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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안부곡

'1994년 어느 늦은 밤'과 '2024년 12월 3일 늦은 밤'

[jtbc]

 

 

1990년대 중반 발표한 노래 중에 제가 애정했던 노래입니다. 밤에 홀로 들으면 그 애틋함과 절절함에 가슴이 촉촉해지던 노래죠. 당시만 해도 이 노래 아는 사람이 드물었는데 이제는 유명한 노래가 됐나 봐요.

 

'싱어게인4'에서 필리핀 출신의 스무살 디바 59호 가수가 이 노래를 절창하는 것을 보고 깜놀. 또 외국인이 한국어 가사를 저렇게까지 절절하게 소화해내는 것을 보면서 K팝의 위상이 얼마나 대단한지에 두 번 놀랐습니다. 싱어게인 우승자로 외국인이 한 번 나올 때도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이 노래는 김동률이 작곡하고 김현철이 가사를 썼죠. 늘 궁금했던 건 1994년의 어느 밤이 구체적으로 며칠이냐였습니다. 검색해보니 앨범 발매일이 1994년 12월 1일이었고 그 얼마 전 음반 녹음 당일에야 가사가 완성됐다네요. 그날은 김동률 입대 하루 전날이었는데 머리를 깎고 나타난 김동률이 너무 불쌍해보여 녹음할 때 장혜진이 살짝 울먹이는 대목이 등장하게 된 배경이라고 하네요. 

 

문제는 김동률 군입대일이 언제인지가 불분명하다는 것. 그래서 결국 1994년의 어느 늦은 밤은 12월 1일 밤으로 상정해야 하는 거 아닐까 생각하다가 그 30년 뒤인 2024년 12월 3일에 벌어진 일이 떠올라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러고보니 그날 불법적인 비상계엄을 발동했다가 감옥에 간 전직 대통령이 독방에서 자신의 아내를 떠올리면 이 노래 가사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불손한 상상까지 하게 됐습니다.

 

'외로이 텅빈 방에/ 나만 홀로 남았을 때/ 그제야 나는 그대 없음을/ 알게 될지 몰라// 하지만 그대여 다른 건 다 잊어도/ 이것만은 기억했으면 좋겠어/ 내가 그대를 얼만큼/ 사랑하고 있는지를/ 사랑 하는지를'

 

웃프지만 이 노래를 들으면서 비뚤어진 사랑의 대가가 얼마나 혹독한지를 제발 좀 깨닫기를. 정작 그 사랑의 대상이 그 마음을 알아줄런지는 의문이지만. 또 법치주의를 부르짓던 사람이 정작 그 법치를 자신에게 적용할 때는 얼마나 못난이 짓을 하고 있는지를 제발 좀 깨닫기를....

 

 

오늘밤 그대에게

말로 할 수가 없어서

이런 마음을 종이 위에

글로 쓴 걸 용서해

 

한참을 그대에게

겁이 날 만큼 미쳤었지

그런 내 모습

이제는 후회할지 몰라

 

하지만 그대여 다른 건 다 잊어도

이것만은 기억했으면 좋겠어

내가 그대를 얼만큼

사랑하고 있는지를

사랑 하는지를

 

외로이 텅빈 방에

나만 홀로 남았을때

그제야 나는 그대 없음을

알게 될지 몰라

 

하지만 그대여 다른 건 다 잊어도

이것만은 기억했으면 좋겠어

내가 그대를 얼만큼

사랑하고 있는지를

사랑 하는지를

 

오오

 

하지만 그대여 다른 건 다 잊어도

이것만은 기억했으면 좋겠어

내가 그대를 얼만큼

사랑하고 있는지를

사랑 하는지를

 

그대 이제는 안녕

(1994년 어느 늦은 밤)

 

https://www.youtube.com/watch?v=V9LnMgg-9pk&list=RDV9LnMgg-9pk&start_radio=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