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뇌가 깨닫기 전에 혀가 먼저 알았다. 감자칩과 토마토 케찹이 기막히게 어울리는 이유를.
유전자 분석을 통해 토마토가 감자의 조상이라는 사실이 새로 밝혀졌다. 감자가 줄기에서 맺히는 덩이줄기(괴경) 식물이 된 기원도 함께 규명됐다. 31일(현지시간) 《셀》에 발표된 중국 연구진의 연구결과다.
연구책임자인 중국농업과학원(CAAS)의 게놈 생물학자이자 식물 육종가 산웬 황 박사는 단언했다. "토마토가 감자의 어머니"라고. 정확히는 약 900만 년 전 초기 토마토 식물이 감자(솔라눔 투베로숨)와 닮았지만 덩이줄기가 없는 에투베로숨(솔라눔 에투베로숨)이란 식물과 교배해 태어난 잡종식물이 못생긴 감자가 됐다는 설명이다.
알파벳 발음도 엇비슷한 토마토(tomato)와 감자(potato)는 오늘날 세계인의 식탁에 빠질 수 없는 존재다. 토마토는 과일과 채소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고, 덩이줄기 식물인 감자는 채소의 특징이 뚜렷하지만 둘 다 덩굴줄기서 자라는 가지과의 식물이란 공통점을 지닌다. 고향도 같다. 남미 안데스산맥에서 자라던 식물이다. 다시 말해 콜롬부스의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한 1592년 이후 비로소 세계 곳곳에서 재배됐다는 말이다.
고향인 안데스산맥에서 자라는 감자는 수천 종류나 된다. 그러나 세계 곳곳에서 재배되는 감자는 이들 중 하나의 종자뿐이다. 이 종자는 새로운 지역과 기후조건에서도 잘 자랄 수 있어 선택된 것인데 이러한 적응력 또한 900만 년 전 교배의 선물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미국 유타대학교의 식물 분류학자이자 진화 생물학자인 린 보스 교수에 따르면 온갖 기후에서도 잘 자라는 감자의 놀라운 다양성은 어떻게 덩이줄기를 형성하게 됐는지의 기원과 함께 여전히 불분명하다. 종전 유전체 연구에 따르면 토마토와 감자 그리고 에투베로숨이라는 3가지 식물이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친척이란 게 밝혀졌다. 특히 에투베로숨은 덩이줄기 식물은 아니지만 감자와 가장 유사하다.
이에 흥미를 느낀 황 박사는 44종의 야생 감자, 3종의 에투베로숨, 15종의 야생 토마토의 유전자서열을 분석했다. 그 결과, 야생 감자에 토마토와 에투베로숨의 유전자가 혼합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황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이를 토대로 종전 연구들에서 이뤄진 이들 세 식물의 유전자 전체 분석을 토대로 모든 감자 유전체에서 균일하게 발생하는 이러한 유전자의 패턴이 "고대 이교배의 신호"라는 사실을 곧 깨달았다.
연구진은 토마토와 에투베로숨 유전자 내 돌연변이의 수와 유형을 비교해 토마토와 에투베로숨이 약 1300만 년 전 공통 조상에서 갈라져 나왔다고 추정했다. 워낙 오래 전 갈라졌기에 쉽게 교배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900만 년 전 두 계통의 식물이 우연히 교배에 성공하면서 감자가 태어나게 됐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이를 통해 감자의 덩이줄기 형성 유전자의 기원도 밝혀졌다. 감자 내에서 덩이줄기 형성의 스위치 역할을 하는 SP6A라는 유전자는 토마토에서 유래했다. 또 덩이줄기로 부풀어 오르는 지하줄기의 성장을 조절하는 또 다른 감자 유전자인 IT1은 에투베로숨에서 물려받았다. 두 유전자 중 하나라도 없으면 덩이줄기에 감자가 맺히지 않는다.
이렇게 토마토와 에투베로숨의 이종교배로 만들어진 덩이줄기는 최초의 감자에게 강한 생존력을 부여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첫째, 덩이줄기는 영양분을 저장해 열악한 조건에서도 살아남게 해준다. 둘째 ,수분 매개체나 성적 생식 없이 식물이 식물로 번식할 수 있도록 허용해 생식력을 강화시켰다.
연구진은 또한 덩이줄기가 초기 감자종의 다변화에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봤다. 토마토와 에투베로숨의 교배가 이뤄진 900만년 전은 안데스 산맥이 급격히 융기하던 시기였다. 이로 인해 서식환경이 급속도로 변화했지만 덩이줄기를 통해 생존력이 강화된 감자는 환경변화에 관계없이 번성할 수 있었고 다양한 종변화도 발생했다. 교배 이후 야생 감자는 토마토보다 약 20%, 에투베로숨보다 36% 빠르게 새로운 종으로 진화했다고 연구진은 추산했다.
황 박사는 "덩이줄기를 진화시킨 것은 가혹한 환경 속에서 감자에 엄청난 이점이 됐을 것"이라며 "그 결과 감자에서 새로운 종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오늘날 우리가 보고 의존하는 풍부한 다양성을 갖게 됐다"고 했다. 이종교배 단순히 새로운 종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적응형 기계를 구축했다"는 설명이다.
스위스 취리히공대(ETH 취리히)의 토마스 스텔들러 교수(진화유전학)는 이종교배로 감자가 탄생했다는 증거가 강력하다는 것에 동의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덩이줄기와 감자의 다양성이 파생됐다는 것은 여전히 의문이라면서 오히려 후속 연구가 더 기대된다고 밝혔다.
황 교수 연구진은 감자의 기원을 탐색하는 역사를 넘어 미래까지 내다보고 있다. 그들은 이번 발견이 씨앗을 통해 번식하는 새로운 감자 품종의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 예를 들어 감자의 IT1 및 기타 유전자를 토마토에 추가함으로써 '덩이줄기 있는 토마토'를 탄생시킬 수 있다는 것.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cell-com-ssl.libproxy.amc.seoul.kr/cell/fulltext/S0092-8674(25)00736-6)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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