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말 군산을 처음 가봤습니다. 지난해부터 달리기꾼이 된 마나님 따라 군산새만금마라톤 10km를 같이 뛰기 위해. 마나님은 1시간1분, 연습 두어번 한 저는 1시간7분이지만 어쨌든 완주에 성공.
숙소가 군산 구도심이었습니다. 바로 옆이 이성당 빵집. 가격 대비 빵만은 대전의 성심당보다 나은 거 같았습니다. 단팥빵과 함께 시그니처빵으로 팔리는 야채빵을 강추합니다. 또 걸어서 오분 거리에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1998)에 나오는 초원사진관이 있었구요. 2박3일 짧은 체류였지만 그 두 곳이 군산 관광의 폐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특히 초원사진관 주변에는 가성비 짱인 먹거리 볼거리가 즐비하더군요. 꽃게탕과 간장게장을 하는 째보식당과 소고기무국을 하는 한일관은 강추! 초원사진관서 사진 찍고 나와 인근 흑백사진관서 부부가 흑백 사진을 찍었습니다. 퀄리티도 가격도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보통 영화쵤영장소가 관광포인트 되는 거에 심드렁했는데 초원사진관만큼은 만족도가 120%였습니다.



초원사진관 뒷산은 '군산의 남산'이라 할 월명산이고 조금만 걸어 올라가면 그 산자락에 위치한 월명공원이 있습니다. 공원 올라가는 양 옆으로 벚꽃과 개나리 말고 동백도 폈는데 정말 예쁘더군요. 남도는 역시 동백!
월명공원 정상에 있는 돛대 같기도 하고 불꽃 같기도 한 30m 높이 수시탑( (守市塔)도 볼만 했습니다. 아쉬운 점은 정작 ‘도시를 지킨다‘는 수시탑에 대한 안내문은 없이 군산시 연혁만 떡하니 적혀있었던 점. 군산시 차원에서 관광 큐레이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월명호수도 예쁘다던데 걸어가기엔 멀어서 포기. 대신 차를 몰고 은파호수공원 일대를 한바뀌 돌았습니다. 군산은 남쪽에 있지만 바닷가여서 서울보다 춥더군요. 그래서 벚꽃이 서울보다 늦게 개화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은파호수를 관통하는 현수교 은파 물빛다리를 걷는데 호수 복판에서 매세운 바람이 몰아치는 것에 깜짝 놀랐습니다. 가까운 전주 분들이 군산에 오면 시장에 가서 잠바부터 사입는다는 말이 과장이 아님을 실감했습니다.


군산(群山)이란 지명은 바다 위로 섬들이 솟아있는 모양이 산들이 모여있는 것처럼 생겼다고 지어졌습니다. 군산 앞바다에 있는 고군산(古群山) 군도의 명칭이었던 것. 조선시대 고군산 일대에 있던 수군기지가 육지로 옮겨오면서 현재의 군산 지명이 됐다고 합니다.
군산과 목포는 일제가 곡창지대인 호남의 쌀을 일본으로 공출하기 위해 개발한 항구도시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많이 남아있는 일본식 목조 건축이 관광포인트가 되는 도시라는 공통점을 지닙니다.
흥미롭게도 두 도시 모두 '째보'라는 이름의 선창이 있습니다. 째보는 윗입술이 갈라져 태어난 언청이(구순구개열)의 다른 말입니다. 목포의 경우엔 선창가 형태가 ㄷ자로 한쪽만 터져있다고 째보로 불렸다 합니다. 반면 군산은 그곳을 장악한 객주의 별호가 째보여서 쨰보 선창으로 불렸다고. 초원사진관 인근 째보식당은 군산 죽성포구의 애칭인 째보선창을 딴 것입니다.
아내가 자기 사진 올리는 걸 질색하는데 이번엔 안 올릴 수 없어서 최대한 얼굴 가린 걸로 올려봅니다. 흑백사진은 '8월의 크리스마스'의 심은하 한석규 커플 느낌으로 찍은 것이라 어쩔 수 없이 저도 출연하니 양해 바랍니다^^
오늘의 안부곡은 '8월의 크리스마스' OST 중 조성우 씨가 작곡한 '초원사진관'을 골라봤습니다. 오보에 연주로 시작하는 잔잔한 연주곡이 영화는 물론 초원사진관 분위기와도 너무 잘 어울리는 음악이죠. 군산 관광의 심장으로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Mfoeimxcs_4&list=RDMfoeimxcs_4&start_radio=1
-2026년 4월 11일(흐리다 오후 되면서 화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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