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쟁의 방법 중 하나인 파업(strike)은 원래 '복종'의 뜻을 내포했다. 예컨대 군함이 투항이나 경례의 의미로 돛을 내리는 것을 strike라고 불렀다. 그런데 1768년 선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항의의 표시로 돛을 내렸다. 즉 strike를 굴복 행위에서 전략적 폭력 행위로 바꾼 것이다. 그들은 노동을 보유함으로써 자신들이 필수불가격한 존재임을 입증했다.'
-R F 쿠앙의 소설 '바벨' 2권 302쪽의 각주에서
strike는 여러모로 역설적 단어입니다. 그 뿌리는 strīkanan이라는 원시 게르만어로 거술러 올라가는데 '문지르다' 또는 '누르다'를 뜻했습니다. 이것이 고대 영어 strican으로 이어져서 '가볍게 지나가다', '문지르다', '쓰다듬다'를 뜻하게 됐습니다.
그러다 중세영어 strike가 되면서 양 갈래의 의미 진화가 발생합니다. 한 갈래는 표면을 쓸며 지나다 → 한 번 휘둘러 접촉하다→ 때리다로 의미변화가 발생합니다. 다른 한 갈래는 평평하게 만들다 → 아래로 내려 평평하게 하다 → 내리다로 의미전환이 이뤄집니다.
파업을 뜻하는 스트라이크는 바로 돛을 내리다 할 때의 'strike the sails'에서 파생했습니다. 돛은 물론 일체의 깃발까지 내리는 것은 'strike the colors'라고 표현하는데 공식적인 항복의 의미가 담겼습니다.
돛을 내리다 → 일을 중단하다 → 파업하다로 발전한 것. 스트라이크라고 하면 노동자들이 쇠파이프 같은 것을 들고 산업현장을 파손할 듯 위협하는 것을 연상하는 분들이 계시지만 계통이 전혀 다릅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비행동과 비폭력을 통해 파괴적 결과가 초래될 수 있음을 환기시키는 역설적 효과를 발생시킵니다.
'때리다'는 뜻의 strike 역시 어떻게 보면 대조적 의미를 동시에 띱니다. 야구의 스트라이크와 볼링의 스트라이크입니다. 야구의 스트라이크는 타자가 배트를 휘두르지만 제대로 맞히지 못한 공을 뜻합니다. 반면 볼링의 스트라이크는 공을 굴려서 10개의 핀을 모두 쓰러뜨리는 것을 뜻합니다. 야구에서는 맞히지 못한 공을 뜻한다면 볼링에서는 제대로 맞힌 공을 뜻한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똑같이 공을 던진 결과에 대한 용어인데 왜 대조적 의미를 갖게 된 걸까요? 관점의 차이에서 발생했습니다. 볼링의 스트라이크는 공을 굴린 사람의 관점에 입각한 용어입니다. 반면 야구의 스트라이크는 공을 던지는 투수의 관점이 아니라 그 공을 쳐야하는 타자의 관점에 입각한 용어입니다.
요즘 야구에선 타자를 보통 hitter라고 하지만 초창기에는 striker로 불렀습니다. 야구의 스트라이크는 그 스트라이커가 반드시 쳤어야 하는 한가운데로 들어온 공이라고 심판이 판정하면서 외친 게 기원이 된 겁니다. 다시 말해 공을 던지는 투수의 관점이 아니라 그 공을 쳐야하는 타자의 관점에서 볼과 스트라이크를 구별한 결과입니다.
strike가 대성양을 건너와 미국에서 새로운 획득한 경우도 있습니다. 담배 브랜드로 유명한 '럭키 스트라이크(lucky strike)'에 담긴 의미입니다. 1871년 출시됐으니 역사가 150년이 넘는 이 담배의 명칭은 미국의 골드러시 기간 금광 발견을 뜻하는 표현을 끌고 온 것입니다.
광부들이 곡괭이질을 하다가 금맥이나 광맥을 발견하는 것에 대해 'strike gold/strike a vein'이란 표현을 쓰게 됐고, 엄청난 행운이나 횡재를 뜻하는 'a lucky strike'라는 표현이 탄생하게 됐습니다. 여기서 strike는 곡괭이로 금맥을 떄리다, 치다에서 파생했다는 점에서 '때리다' 계통의 파생어로 봐야 합니다. 다만 수동적으로 행운의 세례를 받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행운을 쟁취해낸다는 함의가 담겼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2026년 8월 15일(흐리고 간간이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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