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 5일 국내 개봉하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 관련 뉴스가 쏟아지고 있네요. 원작은 트로이전쟁의 영웅 오디세우스가 10년 전쟁의 종지부를 찍고 고향 이타카로 귀향하기 위해 떠돈 10년 세월을 담은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 '오디세이'는 오디세이아의 영어식 표기입니다.
이타카는 그리스 서부의 섬이고 트로이는 터키 서부 해안가에 위치한 항구도시여서 그 거리는 600km 안팎. 당시 항해술로도 3주 안팎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임에도 10년간 지중해를 떠돌아야 했죠. 그 이유가 신의 저주 때문인데 그 저주의 이유가 무엇 때문이냐가 이번 영화의 핵심 아닐까 합니다.
오디세이아에는 팜 파탈이 크게 셋 등장합니다. 아름다운 노래로 선원들을 홀려 투신자살케 하는 세이렌 자매들, 오디세우스를 남편 삼기 위해 무려 7년이나 사랑의 오랏줄 쇼를 펼친 바다의 요정 칼립소, 선원들을 돼지로 변신시킨 뒤 잡아먹는 마법의 요정 키르케입니다. 오디세우스는 이 셋 중에 딱 한 명의 유혹에 넘어가니 그 주인공은 키르케. 오디세우스와 대결에서 패한 뒤 승복과 복종을 택한 여인이었기 때문 아닐까 합니다.
그 대척점에 이타카에서 20년간 오디세우스를 기다리는 조강지처 페넬로페가 존재합니다. 페넬로페는 트로이전쟁의 총사령관 아가멘논의 조강지처 클리타임네스트라와 대조적 여인상. 클리타임네스트라는 남편이 없는 동안 정을 통한 불륜남과 공모해 10년만에 귀환한 남편을 첫날밤 도끼로 살해하는 마성의 여왕. 반면 페넬로페는 수많은 구혼자들을 뿌리치며 20년간 남편이 돌아오기만을 학수고대하는 정조의 여왕입니다.
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 간에는 텔레마코스라는 외동아들이 있습니다. 아버지가 없는 동안 밀어닥친 페넬로페에 대한 구혼자 무리들의 핍박에 시달리면서도 은연자중하며 아버지의 도래를 기다리는 신실한 아들이죠. 고난 속에서도 아버지 하느님의 명을 따르는 예수를 떠올리게 캐릭터입니다.
영화엔 등장하지 않는 다른 아들이 하나 더 있습니다. 1년간 동거했던 키르케와 사이에서 낳은 아들 텔레고노스입니다. 텔레고노스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가 아니라 '텔레고노이아'라는 또다른 서사시의 주인공으로 아비인 줄 모른 채 오디세우스와 싸움을 벌이다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점에서 예수가 아니라 오이디푸스를 닮은 비극의 캐릭터입니다. 텔레마코스가 '멀리서 싸우는 자'라면 텔레고노스는 '멀리서 태어난 자'라고 하니 더 의미심장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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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고노스까진 등장하진 않지만 꽃중년 오디세우스와 그의 귀여운 아들 텔레마코스가 동행하며 모험을 펼치는 작품이 있습니다. 프랑스 일본 합작 TV애니메이션으로 1987년 우리나라에도 방영됐던 '우주선장 율리시스'입니다. 31세기를 배경으로 한 율리시스라는 뜻의 'Ulysses 31'이 원제입니다.
오디세우스의 20년에 걸친 귀향 모험담을 담은 호메로스의 장편서사시 '오디세이아'와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스페이스 오디세이 2001'을 짬뽕한 작품. 우주선 이름은 '오디세이아'의 영어 표기인 오디세이, 선장 이름은 오디세우스의 라틴어 이름인 율리시스를 나란히 쓴 아주 뻔뻔한 작품이기도 하죠.
제가 '우주선장 율리시스'을 인상적으로 기억하는 것은 우주선 오디세이의 인공지능 셔카의 서늘하면도 풍성한 목소리 때문입니다. 셔카는 스탠릭 큐브릭 감독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의 중앙컴퓨터 할(HAL)을 여성화환 캐릭터. 더빙판에서 셔카 역을 소화한 성우 주희 씨의 목소리가 너무 매력적이었습니다. 훗날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Her'(2013)에서 스칼렛 요한슨이 목소리 연기를 맡은 인공지능 사만다를 선취한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놀란 감독의 '오디세이'에 키르케가 칼립소와 함께 상당한 비중으로 등장한다는 기사를 읽다가 불현듯 매력적 목소리의 인공지능 셔카의 철자가 궁금해졌습니다. 검색해보니 SHIRKA더군요. 역시나 키르케(Circe)의 영어 발음이 '시르세'인 것에 착안해 지은 이름이었습니다. 일본어 발음도 키루케와 시루세를 섞은 시루카더군요. 우리의 율리시스 선장님은 친아들을 대동한 모험길에서도 내연녀를 대동하고 다니셨던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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