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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안부곡

타코가 일깨운 '트럼프 쇼'의 진실

;[타코 유튜브]

 

 

미국 정가에서 ‘타코(TACO)’가 유행어가 됐다죠? ‘트럼프는 늘 꽁무니를 뺀다(Trump Always Chickens Out)’의 약어. 캐나다 멕시코 중국 상대로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고선 실제 발효 직전에 세율을 낮추거나 철회하거나 이란 전쟁 위기 국면에서 강경 발언 후 물러서는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이는 것에 대한 신랄한 풍자가 담긴 표현. 그 타코로 인해 전 세계 유가시장과 주식시장이 연일 널을 뛰고 있습니다.

 

요즘 미국을 보면 수퍼카 운전대에 유치원생을 앉혀둔 것 같습니다. 세계 최강 군대의 지휘권을 치매 노인에게 맡긴 꼴이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심지어 그 치매 노인이 죽기 전에 "나 혼자 가기 억울해, 다 같이 가자"며 핵버튼을 눌러도 막을 방도가 없습니다. 어쩌겠습니까? 그게 미국민의 선택인 걸. 3.1운동 때 우리가 그토록 절실하게 외쳤던 민족자결 원칙의 결과인 걸....

 

미국은 올해 7월 독립 및 건국 250주년을 맞습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현재의 미국 모습을 보면 뭐라 할까요? 영국 국왕의 자의적 통치에서 자유로운 나라가 됐다며 자축할까요? 힘이 아니라 헌법에 근거해 통치되고 삼권분립에 의해 독재자의 등장을 막았다며 손뼉 치며 좋아할까요?

 

TACO하니까 1980년대 댄스곡으로 이름을 날린 네덜란드 가수가 생각났습니다. 1955년 인도네시아에서 네덜란드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네덜란드는 물론 벨기에와 독일, 미국, 싱가포르 등 세계 곳곳을 떠돌며 살았다는 점에서 원조 보보스(BoBos)라 할만한 타코 오커세(Taco Ockerse). 독일에서 연극배우 활동을 하다 1982년 스물여섯에 싱글 앨범 하나를 냈는데 생애 최고의 히트곡이 됩니다. 바로 ‘Puttin’ on the Ritz‘라는 노래죠.

 

타코가 직접 작곡한 노래가 아닙니다. 1927년 러시아 출신으로 미국 대중음악의 아버지뻘 쯤 되는 어빙 벌린이 작사작곡한 노래가 원곡이죠. 노래 제목에 들어간 Ritz는 오늘날 리츠칼튼체인의 원조 호텔. 영국 런던에 자리잡은 본점은 20세기 초 최고급호텔의 대명사였습니다. 그에 연원한  Puttin’ on the Ritz라는 표현은 '리츠호텔 로비에서도 어울릴 정도로 멋지게 차려 입다'라는 속어였습니다. 

 

흥미롭게도 정작 노래의 무대는 영국 런던이 아니라 미국 뉴욕에서도 흑인들 슬랭가로 유명한 할렘. 타코의 노랫 속 맨해튼의 중심가인 '파크 애비뉴'도 원곡에선 할렘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레녹스 에비뉴'였다고. 당시 리츠 호텔 지점이 뉴욕에도 있었지만 할렘이 아니라 맨해튼에 위치했는데 왜 할렘이 등장한 걸까요?

 

1920,30년대 할렘에선 '할렘 르네상스'라는 문화현상이 펼쳐집니다. 남북전쟁을 통해 노예에서 해방된 흑인들이 농촌에서 도시로 이동하며 슬랭가가 형성됩니다. '아메리칸 드림'이 이뤄질 줄 알았다가 도시 빈민 신세를 면치 못한다는 것을 자각한 흑인들이 자신들에 대한 각성을 토대로 자신들만의 독자적 문화 활동을 전개합니다. 그 일환으로 할렘일대에는 한껏 멋지게 치장한 흑인들이 등장하고 흥겨운 흑인들 문화에 부합하는 블루스와 재즈 공연장이 활성화됩니다. 

