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늘의 안부곡

케빈의 엄마? '대~호'의 엄마!

영화 '비틀주스'에서 귀신 들린 연기를 펼치는 캐서린 오하라 [워너브라더스]

 

 

캐나다 출신 여배우 캐서린 오하라가 향년 71세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숨졌네요. 국내 언론은 주로 ‘나 홀로 집에(Home Alone)’ 연작에서 악동 케빈(맥컬린 컬린 분) 엄마 역을 맡은 배우가 숨졌다고 보도했네요.

 

제 기억 속의 캐서린 오하라는 오히려 이 장면 속 리디아(위노나 라이더 분)의 엄마로 각인돼있습니다. 팀 버튼 감독의 출세작이 된 영화 '비틀주스(Beetlejuice, 1988)'에서 격식을 갖춘 만찬 석상에서 유령이 씌워 말도 안되는 노래와 춤을 추는 장면이죠. 이때 우아한 표정과 자세로 앉아 있다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펼쳐지는 춤사위 때문에 당황하는 캐서린 오하라의 표정연기가 압권이죠. 이 표정이 '나 홀로 집에'에서 케빈 때문에 놀라는 케빈 엄마의 표정으로 이어진 겁니다.

 

이때 흘러나오는 노래는 해리 벨라폰테의 명성을 확고하게 해 준 '바나나송(Banana Song)'. 자메이카 출신으로 훗날 'We Are the World'를 숨겨진 기획자가 되는 벨라폰테가 1956년 발표한 앨범 '칼립소(Calypso)'의 타이틀곡이죠. 칼립소는 카리브해 주민들이 부르는 흥겨운 노동요에서 파생된 장르를 뜻합니다. '바나나송'은 자메이카의 바나나 농장에서 수확한 바나나를 항구의 배에 선적하는 작업을 할 때 부르던 노동요였습니다.

 

노래가 시작할 때 외치는 '데이-오(Day-O)'가 아주 인상적이라 부제가 됐습니다. 당시 노동자들은 뜨거운 햇살을 피해 주로 야간에 작업을 했는데 아침해가 뜰 때 작업을 마쳤다고 합니다. 그때 "해 떴다" 내지 "날 밝았다"는 뜻으로 "오늘 업무 종료"를 함께 함축한 구호가 '데이-오(Day-O)'였다고 합니다.

 

여기서 O는 약어가 아닙니다. 카리브 지역에서 호격 내지 감탄부호로 사용되는 O를 낮을 뜻하는 Day에 살짝 붙여서 "날 밝았다"라는 뜻으로 사용했다고 하네요. 인터넷에선 Day-O가 '야간조'를 뜻하고 Star-O가 '주간조'를 뜻한다는 정보가 돌던데 근거없는 내용입니다. Day-O는 다른 칼립소 노래에서도 많이 쓰이지만 Star-O라는 표현은 전혀 등장하지 않기에 근거없는 주장입니다.

 

흥미롭게도 Day-O라는 구호는 훗날 한국에서는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가 등장할 때 팬들의 선창 구호로 변용됩니다. 데이-오와 대호의 발음이 비슷한 것에 착안한 것. 여기에 강타자 이대호가 오늘 경기를 끝내줄 것이라는 자기암시까지 담긴 구호가 된 것. 그런 점에서 캐서린 오하라는 조선의 4번 타자하면 떠오르게 하는 엄마이기도 한 셈^^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에서 익살스러운 표정연기로 우리를 즐겁게 해줬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AQXVHITd1N4&list=RDAQXVHITd1N4&start_radio=1

 

 

 

 

-2026년 2월 1일(전날 낮 평년기온을 찾았다는데 아침엔 영하9도 추위가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