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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안부곡

'The Windmills of Your Mind'가 일급의 영화음악인 이유

스티브 맥귄과 페이 더너웨이 주연의 영화 '크라운 어페어'의 한 장면. [유나이티드 아티스트]

 

영화 '42년의 여름'(1971) 주제곡 '(The) Summer Knows'에 대해 얘기하니까 떠오른 미셸 르그랑 작곡의 또 다른 노래입니다. '당신 마음 속 풍차들'이란 뜻의 'The Windmills of Your Mind'. 검색해보니 영어가사의 작사가가 'The Summer Knows'의 영어가사를 쓴 앨런 & 머릴린 버그만 부부더군요.

 

스티브 맥퀸과 페이 더너웨이 주연의 1968년 케이퍼 영화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The Thomas Crown Affair)'의 주제곡이었죠. 영화 사운드트랙에 실린 영국의 남자가수 노엘 해리슨이 부른 노래였고, 1969년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았습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시각장애 남자가수 호세 펠리치아노가 노래를 불렀죠.

 

하지만 제 뇌리에 박힌 노래는 아카데미 시상식 직후 발표된 영국 여가수 더스티 스프링필드(Dusty Springfield)가 부른 버전입니다. 영화 속 넘버는 속사포 같은 가사로 시작하지만 스프링필드의 노래는 첫 소절인 'Round'를 길레 뽑은 뒤 상대적으로 느린 속도로 가사를 읊조립니다. 그래서 귀에 더 쏙쏙 들어오고 여운도 짙게 남습니다. 이후 많은 가수들이 이 노래를 소화했는데 스프링필드 버전이 표준이 됐습니다.

 

사람들 마음 속에선 수많은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죠. 'The Windmills of Your Mind'는 그 생각들이 마음 속 풍차들이 빙글빙글 돌면서 길어올리거나 찧어내는 것이라고 노래합니다. 풍차는 둥그렇게 회전운동을 하는데 그 원형 이미지를 불러일으키는 나선, 바퀴, 실타래, 눈덩이, 대형풍선, 회전목마, 달, 시계, 사과로 연상작용이 이어집니다.

 

그러다 마침내 여름날 또는 뜨거운 청춘의 시기 사랑했던 연인의 얼굴과 가을날 아니면 열정의 시기가 끝난 뒤 헤어질 당시 조락의 계절 나뭇잎 색깔이던 그 연인의 머리카락 색깔로 미어집니다. 마치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이란 가사로 시작하는 윤연선의 '얼굴'을 떠올리게 하는 구조의 노랫말이죠.

 

그 마음 속의 풍차는 영화를 닮았습니다. 영사기에서 영상들이 쏟아져 나오듯 추억과 회환, 환영이 버무려진 이미지와 소리를 끊임없이 길어올리고 주조해내니까요. 심지어 그걸들을 빙글빙글 돌리기도 하고, 클로스업하기도 하고, 파편적 이미지들을 몽타주 기법으로 재구성내기까지 합니다. 영화팬들이 이 노래를 좋아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또한 미셀 르그랑이 20세기를 대표하는 영화음악가 중 한 명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Round like a circle in a spiral, like a wheel within a wheel

둥글게 둥글게, 나선 속의 원처럼바퀴 안의 또 다른 바퀴처럼

Never ending or beginning on an ever spinning reel  

영원히 돌아가는 실타래처럼 끝도 없고 시작도 없이

Like a snowball down a mountain, or a carnival balloon

산비탈로 굴러떨어지는 눈덩이처럼, 아니면 축제의 대형풍선처럼

Like a carousel that's turning running rings around the moon

빙글빙글 도는 회전목마처럼 달무리를 따라 도는

Like a clock whose hands are sweeping past the minutes of its face

시계판의 숫자들을 스쳐가는 시침과 분침을 지닌 시계처럼

And the world is like an apple whirling silently in space  

그리고 세상은 우주 속에서 조용히 회전하는 사과 같은 것

Like the circles that you find in the windmills of your mind

그대 마음 속 풍차들이 그려내는 동그라미처럼

 

Like a tunnel that you follow to a tunnel of its own

그대가 들어가는 터널 속에 이어지는 또 다른 터널처럼

Down a hollow to a cavern where the sun has never shone

한번도 태양이 비춘 적 없는 동굴 속 텅빈 구멍 아래

Like a door that keeps revolving in a half forgotten dream

반쯤 잊어버린 꿈 속에서 계속 돌고도는 문처럼

Or the ripples from a pebble someone tosses in a stream

혹은 누군가 냇물에 던진 조약돌로 생긴 물결처럼

Like a clock whose hands are sweeping past the minutes of its face

시계판의 숫자들을 스쳐가는 시침과 분침을 지닌 시계처럼

And the world is like an apple whirling silently in space 

그리고 세상은 우주 속에서 조용히 회전하 사과 같은 것

Like the circles that you find in the windmills of your mind

그대 마음 속 풍차들이 그려내는 동그라미처럼

 

Keys that jingle in your pocket, words that jangle in your head

그대 주머니 속에 쩔렁이는 열쇠들그대 머리 속에 울리는 단어들

Why did summer go so quickly, was it something that you said?

왜 여름은 그렇게 빨리 지나갔지? 그게 그대가 한 말이었던가?

Lovers walk along a shore and leave their footprints in the sand  

연인들이 해변을 함께 걸으며 모래에 발자국을 남기지

Is the sound of distant drumming, just the fingers of your hand?

이건 멀리서 들려오는 북소리인가? 그대의 손가락 튕기는 소리인가?

Pictures hanging in a hallway and the fragment of a song

복도에 걸려 있던 그림들과 한 노래의 단편적 가사들

Half remembered names and faces, but to whom do they belong?

절반만 기억하는 이름들과 얼굴들, 하지만 그게 누구였더라?

When you knew that it was over you were suddenly aware

끝났다는 것을 알았을 때그대는 불현듯 깨달았지 

That the autumn leaves were turning to the color of her hair

가을 나뭇잎들이 그녀의 머리칼색으로 변했다는 것을

 

Like a circle in a spiral, like a wheel within a wheel

둥글게 둥글게, 나선 속의 원처럼바퀴 안의 또다른 바퀴처럼

Never ending or beginning on an ever spinning reel

영원히 돌아가는 실타래처럼 끝도 없고 시작도 없이

As the images unwind

영상들이 흘러오네 

Like the circles that you find In the windmills of your mind

그대 마음 속 풍차들이 그려내는 동그라미처럼

 

 

https://www.youtube.com/watch?v=qKV9bK-CBXo&list=RDqKV9bK-CBXo&start_radio=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