 

 Puttin’ on the Ritz 원곡은 그런 할렘 르네상스를 지켜보는 백인들의 이중적 시선이 담겼습니다. '오늘만 살거야? 분수에 안맞게 왜 저렇게 사치를 부리는 거지?'라는 풍자와 '그래, 주눅들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을 즐길 줄 아는 흑인들 참 대단하네'라는 감탄이 뒤섞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타코 유튜브]

 

 

1930년 발표된 동명 뮤지컬 영화 삽입곡으로 쓰이면서 흑인 특유의 흥겨움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세월이 지날수록 흑인문화에 대한 경멸이 섞인 것 아니냐는 비판에서 자유로올 수 없었습니다. 어빙도 이런 비판을 의식해 1946년 '블루 스카이즈(Blue Skies)'이라는 또다른 뮤지컬 영화에서 프레드 아스테어가 이 노래를 부를 때 '레녹스 애비뉴'를 '파크 애비뉴'로 개사하고 할렘 관련 내용을 다 뺐습니다. 또 흑인 매춘부의 대명사격인 룰루 벨(Lulu-Belle)이라는 이름을 빼는 대신 할리우드 유명배우 개리 쿠퍼와 백인 부자의 대명사인 록펠러가 들어가게 됐습니다.

 

1982년 타코의 노래는 이렇게 개사된 가사를 거의 그대로 썼습니다. 게리 쿠퍼 다음에 들어가는 Super-duper라는 여성백보컬의 추임새를 넣은 정도의 변화만 줬죠. 노래는 당시 유행하던 신스팝(신디사이저를 적극 활용한 댄스 리듬의 팝) 풍으로 편곡해 현대적 감각의 댄스곡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문제는 뮤직비디오에서 원곡의 느낌을 살린다며 타코 자신이 흑인인양 블랙 페이스 분장을 하고 등장한 것. 당시 한국은 둔감했지만 영미권과 유럽에서 블랙 페이스는 인종차별적 행위로 지탄 받기 시작하던 때라 많은 수정이 이뤄졌다고. 지금 다시 보니 '블루 스카이스'의 프레드 아스테어의 연미복 차림을 흉내낸 것 같지만 블랙 페이스 느낌을 완전히 덜어내진 못했네요.

 

이 노래 숨겨진 흑인 비하의 메시지를 일단 덜어내고 가사 자체만 충실히 해석하면 뭐가 보이시나요? 부자들과 배우들 의상은 물론 패션 아이템까지 흉내내기 바쁜 현대인의 초상이 보이지 않으시나요? 어떤 영화나 드라마에서 특정 배우가 착용한 패션 아이템의 브랜드가 뭐고 얼마짜리냐가 중요한 정보가 되는 시대. 실체와 무관하게 명성 자체가 돈이 되고 선망의 대상이 되는 '레디이 두아'의 시뮬라시옹의 시대. 모방욕망의 극대화로 욕망의 대상보다 욕망 자체가 모방되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 대한 풍자 아닐까요?

 

바로 그런 허상과 가상이 현실이 되는 시대를 살고 있기에 리얼리티 쇼가 창조한 가짜 부자, 가짜 보스가 현실을 지배하는 '트럼프의 시대'를 우리가 살고 있는 건 아닐까요? 피터 위어 감독의 영화 '트루먼 쇼'에선 주인공 트루먼(짐 캐리 분)이 살아가는 가상현실은 트루먼만 모르고 세상사람들은 다 알죠. 반면 트럼프 주연 감독의 '트럼프 쇼'에선 트럼프가 제멋대로 상상과 변덕으로 써내려가는 각본에 세상사람들이 다 놀아나고 있다는 생각은 저만의 착각일까요?

 

[파라마운트 픽처스]

 

 

 

If you're blue and you don't know where to go to

Why don't you go where fashion sits?

