홍길동보다 여성인 홍은도가 신분차별의 문제점을 더 깊숙이 드러내는 효과를 발위하기 때문. 적서차별에 남존여비까지 더해져 신분제 사회의 모순을 더 강하게 비판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마치 수퍼히어로처럼 그려진 홍길동 설화를 매우 현실적 이야기로 부활시켰기 때문. 홍길동이 부잣집 곡식을 조금씩 훔쳐 가난한 사람들에게 골고루 나눠준 좀도둑에 불과했는데 수혜를 입은 사람들에 의해 의적으로 부풀려졌고, 그런 그를 지켜주기 위해 홍길동을 자처하는 백성들이 많아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한다'와 분신술을 쓴다는 이야기가 퍼졌다는 설정입니다.
여자 홍길동 내러티브의 화룡정점은 은조의 아버지를 1990년대 SBS 대형사극 '홍길동'의 히어로 홍길동 역을 맡았던 김석훈이 은조의 아버지 홍민직 대감 역을 맡은 것 아닐까 합니다. 허균의 원작 소설에선 이조판서와 좌의정을 지낸 홍문이란 문관이지만 드라마에선 여러 전장을 누빈 베테랑 장수 출신으로 병조판서까지 오른 무관으로 그려집니다. 이를 통해 여성이 은조가 백발백중의 명사수인 것 역시 아비의 피를 물려 받았기 때문이라는 설득력있는 서사가 마련됩니다.

반면 '이강달'은 그런 내러티브의 깊이가 부족하기 때문에 후반부에 가서 힘이 떨어집니다. 특히 중국 기서에 등장하는 상상의 새인 짐조를 어설픈 CG로 등장시킨 장면에서는 실소를 금하기 힘들 정도. 또 그 짐조를 사냥하는 장면 역시 얼마나 어설펐는지 모릅니다. 요즘 CG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데 그토록 어설픈 CG를 쓸거면 '은도'에서처럼 상상의 독초를 등장시키지 하는 탄식이 절로 나올 정도.
사실 '은도'의 홍은조 역에는 액션연기에 일가견이 있는 김세정 배우가 더 적합하다는 생각이 든 게 사실. 하지만 남지현 배우는 '백일의 낭군'에서 보여준 천연덕스러우면서도 깊은 눈빛 연기로 그 공백을 충분히 메웠습니다. 또 도월대군 역의 문상민 배우는 190cm가 넘는 큰 키의 신인배우임에도 역시 만만치 않는 눈빛 연기와 발성으로 김혜수 주연의 사극 '슈룹'에서 성남대군 역을 훌쩍 뛰어넘는 연기 내공을 보여줬습니다.
원래 오늘의 안부곡은 '이강달'의 삽입곡으로 쓰인 송소희의 '꿈이로다'를 소개하려 했습니다. 제가 워낙 송소희를 좋아하기도 하고 국악 품의 음악이 두 드라마와 모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 하지만 글을 쓰다보니 '은도' 얘기가 훌쩍 많아져 '은도'의 삽입곡으로 골라봤습니다. 'OST 여왕' 소리를 듣던 린의 계승자 자리를 넘보고 있는 케이시가 부른 'Again'입니다.
조선시대 배경 사극에 영어가사가 등장하는 노래라 처음엔 생뚱맞다 생각했는데 자꾸 듣다보니 나름 언밸런스한 매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고르고 보니 Again이란 제목이 '이강달' 끝나고 다시 비슷한 구도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은도'가 방영되는 현실을 묘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You are my only one
손 모아 바라던
그 순간이 날 찾아왔을 때
그리워 아껴둔
너의 사랑을 부를게
또 다시
너무 아름다워
지울 수 없던 모든 날들이
순간을 거슬러
서로를 처음 만난 곳에 우릴
You're my everything to me
나를 끌어당겼던
너라는 큰 햇살은 내게
다시 너를 본순간
내 맘이 널 부르고
또 다시 우리는 Again
커다란 너에게
숨죽여 기대어
말 못했던
진실을 속삭여
I will never leave you
수 없이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해
잔잔하고 고요해 진
내 마음 속 깊은
파도는 거칠게
요동치듯 네 앞에 데려다줘
You're my everything to me
나를 끌어당겼던
너라는 큰 햇살
내게
다시 너를 본순간
꿈 꾸듯 널 부르고
또 다시 우린
Come in my way
Come in my day
my everytime
Only one
그대라는 사람이 내 곁을
지키고
You're my everything to me
나를 끌어당겼던
너라는 큰 햇살
내게
You're my everything to me
다시 너를 본순간
꿈 꾸듯 너와 함께
Again
https://youtu.be/Jm6p61uLGSg?si=LzKbzJ_qi6b44W1Q
-2026년 2월 21일(완연한 봄날 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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