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군대는 쿠데타의 유구한 역사를 지녔다. 하지만 해체하진 않았다. 대한민국 경찰은 일제강점기부터 권력의 주구로 악명이 자자했고 광복 후엔 공안수사와 고문으로 지탄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해체하진 않았다. 한국 재벌의 대명사 삼성그룹은 창업자 이병철부터 이건희, 이재용까지 3대가 정경유착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이병철은 최고권력자과 독대로 위기를 벗어났지만 이건희는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고, 이재용은 구속됐다. 하지만 해체하진 않았다.
유독 대한민국 검찰만 예외다. 전체 검사의 20%도 안 될 '정치검사'의 패악질에 아예 검찰 조직 전체가 해체되고, 수사권 박탈이 예고된 상태다. 검찰청이 수사권 없이 기소만 담당하는 기소청과 기소숸없이 수사만 맡는 중수청으로 쪼개진다. 과연 현역 검사 중에 중수청으로 갈 검사가 얼마나 될런지....
민주당 정권 정치인들을 겨냥한 잇따른 정치적 수사에 대한 보복이라면 소아병적 행태 아닌가. 구성원이 2300명 정도 앞서 세 조직과 달리 작으니까 만만해서라면 헌법을 무시하는 작태 아닌가. 아무리 그래도 법치주의의 핵심을 이루는 법조 3륜의 한 바퀴를 그렇게까지 망가뜨리고 싶으면 개헌이라는 대수술을 거쳐야 하는 거 아닐까?
공화주의는 군주정 귀족정 민주정 어느 체제나 타락할 위험이 있기에 그걸 상호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의 3권 분립 또한 특정 기관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도입됐다. 모든 권력은 부패하기 쉽다는 회의적 권력관이 그 밑바탕에 깔려 있다.
김기춘-우병우-윤석열로 이어지는 정치검찰의 폐해가 심각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우민은 생각하다. 검찰 쇄신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다고 검찰을 단순 '기소 머신'으로만 만들고 수사권을 모두 경찰로 넘기는 게 답일까?

정치검찰이 문제라면 정치검찰을 발붙이지 못하게 하면 된다. 정치인 관련 사건으로 명성을 얻은 뒤 정치권으로 진출하려는 정치검사를 차단하려면 검사를 그만둔 뒤 10년 간 정치활동을 금지시키는 법적 장치를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처럼 정치인에 대힌 수사 자체를 죄악시한다면 부패정치인들만 살기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공회주의의 회의적 권력관에 입각한다면 검찰-경찰-공수처가 상호 견제하도록 유도해야 하는데 검찰이 밉다고 과거 일제와 독재정권의 주구 노릇을 한 경찰에 힘을 몰아주는 형세가 되고 있지 않은가. 여우 잡겠다고 늑대 들이는 우를 범하는 건 아닌지 우민은 묻고 싶다.
경찰의 제식구 감싸기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 현상이다. 영미권에서는 경찰이 동료 경찰의 비리에 대해 침묵하거나 은폐하는 이런 조직문화를 ‘침묵의 푸른 벽(Blue Wall of Silence)’이라고 부른다. 경찰 제복이 전통적으로 푸른 색이어서 붙여진 명칭이다. ‘경찰의 침묵 규율’로도 번역될 이런 조직 문화를 깨기 위한 제도적 장치 없이 일방적으로 경찰에게 힘 실어주기는 공화주의적 권력관에 배치된다는 게 우민의 판단이다.
민주당이 집권당의 역할을 수행하려면 '원한의 정치'에서 벗어냐야 하다. 다수가 배가 아프다는 이유로 소수를 괴롭히고 박해하는 정치다. 집값 폭등을 잡겠다면서 다수의 무주택자들 한풀이해주듯 소수의 유주택자를 마녀사냥하려는 유혹에 넘어가는 것. 훨씬 숫자가 많은 학생들 인권을 내세우며 숫자가 적은 교사들 훈육의 권리를 박탈하는 것. 다수의 환자들 편에 서겠다면서 소수의 의사 전체를 양심불량자로 몰고가는 것. 수가 훨씬 많은 경찰들 기세워 준다며 소수의 검찰만 '권력의 시녀' 취급하는 것.
다수결의 원칙 아래 자행되는 이런 원한의 정치를 넘어서 공자가 그토록 강조한 '천하위공(天下爲公)'의 정신을 견지하는 것. 그게 진정한 공화주의의 실현 아닐까라고 우민은 생각한다. 우민의 귓가에는 지난해 어느 검사가 사석에 남긴 말이 아직도 맴돌고 있다."윤석열이 백 번 잘못 한 게 맞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검찰 조직 자체를 해체하는 게 맞나요? 쿠데타를 벌인 박정희와 전두환을 배출했다고 군대를 해체하진 않잖아요?"
-2026년 3월 21일(맑고 따뜻)
#우민은 '어리석은 백성(愚民)'이자 '근심하는 백성(憂民)'인 동시에 '또 하나의 백성(又民)'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제 자신에게 붙인 별호입니다. 우민일기는 전지적 작가 시점에 가까운 '맨스플레인'에서 벗어나보자는 생각에 제 자신을 3인칭으로 객관화하려는 글쓰기 시도입니다.
'우민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은 이분법과 경제학의 대항마 (0) | 2026.03.07 |
|---|---|
| 왜 노한동이란 필자가 언론에 보이지 않을까? (0) | 2026.02.11 |
| 화이불치? 화이부실! (0) | 2026.01.29 |
| 미국은 이제 美國 아니라 迷國 (1) | 2026.01.27 |
| 우리는 왜 요리 프로를 보면서도 인성을 따질까? (1) | 2026.0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