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형 당뇨병 환자 팔에 주입된 유전자 변형 췌장 세포, 면역 공격 받지 않고 인슐린 생산에 성공
제1형 당뇨병은 체내의 면역체계가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의 베타세포(β-cell)를 파괴해 발생하는 자가면역 질환이다. 인슐린이 발견된 1921년 이후 100년 넘게 제1형 당뇨병 환자들은 인슐린 주사를 통해 이를 보완해 왔다.
이런 당뇨병 환자들을 인슐린 주사에서 해방시켜줄 새로운 세포치료법이 단 1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최초의 임상시험에 성공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4일(현지시간)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에 발표된 스웨덴과 미국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과학전문지 《사이언스》가 보도한 내용이다.
제1형 당뇨병 환자의 일부는 최신 첨단 혈당 모니터, 자동 인슐린 펌프, 지속형 호르몬으로도 혈당을 정확하게 조절하기 어렵다. 이들에게는 사망한 기증자의 췌장 내 베타세포가 몰려 있는 랑게르한스섬이란 내분비조직을 이식하는 치료법을 적용할 수 있다. 수혜자는 인슐린 주사에서 해방될 수 있지만 평생 면역 억제제를 복용해야 하며 기증된 베타 세포의 공급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이 시술이 시행되는 경우는 드물다.
미국 바이오기업인 사나 바이오테크놀로지(Sana Biotechnology)는 이 시슬을 받을 때 면역 억제의 필요성을 피하기 위해 CRISPR 게놈 편집기를 사용해 기증된 베타 세포 표면에서 면역 거부 반응을 유발할 수 있는 HLA-I과 HLA-II라는 단백질(조직적합항원)을 제거했다. HLA-I 또는 HLA-II가 없는 세포도 면역 체계의 공격을 받을 수 있기에 사나의 연구진은 대식세포 등의 면역세포에게 "나를 먹지 마"라는 신호를 보내는 CD47이라는 세포 표면의 단백질을 더 많이 생산하도록 베타 세포에 추가적 유전자 조작을 가했다.
움살라대 의대의 페르-올라 칼슨 교수(내분비학)는 설치류와 원숭이를 대상의 동물실험으로 그 효과와 안정성을 검증한 뒤 지난해 12월 인간 대상 첫 임상시험에 나섰다. 1987년부터 제1형 당뇨병 치료를 받아온 42세의 스웨덴 남성환자의 팔뚝 근육에 약 8천만 개의 HLA이 제거되고 CD47이 강화된 베타세포를 17회에 걸쳐 주사한 것.
이식 3개월 후, 연구진은 2중 양전자방출 단층촬영(PET)과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통해 세포가 여전히 환자의 팔 근육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인슐린 생산 생체지표 검사에서도 인슐린 생산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베타 세포가 면역 체계의 공격을 피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환자의 혈액에서 면역 세포를 분리해 분석했다.
이 세포들은 유전적으로 변형되지 않은 기증자의 베타 세포에는 즉시 달려들었지만 유전자 조작 베타 세포는 공격하지 않았다. 환자는 조작된 세포에 대해 항체를 만들지 않았는데, 이는 면역 체계가 이 세포를 통과시켰다는 또 다른 신호였다.
이 남성 환자는 여전히 당뇨병을 앓고 있으며 혈당을 유지하기 위해 인슐린을 복용해야 한다. 칼슨 교수는 “치료 용량의 7%에 해당하는 세포만 이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환자는 면역 억제 약물이 필요하지 않았다. 칼슨은 주사 부위의 마비 등 시술의 부작용은 경미했다며 “이것은 큰 성공"이라고 자평했다. 논문을 검토한 전문가들도 중요한 돌파구가 마련됐다며 확대된 임상시험이 필요하다고 높이 평가했다.
사나는 추가로 3개월 동안 이식된 세포가 계속 기능하고 면역 공격을 피할 수 있다는 데이터도 발표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독립적인 과학자들에 의해 검증된 것은 아니다. 칼슨과 동료들은 EU 규정에 따라 15년 동안 현재 이 치료를 유일하게 받은 이 환자를 계속 추적 관찰할 예정이다.
칼슨 교수는 현재 기증된 베타 세포보다 대량으로 쉽게 얻을 수 있는 줄기세포에서 배양한 베타 세포를 유전공학적으로 조작하는 다른 전략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연구 그룹에서는 이미 줄기세포 기반 이식 접근법에 대한 긍정적인 결과를 보고한 바 있다. 지난 6월 미국제약사 버텍스 파마슈티컬스는 임상시험에 참여한 환자의 83%가 인슐린 주사제 사용을 중단할 수 있는 실험적 치료법을 발표했다. 하지만 여전히 면역 억제제가 필요했다.
논문을 검토한 미국 미네소타대의 베른하르트 헤링 교수(면역학)는 "이는 중요하고도 놀라운 돌파구"라고 높이 평가했다. 미국 콜로라도대의 테일러 트리올로 교수(소아 내분비학)는 연구에서 가장 인상적인 결과는 "세포가 면역 파괴를 회피하는 능력"이라며 "이는 이와 같은 치료법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그들은 세포가 상당한 양의 인슐린을 생산할 수 있는지, 세포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는 혈관에 연결되는지, 면역 체계가 이식된 세포 중 일부를 여전히 공격하는지 등 더 자세한 내용이 해명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작하면서도 당뇨병 세포치료의 가능성이 현실화됐다고 긍정 평가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ejm.org/doi/full/10.1056/NEJMoa2503822?query=featured_home)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호모 퓌시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만성적 피로도 유전질환일 수 있다" (10) | 2025.08.08 |
---|---|
싸고 부작용 없는 리튬이 우리를 치매에서 구원해줄까? (10) | 2025.08.07 |
mRNA 백신 에이즈에도 통하나? (6) | 2025.08.02 |
토마토가 감자의 엄마라고? (9) | 2025.08.01 |
잠자던 암세포, 코로나 바이러스 입맞춤에 깨어나 (12) | 2025.07.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