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석우의 오마이강 유튜브]
개띠여서 그럴까요? 저는 나이 먹어서도 눈이 오면 그렇게 좋더라구요. 어제 서울 전역에 첫눈이 내려 좋아하는 송창식의 '밤눈' 여러 버전을 틀어놓고 아내랑 술 한잔 했습니다. 첫눈치곤 눈발이 거셌는데 강허달림 버전의 '밤눈'이 제격이더군요. 특히 '눈발은 흩이고'로 시작되는 절정 대목에서 폭설처럼 퍼붓는 허스키 보이스와 거센 드럼 비트가 참 잘 어울리는 밤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안부곡으로 올리려는데 또 날이 말짱하게 개서 그런지 그 흥취가 안 살더군요. 그래서 배우에서 가곡작곡가로 변신한 강석우 씨의 '밤눈'을 바리톤 이응광 씨가 부른 버전을 골라봤습니다.
고인이 된 최인호 작가의 가사는 동일하지만 선율도 분위기도 전혀 다른 곡입니다. 송창식 작곡의 '밤눈'은 소리없는 아우성이 담긴 격정적 노래입니다. 흰 벌판에 소리없이 흰눈이 쌓이듯 떠나간 님에 대한 그리움이 차곡차곡 쌓이다 어느 순간 격정적으로 휘몰아쳤다가 다시 차분히 쌓이는 내적 리듬감이 살아있습니다. 슬프긴 한데 묘한 흥겨움이 숨어 있습니다. 그 흥겨움을 힘 삼아 님을 계속 그리워할 수 있겠다 싶은 희망어린 흥겨움입니다.
강석우 작곡의 '밤눈'은 그보다 훨씬 정적이지만 서정성이 돋보입니다. 가슴 깊이 응축된 그리움을 어쩌지 못해 오매불망 전전반측하는 절실한 가사에 좀 더 귀를 기울이게 만듭니다. '눈발은 흩이고/ 옛 얘길 꺼내/ 아직 얼지/ 않았거든/ 들고 오리라/ 아니면/ 다시는/ 오지도 않지'라는 대목은 오히려 잔잔하지만 사무칩니다.
가사 속 '아직 얼지 않은 것'은 눈이 아니라 님의 마음입니다. 나를 향한 그 마음이 얼어붙지 않았다면 그 마음을 다시 들고와 오래 간직하겠다는 뜻입니다. 그러면서 덧붙입니다. 그 마음이 얼어붙었다면 내 어찌 눈 내리는 밤 잠만 들면 님과의 추억이 깃든 흰 벌판 언덕으로 달려가겠냐며. 하지만 정작 그 언덕으로 가는 길은 멀기만 합니다. 밤새 눈이 쌓이는 동안 한 발짝, 두 발짝 멀리도 왔지만 아직도 도착하지 못했으니까요. 어쩌면 영원히 도착할 수 없는 건 아닐까요? 그래서 더욱 먹먹한 '밤눈'입니다.
시간이 되시면 두 곡을 비교하면서 한 번 들어보시기를.
한밤중에
눈이 내리네
소리도 없이
가만히 눈 감고
귀 기울이면
까마득히
먼 데서
눈 맞는 소리
흰 벌판 언덕에
눈 쌓이는 소리
당신은 못 듣는가
저 흐느낌 소리
흰 벌판 언덕에
내 우는 소리
잠만 들면 나는
거기엘 가네
눈송이 어지러운
거기엘 가네
눈발은 흩이고
옛 얘길 꺼내
아직 얼지
않았거든
들고 오리라
아니면
다시는
오지도 않지
한밤중에
눈이 내리네
소리도 없이
눈 내리는 밤이
이어질수록
한 발짝
두 발짝
멀리도 왔네
https://www.youtube.com/watch?v=KFE8EMSp-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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