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관복을 타고났다던 이가 노년에 처절히 몰락했습니다. 만인지상 일인지하의 자리에 있다가 내란 가담자, 주요 종사자로 징역 23년 형을 언도받고 법정 구속되는 딱한 처지가 됐습니다. 대법원까지 그대로 확정된다면 100세를 넘길 때까지 옥살이를 면치 못할 터. 하지만 동정하는 이보다 사필귀정이라고 하는 이들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그만큼 그의 처신이 누(陋)하고 추(醜)했으니까요.
그래서 생각난 노래가 앨런 파슨스 프로젝트의 'Old And Wise'입니다. 죽음을 앞두고 내가 좀 더 나이들고 현명해졌다면 깊은 우정을 나눈 그대들을 친구라 부를 터이니 그대들 또한 나를 기억해달라는 감동적 노래죠. 기가 막히는 것은 유하 감독의 영화 '비열한 거리'의 엔딩씬에서 이 노래가 등장한다는 것.
주인공 병두(조인성 분)를 배신하고 죽음으로 몰아넣은 황 회장(천호진 분)이 한때 병두의 친구이자 부하였지만 역시 병두를 배신한 이들을 모아놓고 "가사의 뜻이 근사해"라며 이 노래를 부릅니다. 아름다운 노래조차 이렇게 더럽혀질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찌기 공자는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군자가 경계할 것을 3단계로 갈파했습니다. 젊어선 색(色), 중장년엔 투(鬪), 늙어선 득(得)을 삼가라고. 색은 성적 욕망을 말하고, 투는 성과와 승진을 위해 경쟁에 목매는 것을 뜻합니다. 그럼 득은 뭘까요? 자신이 이미 갖춘 것, 기득권에 대한 집착을 뜻하니 노욕으로 번역할만 합니다.
색(色), 투(鬪), 득(得)이란 3가지 욕망은 트로이의 미남 왕자 파리스의 사과를 얻기 위해 경쟁한 세 명의 여신과 연결해 설명할 수 있습니다.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어떤 여인이든 유혹할 수 있는 매력을, 지혜와 전쟁의 여신 아테나는 최고의 지혜와 전쟁에서 승리를, 최고의 신 제우스의 아내였던 헤라는 최고의 부와 권력을 약속하죠. 아프로디테가 색, 아테나가 투, 헤라는 득을 상징한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새파랗게 젊었던 파리스의 선택은 아프로디테였고 스파르타의 왕비였던 헬레나가 파리스의 유혹에 넘어가는 바람에 트로이 전쟁이 발생하게 됩니다. 만일 파리스가 중장년의 나이였다면 투에서 승리를 약속한 아테나를 선택했을 것이고, 노년의 나이였다면 득의 상징인 헤라를 선택하지 않았을까요?
나이 들수록 노욕을 놓고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을 주변에 나누고 베풀고 살아야 함을 한때 최고의 관복을 누리던 이의 말년 몰락을 보면서 더욱 절감하게 됩니다. old and wise를 비하하는 표현이 '노회(老獪)하다'입니다. 나이 들어 쌓인 경험과 노하우로 교활하다는 뜻. 노회한 이들은 노욕에서 자유롭지 못하니 자신의 경험과 지혜를 젊은이들에게 나눠주려기 보다는 그들을 등처먹을 생각밖에 하지 못합니다. 이참에 권력에 빌부터 출세한 관료 출신을 원로라고 우대하는 문화를 버리고 높은 관직과 담 쌓고 살았지만 원숙한 삶을 산 채현국, 김장하 같은 분들을 진짜 원로로 여기는 문화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As far as my eyes can see
There are shadows approaching me
And to those I left behind, I wanted you to know
You've always shared my deepest thoughts
You follow where I go
내 눈길이 닿는 곳마다
그림자들이 내게 다가오고 있어
나 떠난 뒤 남겨진 너희들이 알아줬으면 해
너희들은 늘 내 가장 깊은 생각들을 공유했고
내 경험을 따라줬지
And oh, oh, when I'm old and wise
Bitter words mean little to me
Autumn winds will blow right through me
And someday in the midst of time
When they ask me if I knew you
I'd smile and say you were a friend of mine
And the sadness would be lifted from my eyes
Oh, when I'm old and wise
오, 오, 내가 나이 들고 현명해지면
아무리 쓰디쓴 말에도 흔들리지 않으리
가을바람은 나를 관통해 갈 것이고
그리고 언젠가 세월의 한가운데서
내가 너희들을 아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웃으며 너희들이 내 친구였다고 말할거야
그러면 슬픔이 내 눈에서 걷혀질 거야
오, 내가 나이 들고 현명해진다면
As far as my eyes can see
There are shadows surrounding me
And to those I leave behind, I want you all to know
You've always shared my darkest hours
I'll miss you when I go
내 눈이 닿는 곳마다
그림자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어
나 떠난 뒤 남겨질 너희들 모두가 알아줬으면 해
너희들은 늘 내 가장 어두웠던 시간을 함께 했지
너희들이 그리울 거야, 내가 떠날 때가 되면
And oh, oh, when I'm old and wise
Heavy words that tossed and blew me
Like autumn winds, will blow right through me
And someday in the midst of time
When they ask you if you knew me
Remember that you were a friend of mine
As the final curtain falls before my eyes
Oh, when I'm old and wise
As far as my eyes can see
오, 오, 내가 나이 들고 현명해지면
나를 흔들고 강타한 무거운 말들이
가을바람처럼 나를 관통해 가겠지
그리고 언젠가 세월의 한가운데서
누군가 너희들에게 나를 알았느냐 묻는다면
너희들이 내 친구였음을 기억해줘
내 눈앞에 최후의 장막이 내려질 때
오, 내가 나이 들고 지혜로워질 때
내 눈길이 닿는 한
https://www.youtube.com/watch?v=YtqatqacYV4&list=RDYtqatqacYV4&start_radio=1
-2025년 1월 23일(전날의 강추위가 아침까지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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