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현실적'이란 표현은 이런 사태를 접할 때 써야하는 거 아닐까요? 한국 아이돌그룹이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의 끝판왕인 핑크 플로이드의 앨범 기념 리메이크 작업에 참여하다니요? 핑크 플로이드와 한국 걸그룹 피프티피프티의 공식 유튜브 홈페이지에 동시 발표된 'Wish You Were Here'를 보고 또 보면서도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Wish You Were Here'는 1975년 발표된 동명 앨범의 타이틀곡입니다. 밴드 역사상 최다 판매량을 자랑하는 앨범 'The Dark Side of the Moon'(1973)와 두번째로 많이 팔린 앨범 'The Wall'(1979)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는 앨범이기도 합니다 양복 입은 두 남성이 악수하고 있는데 그중 한 명은 불길에 휩싸여 있는 앨범 커버 사진이 특히 유명하죠.
그 앨범 발표 60주년을 기념해 세계 가국의 아티스트들이 앨범 수록곡을 불렀는데 한국의 피프티피프티가 타이틀곡을 부른 겁니다. 핑크 플로이드는 상업주의에 반대하고 음악적 자존심 높기로 정평 난 그룹인데 이게 가능하다고요?
정신을 차리고 핑크 플로이드 멤버 중에 생존한 사람이 누군가 찾아봤습니다. 핑크 플로이드는 1965년 시드 배럿(기타, 리드 보컬), 닉 메이슨(드럼), 로저 워터스(베이스, 보컬), 리처드 라이트(키보드, 보컬) 4인조로 출발했고, 1967년 참여한 기타리스트 데이비드 길모어까지 다섯 명이 핵심 멤버입니다.

밴드 결성과 음악적 방향성을 설정한 초대 리더 시드 배럿은 마약중독으로 인한 건강 상의 문제로 1968년 자진 탈퇴했습니다. 'Wish You Were Here'은 그런 그를 기리며 제작된 앨범입니다. 배럿은 다시 밴드로 돌아오지 않았고 화가로 활동하다가 2006년예순의 나이에 숨집니다. 두번째 리더로 밴드 최전성기를 이끈 로저 워터스는 독불장군으로 군림한 탓에 팀원들과 심한 불화를 겪고 1985년 자진 탈퇴합니다. 솔로 가수로 활동 중인 그는 아직 살아있지만 여전히 밴드와 불가근불가원 관계에 머물고 있습니다.
남은 사람은 두번째 앨범부터 참여해 세번째 리더를 맡은 기타리스트 데이비드 길모어와 드러머 닉 메이슨, 키보디스트 리처드 라이트입니다. 이중 리처드 라이트는 2008년 암으로 숨졌으니 길모어와 메이슨 두 명만 남아있는 셈. 배럿과 워터스, 라이트는 강한 개성으로 인해 다른 멤버들과 많이 충돌한 뾰족이들이라면 길모어와 메이슨은 원만한 성격의 소유자들 아닐까합니다. 게다가 두 사람 다 팔순 안팎의 노병들이 되면서 한국의 새파랗게 젊은 아이돌그룹까지 아우를 수 있는 음악적 관대함까지 갖추게 됐나 봅니다.
'네가 여기 있었더라면'이라는 뜻의 'Wish You Were Here'는 'The Dark Side of the Moon'(1973)의 대대적 성공 이후 밴드의 창시자나 다름없는 시드 배럿의 빈 자리를 아쉬워하며 만든 곡이죠. 가사를 음미해보면 배럿에게 이렇게 반문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마약에 취해 천국이라 여긴 것이 결국 지옥이며, 푸른 창공을 쫓는다 여겼지만 금단현상으로 지독한 고통만 겪은 것 아니냐고. 자기만의 영웅을 찾기 위해 밴드를 떠난다 했지만 결국 허망한 유령만 찾은 것 아니냐고. 또 전쟁터의 단역이 될 수 없다며 떠났지만 결국 좁은 감옥 속 죄수 역할만 맡게 된 것 아니냐고.
얼핏 조롱처럼 들릴 수도 있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2절 가사를 음미해보면 남은 멤버들의 성취를 자랑하는 내용이 아닙니다. 떠난 배럿이나 남은 자신들이나 똑같이 '길잃고 어항 속을 맴도는 물고기'에 지나지 않다고 털어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매년 같은 자리를 맴돌지만 늘 똑같은 두려움(아마도 변질되는 것)에서 자유롭지 못하긴 마찬가지라며.
그런 노래를 피프티피프티 여성 멤버들이 저마다 애절하게 부르니 자기만의 길을 찾겠다며 떠나간 옛 연인을 그리워하는 사랑노래로도 들리네요. 그러고보니 피프티피프티의 멤버가 다섯. 핑크플로이드가 완전체일 때 숫자와 같네요^^
So, so you think you can tell
Heaven from Hell?
Blue skies from pain?
Can you tell a green field from a cold steel rail?
A smile from a veil?
Do you think you can tell?
Did they get you to trade your heroes for ghosts?
Hot ashes for trees?
Hot air for a cool breeze?
Cold comfort for change? Did you exchange
A walk-on part in the war for a lead role in a cage?
그러니까, 네가 그걸 구분할 수 있다 생각하는거야, 그래?
천국과 지옥을?
푸른 창공과 고통을?
푸른 들판과 차가운 강철 레일을?
베일과 그 뒤에 감춰진 미소를
네가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해?
그들이 네 영웅들을 유령들로 바꿔치기라도 했어?
뜨거운 재를 나무로?
뜨거운 공기를 시원한 바람으로?
차가운 위안을 변화로? 네가 고작 바꿔친 건
전쟁터의 단역을 감옥 속 주역 아닐까?
How I wish, how I wish you were here
We're just two lost souls swimming in a fishbowl, year after year
Running over the same old ground, what have we found?
The same old fears, wish you were here
Wish you were here
Wish you were here
Wish you were here
Wish you were here
Wish you were here
The same old fears, wish you were here
네가 여기 함께 있기를 내가 얼마나 바라고 있는지 몰라
우린 단지 어항 속 헤엄치는 두 길잃은 영혼들, 매년
늘 걷던 옛 땅을 다시 걷지만, 우리가 찾은 건?
늘 똑같은 두려움들, 네가 여기 있었으면
네가 여기 있었으면
네가 여기 있었으면
네가 여기 있었으면
네가 여기 있었으면
네가 여기 있었으면
늘 똑같은 두려움들, 네가 여기 있었으면
https://www.youtube.com/watch?v=vJYWz7gvKzM&list=RDvJYWz7gvKzM&start_radio=1
-2026년 2월 12일(평년 2월의 맑은 날씨 기온을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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