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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안부곡

킨제이 보고서를 인용한 뮤지컬 넘버를 아시나요?

ⓒPBS

 

 

퀴즈 하나. 미국 공연계 최고 권위상인 토니상은 1947년부터 시상됐습니다. 뮤지컬 부문이 포함된 것은 1949년부터입니다. 그럼 뮤지컬 부문 최초의 작품상을 수상작이 어떤 작품인지 아시나요?

 

미국의 전설적 작곡가 콜 포터가 작곡을 맡은 '키스 미 케이트'입니다. 셰익스피어의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극중극 형식으로 녹여낸 로맨틱 코미디의 고전이죠. 이 뮤지컬 최고의 넘버는 인터미션 시간이 끝나고 2막이 시작될 때 극 내용과 상관없이 극중 뮤지컬 공연 중 인터미션 시간을 맞아 쉬고 있던 주인공이 돼 관능적 춤 솜씨를 뽑내며 노래하는 'Too Darn Hot'입니다.  

 

작곡가 콜 포터가 관객을 위해 준비한 깜짝 선물과 같은 이 장면은 마치 구상화로 가득 채워놓은 화면 한복판에 추상화를 그려 넣은 현대미술 작품을 만났을 때와 같은 이질감을 불러일으킵니다. 그것은 마치 어지러운 꿈을 꾸다가 라디오의 음악소리에 문득 잠에서 깨어났는데 오히려 그때 마주한 현실이 오히려 꿈처럼 느껴지는 그런 순간을 빚어냅니다.  드라마의 극적 구성보다는 개별 에피소드의 시적 묘사를 좋아했던 콜 포터의 재능이 빛나는 장면이기도 하죠.

 

'젠장 더럽게 덥네'쯤으로 번역될 이 노래는 무더운 여름에 듣는 게 제격입니다. 영화에 직접 춤추며 노래한 앤 밀러를 포함해 엘라 피츠제럴드와 로라 피기 등 여러 가수들이 이 노래를 소화했는데 저는 귁가에 대고 속삭이는 듯하지만 풍성한 음색이 흘러 넘치는 미국 재즈가수 스테이시 켄트 버전이 제일 마음에 들더라고요. 중간의 색소폰 연주도 세련되면서 흥겨워 절로 몸을 흔들게 됩니다.   

 

노래 가사를 들어보면 느닷없이 '킨제이 보고서(Kinsey Report)'가 등장합니다. 킨제이 보고서 1권이 처음 발표된 시점이 1948년이니 '키스 미 케이트'가 무대화될 무렵 아주 핫한 내용이었죠. 그래서 남자들은 더울 때 그들이 가장 선호하는 '운동'을 멀리한다는 킨제이 보고서 내용을 해학적으로 인용하며 "사랑을 나누고 싶어도 너무 더워서 안되겠어"라고 투덜거리는 내용이랍니다. 

 

 

https://youtu.be/MvIexnA4Gfw?si=XQWaRnLsmDR1aN78

 

 

-2025년 7월 25일(뭉게구름에 여전히 땡볕 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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