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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맥거핀

중드 '경경일상'의 제목과 내용 풀이

경경일상의 남녀 주연을 맡은 백경정과 전희미 [iQIY]

 

 

중국 드라마 '옥을 찾아서'의 여주인공 티엔시웨이(전희미)의 전작 '경경일상(卿卿日常)'을 재밌게 봤습니다. 처음엔 주연을 맡은 전희미의 귀여움으로 보다가 뒤로 갈수록 다양한 조연 남녀들의 사연과 연기가 재밌어 40회를 완주할 수 있었습니다. '옥을 찾아서'와 또다른 재미를 안겨주더군요.

 

먼저 경경일상이란 제목은 무슨 뜻일까요? 경경(卿卿)은 부부의 다정한 정경을 묘사하는 '경경아아(卿卿我我)'라는 사자성어를 압축한 표현입니다. 경경아아의 출전은 후한부터 동진시대까지 명사들의 일화를 모아서 송나라 때 편찬된 '세설신어'에 실린 위진시대 명사인 왕융 부부의 에피소드입니다.

 

왕융은 입신출세를 거부하던 죽림칠현의 막내지만 결국 출사해 승승장구하면서 부귀영화를 누린 '빼어난 속물'이었죠. 그 부인은 그런 남편을 경()으로 불렀는데 본시 이 호칭은 임금이 신하를 부를 때 호칭이라고 왕융이 거부감을 보이자 "당신을 가까이 하고 사랑하는 나 아니면 누가 당신을 경으로 불러주겠느냐"고 애교를 부리자 웃으며 넘어갔다는 이야기죠.

 

'마누라가 예쁘면 처가집 말뚝에다 절을 한다'는 속담처럼 마누라 애교에 넘어가 남편을 하대하는 호칭도 좋아라했다고 풍자하는 내용이지만 '당신을 경으로 부를 수 있는 건 나 뿐'이라는 卿卿我我가 화목한 부부 또는 연인의 뜻으로 전환된 사례입니다. 따라서 경경일상은 '화목한 부부의 일상'으로 풀이됩니다.

 

'경경일상'의 다섯번째 왕자(오소주)인 윤기(창륭 분)와 아내 상관정(범수기 분) 부부 [iQIY]

 

 

2022년 발표된 드라마는 '구천(九川)'이라는 나라를 배경으로 하는 가상역사극. 구천은 중국 최초의 왕조 국가인 하나라의 시조가 된 우임금이 중국의 오랜 난제였던 치수(治水)에 성공하면서 중국 대륙을 아홉 지역으로 분류한 구주(九州)의 변용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구천의 통합 군주가 사는 중앙의 신천(新川)은 다른 팔천 지역에서 보낸 여인들을 소주(왕자)들의 비로 삼는 일종의 결혼동맹을 맺는데 남녀가 평등하고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는 서남부의  제천(霽川) 출신 이미(전희미 분)가 빨리 고향으로 돌아가소 싶어 병약해 오래 못 살 거라는 여섯번째 소주 윤쟁(백경정 분)과 백년가약을 맺은 뒤 진짜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원작소설은 청나라 5대 황제인 옹정제와 옹정제의 사랑을 받은 후궁 희귀비 견환(6대 황제인 건륭제의 생모)의 사랑을 다룬 작품이라고 합니다. 옹정제는 네째 왕자였는데 형제들과 치열한 권력투쟁 끝에 황제에 올랐고 본처와 여러 첩 중에서 견환을 가장 사랑했다고 하죠. 드라마는 이를 모티브로 삼아 '귀여운 먹보' 이미지를 필살기 삼아 미래의 신천주(신천의 왕)가 될 윤쟁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이미의 활약으로 봉건왕조 체제의 남존여비가 깨지고 여권신장과 일부일처제가 확립되는 과정을 그려낸 페미니즘 사극입니다.

 

옹정제와 견환 또 그를 모티브로 한 윤쟁과 이미가 사랑을 쌓아가는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정조와 성덕임의 사랑을 그린 이준호-이세영 주연의 한국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2021)이 떠오르긴 합니다. 그로 인해 표절 논란도 있었다는데 비슷하다고 다 표절로 몰고가는 건 옹졸한 민족주의적 반응 아닐까 합니다. 경경일상에선 윤쟁-이미 커플 뿐 아니라 다른 왕자와 왕자빈 커플의 팔색조 사랑 얘기가 함께 펼쳐집니다. 저는 맹하지만 착한 다섯번째 소주 윤기(창륭 분)와 남자 뺨치게 용맹한 상관정(범수기 분) 커플이 사랑에 눈 떠가는 과정이 참 좋더라고요.

 

경경일상은 '옥을 찾아서'를 공동제작한 중국 동영상 플랫폼 아이치이(iQIY)가 제작했더군요. 아이치이는 중국 최대 포털인 바이두가 투자한 회사라는데 드라마 만듦새가 심상치 않습니다. K드라마가 잔뜩 긴장해야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 아이치이가 발굴한 간판스타 전희미에 대해  '일본의 여우' 이마다 미오에 필적할 '중국의 여우'라 말씀드렸는데 검색해 보니 둘이 1997년 생 스물아홉 동갑내기더군요.

 

'옥을 찾아서'에서처럼 '경경일상'에도 회차가 바뀔 때마다 다양한 삽입곡이 등장합니다. 가장 맘에 드는 곡은 오프닝 연주곡인 '경심()'. 경경아아하는 마음, 곧 부부애가 담긴 마음이란 뜻. 들어보시면 알겠지만 중국의 전통적 선율을 세련된 악기 연주로 녹여냈습니다. 작곡가는 후샤오우(胡小鸥)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5O1rV8R_cgg&list=RD5O1rV8R_cgg&start_radio=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