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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안부곡

'The Summer Knows'와 'Summer Knows'의 차이

[라임트]

 

 

브라질 태생의 미국 모델 겸 배우인 제니퍼 오닐 주연의 미국 영화 '42년의 여름(Summer Of '42)의 주제곡이죠. 2차 대전초 전쟁터로 떠나보낸 남편의 전사통보를 받은 젊은 과부와 그녀를 흠모하던 사춘기 소년의 비밀스러운 사랑이야기를 다룬 영화죠. 정작 영화 내용보다는 주연 여배우 오닐의 미모, 오닐보다 주제곡으로 더 유명한 작품입니다. 주제곡의 원래 제목은 '그해 여름(1942년의 여름)은 알고 있다'는 뜻의 'The Summer Knows'입니다. 

 

1971년 4월 영화 개봉 후 비장하면서도 아름다운 선율의 주제곡이 인기를 얻자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미셸 르그랑을 찾아가 노래화할 것을 제안했고 'The Way We Were'의 가사를 쓴 부부 작사가 앨런 & 머릴린 버그만이 영화 내용을 토대로 영어가사를 붙인 노래가 그해 8월 발표됐습니다. 해당 앨범은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랐고 미셸 르그랑의 주제곡은 1972년 아카데미 영화음악상과 그래미 최우수 악기연주 작곡상을 받았습니다. 이후 'The Summer Knows'는 앤디 윌리엄스, 프랭크 시나트라, 로라 피기, 나나 무스쿠리. 파트리샤 카스, 재키 에반코 같은 가수들의 사랑을 담뿍 받는 스탠더드 넘버가 됐습니다.

 

노래 뿐 아니라 연주곡도 많은 재즈 뮤지션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오늘은 미국의 흑인 피아니스트 행크 존스(1918~2010)가 죽기 2년 전에 발표한 재즈 트리오 연주 앨범에서 골라봤습니다. 매즈 빈딩은 더블 베이스 연주자, 빌리 하트는 드럼 연주자입니다. 원곡의 극적인 비장감을 덜어내고 담담하게 연주합니다. 이는 정관사 the를 뺀 'Summer Knows'라는 제목이 환기하듯 특정한 여름이 아니라 "여름하면 늘 그렇듯이"라는 느낌의 일상성을 부여합니다.

 

영화 '42년의 여름'의 한 장면. ©Warner Bros.

 

 

영화의 주인공은 한창 예민한 16세 소년이지만 연주의 주인공인 행크 존스는 이때 나이가 90세였습니다. 그런 연륜과 경륜의 차이가 '그해 여름을 알고 있다네'라는 종적이고 특별한 추억을 '여름은 알고 있다네'라는 횡적이고 일반적 추억으로 전환시켜준 것은 아닐까요?

 

행크 존스는 천재들이 넘쳐나는 미국 재즈신에서 드물게 대기만성형의 피아니스트였습니다. 30대에 엘라 피츠제럴드의 피아노 세션맨으로 발탁되며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해 술과 먀약 섹스로 동료들이 스러져가는 동안 성실하게 무대를 지켰고 49세가 된 1977년 'Great Jazz Trio'를 결성하면서 비로소 일반 재즈팬들에게도 명연주자로 각인되게 됩니다. 그리고 재즈 뮤지션치고는 드물게 음악적으로나 수명적으로 장수하는 뮤지션이 됐습니다. 그의 동생들인 테드 존스(트럼펫)와 엘빈 존스(드럼)가 상대적으로 일찍부터 두각을 나타냈고 각각 60대와 70대에 숨진 것과도 비교됩니다.

 

행크 존스 피아노 연주에는 유니크(unique)보다는 유니버설(universal)이란 형용사가 잘 어울립니다. 특별한 넘버를 개성넘치게 연주하다기 보다는 다양한 넘버들을 우아하고 세련되게 연주합니다. 그런 점에서 범용의 재즈 피아니스트라고 할 수 있죠. 'The Summer Knows'를 'Summer Knows'로 전환시켜내듯이.

 

P.S. 저는 1971년을 오닐이라는 이름의 두 미국 배우와 프랑스가 배출한 양대 영화음악가의 해로 기억합니다. 두 명의 오닐은 '42년의 여름'의 제니퍼 오닐과 '러브 스토리'(미국선 1970년 12월 개봉, 한국선 1971년 12월 개봉)의 라이언 오닐이죠. '42년의 여름'은 미셸 르그랑, '러브 스토리'는 프랑시스 레가 영화음악을 맡았습니다. '러브 스토리'는1971년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yQNRK3S7ts&list=RDlyQNRK3S7ts&start_radio=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