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텍사스주에서 홍수가 발생해 110명 이상이 목숨을 잃고 170명 이상이 실종됐습니다. 건조한 기후의 텍사스주에서 500년만에 한 번 발생할 정도로 폭우가쏟아진 결과였으니 역시 기후변화의 산물입니다.
마침 저는 텍사스테크대의 기후과학자 캐서린 헤이호 석좌교수가 쓴 ’세이빙 어스’ 책을 읽고 있습니다. 책 제목은 중의적 뜻을 지닙니다. 산업혁명 이후 급격하게 늘어난 이산화탄소 배출로 유례없는 기후위기에 봉착한 우리(Us)를 구하기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이 지구(Earth)를 구하는 길이기도 하다는.
책의 내용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인류로 인해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가 발생하는 것에 대한 과학적 사실을 수용하느냐 거부하느냐가 정치적, 종교적 ,도덕적 프레임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
즉, 이념에 의해 과학적 지식이 재단되고 이용되고 있기에 그 사림들 앞에서 암만 과학적 데이터를 열거해봐야 무용지물임을 설파합니다. 그렇게 이념의 충실한 사람을 설득하려면 그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일상과 취미의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저도 그 일환으로 미국 백인 출신 블루스 기타리스트 중 최고봉으로 꼽혔지만 1990년 36세의 이른 나이에 비행기 사고로 숨진 스티비 레이 본(SRV)의 기타연주곡을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1983년 발표된 SRV의 데뷔 앨범에 수럭된 동명의 블루스곡이죠.
SRV는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태어나 텍사스 팬덤이 강한 기타리스트였습니다. 블루스가 미국 남부 백인 컨트리와 흑인 소울이 만나 창출된 장르라는 점에서 SRV는 백인 블루스의 정통 주자라 할 수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그는 흑인 블루스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의 영향을 짙게 받았다는 점에서 ‘백인 헨드릭스‘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그가 데뷔앨범 제목으로 Texas Flood를 선택한 것은 텍사스에 대한 강한 애정의 반영이기도 합니다. 원곡은 1958년 아칸소 출신의 흑인 블루스 가수이자 기타리스트인 래리 데이비스가 발표한 곡이죠. 텍사스주가 홍수로 물에 잠겨 전화선도 끊기고 고립무원이 된 절망적 상황을 사랑하는 연인과 관계에 빗댄 가사의 노래와 연주를 SRV이 블루스 록 버전으로 바꾼 곡입니다.
이 노래와 앨범이 크게 성공하면서 SRV는 이듬해인 1984년 두번째 앨범을 발표합니다. 놀랍게도 앨범 제목이자 타이틀 곡이 ‘Couldn’t Stand the Weather’였습니다. ‘텍사스 홍수‘로 시작해 ’날씨를 견딜 수 없어‘로 이어졌으니 요즘으로 치면 기후 홍보대사 격의 뮤지션이었던 셈입니다.
텍사스주는 전통적으로 공화당의 텃밭으로 불립니다. ‘세이빙 어스‘에 따르면 기후가 인간활동 때문에 변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공화당원의 90%는 No라고 답한다고 합니다. 텍사스 주민의 상당수가 기후변화가 인간의 이산화탄소 방출 때문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소리. 35년 전에 숨진 텍사스가 배출한 최고의 백인 기타리스트의 가타는 흐느낍니다. “베이비, 난 자기를 떠나 홍수도 토네이도도 없는 고향으로 돌아갈거야, 당신에게는 매일 매일이 햇님이기를!”
-2025년 7월 9일(찌는 듯이 더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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