Puttin' on the Ritz

Different types who wear a day coat

Pants with stripes and cutaway coat, perfect fits

Puttin' on the Ritz

 

기분 우울하고 갈 곳 없다면
패션 중심지로 가보는 건 어때?
기깔나게 차려 입고
일상복으로 정장을 차려입은 다양한 사람들
스트라이프 연미복 차림에 완벽한 핏
기깔나게 차려 입었지

 

Dressed up like a million-dollar trouper

Trying hard to look like Gary Cooper (Super-duper)

Come, let's mix where Rockefellers

Walk with sticks or umbrellas in their mitts

Puttin' on the Ritz

 

백만 달러 출연료를 받는 배우처럼 쫙 차려입고
게리 쿠퍼처럼 보이려고 공들인 (정말 대단해)
자, 억만장자들과 어울려 보자고
고급 장갑 낀 손 단장이나 우산을 들고 걷는 곳으로
기깔나게 차려 입고

 

Have you seen the well-to-do

Up and down Park Avenue?

On that famous thoroughfare

With their noses in the air

High hats and Arrow collars

White spats and lots of dollars

Spending every dime for a wonderful time

 

부자들 본 적 있어?

파크 애비뉴 위아래를 오가는
그 유명한 대로 위에서
코를 높이 치켜들고
높은 모자와 화살 모양 칼라,
하얀 각반까지 차려 입으려 
아낌없이 쓰지 잠깐의 멋진 시간을 위해

 

If you're blue and you don't know where to go to

Why don't you go where fashion sits?

Puttin' on the Ritz

Different types who wear a day coat

Pants with stripes and cutaway coat, perfect fits

Puttin' on the Ritz

 

기분 우울하고 갈 곳 없다면
패션의 중심지로 가보는 건 어때?
기깔나게 차려 입고
일상복으로 정장을 차려입은 다양한 사람들
스트라이프 연미복 차림에 완벽한 핏
기깔나게 차려 입었지

 

Dressed up like a million-dollar trouper

Trying hard to look like Gary Cooper (Super-duper)

Come, let's mix where Rockefellers

Walk with sticks or umbrellas in their mitts

Puttin' on the Ritz

 

백만 달러 출연료를 받는 배우처럼 쫙 차려입고
게리 쿠퍼처럼 보이려고 공들인 (정말 대단해)
자, 억만장자들과 어울려 보자고
고급 장갑 낀 손에 단장이나 우산을 들고 걷는 곳으로
기깔나게 차려 입고

 

Dressed up like a million-dollar trouper

Trying hard to look like Gary Cooper (Super-duper)

If you're blue and you don't know where to go to

Why don't you go where fashion sits?

Puttin' on the Ritz

Puttin' on the Ritz

Puttin' on the Ritz

Puttin' on the Ritz

 

백만 달러 출연료를 받는 배우처럼 쫙 차려입고
게리 쿠퍼처럼 보이려고 공들인 (정말 대단해)

기분 우울하고 갈 곳 없다면
패션 중심지로 가보는 건 어때?
기깔나게 차려 입고

기깔나게 차려 입고

기깔나게 차려 입고

기깔나게 차려 입고

 

Downtown, uptown

Get your kicks at the Ritz

Dine and wine, but not 'til nine

The time is right for us tonight

We can move, move to the rhythm

We can move, dance to the rhythm nice and easy

I want you to move

Put it on, puttin' it on, puttin' it on, puttin' it on

The R-I-T-Z, how about you and me says—

 

다운타운, 업타운

최고급 장소에서 즐거움을 만끽해
저녁 식사와 와인, 하지만 9시 전에는 안 돼
오늘 밤은 우리에게 딱 좋은 시간
우리는 움직일 수 있어, 리듬에 맞춰 움직여
우리는 움직일 수 있어, 리듬에 맞춰 부드럽고 여유롭게 춤춰
네가 움직였으면 좋겠어
입어봐, 입어봐, 입어봐, 입어봐 
기깔나게, 너와 내가 함께라면 말야—

 

https://www.youtube.com/watch?v=nhnvzrIOhp0&list=RDnhnvzrIOhp0&start_radio=1

 

 

 

-2026년 3월 27일(맑지만 미세먼지 최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