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잉글랜드와 프랑스의 전쟁하면 가장 유명한 전투가 아쟁쿠르전. 잉글랜드의 헨리5세가 전쟁영웅서사의 완벽한 주인공으로 떠오른 전쟁이죠. 하지만 정작 양국의 백년전쟁은 잔다르크의 등장과 함께 프랑스의 승리로 끝나죠.
오늘 월드컵 3,4위전의 전반전은 완전 아쟁쿠르전을 연상시키는 잉글랜드 압도의 전개였습니다. 4강전까지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점쳐지던 프랑스를 저지할 가능성이 가장 큰 팀으로 잉글랜드를 꼽았는데 그 예상이 크게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줬습니다. 한쪽 가드는 반쯤 내리고 서로의 펀치력 대결을 벌이고 있는데 해리 케인과 주드 벨링엄이란 원투 펀치를 뺀 잉글랜드의 펀치력이 훨씬 더 묵직했으니까요.
하지만 후반전 프랑스 수비의 핵인 우파메카노가 투입되면서 프랑스의 눈부신 추격전이 펼쳐졌습니다. 메시와 함께 득점 선두를 달리던 음바페는 두 골을 넣으며 10골로 단독 선수가 됐고요. 그래서 우파메카노가 잔다르크 역할을 수행하며 아쟁쿠르전이 아닌 백년전쟁의 서사가 완성되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부카요 사카의 햇트릭 완성과 위엄 가득한 벨리엄의 마무리골과 함께 6대4 잉글랜드의 승리.
전 5대3을 예상했는데 그걸 훌쩍 뛰어넘네요. 역대 3,4위 전 최대골을 기록한 재밌는 경기였습니다. 뭐 축알못들은 축구팬들을 모욕했다며 화도 내는데 원래 월드컵 3,4위전은 저렇게 골 풍년이 펼쳐지기 마련.
프랑스 입장에선 우파메카노라는 수비의 핵인 얼마나 중요한지 또 도움왕 마이클 올리세가 한두 골이라도 넣었다면 경기판세가 완전히 바뀌었을 텐데 하며 아쉬움을 삼킬 경기. 잉글랜드 입장에선 아르헨티나에 맞선 4강전에서 1대 0으로 앞섰을 때 수비수를 잔뜩 투입하지 않고 부카요 사카를 투입했더라면 이라는 아쉬움을 두고두고 새길 경기. 종합해보면 이번 월드컵은 메시-음바페-벨링엄으로 이어지는 축왕의 계보의 서사를 기막히게 펼쳐내지 않았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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