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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맥거핀

영화 '제이 켈리'와 니나 시몬의 'Stars'의 기막힌 궁합

[넷플릭스]

 

 

조지 클루니 주연의 영화 '제이 켈리'의 예고편에 이 노래가 흘러나오더군요. 영화는 아직 못봤지만 반가운 마음에 노래를 올려봅니다. 1976년 스위스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에서 니나 시몬이 직접 피아노 치며 부른 'Stars'. 

 

1974년 당시 스물세살이던 미국 싱어송라이터 제니스 이안이 발표한 노래죠. 평생 카페와 음악당을 전전하며 거의 매일 노래하며 살아가야 하는 여가수들의 절절한 회한이 담긴 노래를 를 이십대 초반에 자작곡했으니 괜히 천재가수라 불린 게 아니었습니다. 

 

불혹을 넘긴 니나 시몬은 열여덟이나 어린 후배가수의 노래를 마치 자신의 이야기처럼 들려줍니다. 'Stars, they come and go'로 시작되는 후렴구를 전면에 앞세운 뒤 원곡 가사를 충실히 쫓다가 돌연 자신의 논평과 이야기까지 섞어서 노래합니다. 재니스 이안을 재니스 조플린과 재즈 여제 빌리 할러데이에 견주며 오늘날 여가수들을 그들의 노래나 이야기가 아니라 외모로 평가하는 세태를 매섭게 비판하는 당찬 모습이 인상적이죠.

 

도입부에서 클라크 게이블(조지 클루니와 기막힌 싱크로율!)로부터 선물받은 그리스산 앤틱 은제 목걸이를 자랑하며 여왕이 착용했다니까 이걸 착용한 "나는 여왕"이라며 우아하게 인사하는 모습이 참 귀엽죠. 하지만 노래를 부르다 말고 자리에 일어선 관객을 향해 앉으라고 책망할 때는 카리스마가 넘칩니다. 음악적 재능은 뛰어났지만 당시 무수한 재즈뮤지션들처럼 마약중독자였던 니나가 당시 마약에 취해있던 걸까요?

 

원곡과 다른 노래 전개와 가사 순서가 바뀐 것들 때문에 처음엔 저도 그렇게 짐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가사 번역을 위해 정리하면서 니나의 곡 해석이 매우 예리하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불필요한 접속사를 덜어냈고 중언부언하는 대목이나 재니스 이안의 개인적 내용(춤까지 잘추는 여가수가 되고 싶었지만 난망이더라)을 쳐내서 오히려 매우 일목요연한 노래로 재구성해냈습니다. 대신 여성가수들을 눈요기거리로 삼으려는 20세기 마초문화에 대한 비판에 집중하면서 가수는 저마다의 이야기거리를 풀어놓는 사람임을 역설합니다.

 

'제이 켈리'는 할리우드 스타로 살아온 영화 배우의 노년의 회한을 다룬 영화라네요. 다른 사람의 인생은 기막히게 연기해냈지만 정작 자기 인생은 한없이 서툴게 살아갈 수밖에 없음을 자각하는 배우의 이야기.

 

'Stars'는 두 가지 차원에서 '제이 켈리'와 기막히게 공명합니다. 밤하늘의 별처럼 대중의 우러름을 받지만 실제 인생과 따로 노는 헛됨 명성만 쌓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더 외롭고 쓸쓸한 영혼에 어울린다는 것이 그 첫번째 입니다. 두번째는 가수만 하더라도 자신의 얘기를 들려줄 수 있지만 배우는 남 얘기를 대신 해주는 존재라는 점에서 발생하는 자기소외효과가 더 크다는 것.

 

'Stars'에서 되풀이되는 가사는 "우리들(가수들)은 모두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입니다. 가수들은 그런 자신만의 이야기를 노래로 풀어냅니다. 그들의 외로움과 쓸쓸함을 풀어내줄 수 있는 것은 그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청중입니다. 

 

배우는 어떨까요? 제이 켈리 역시 자신만의 이야기를 갖고 있었죠. 하지만 다른 사람의 삶을 대신 사느라 정작 자신의 삶은 공백 상태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게다가 평생 자신의 것이 될 수 없는 헛된 명성에 눌려 진짜 인생살이의 애환을 제대로 만끽하지 못하지 않을까요?

 

니나 시몬의 노래는 그 간극을 극명히 보여줍니다. 마지막 대목에서 재니스 이안이 강조한 내용,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를 되풀이합니다. "We always, we always/ We always have a story."

 

하지만 그 다음 순간 정작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지를 잊어버려서 도돌이표의 반복이 되고 맙니다. " 내가 아는 최신 이야기는 내가 노래하려했던 그 이야기에요(The latest story that I know/ Is the one that I'm supposed to go out with)." 아무리 나만의 이야기를 꺼내려 해도 구체적 삶이 공백이 되어버린 탓에 아무런 이야기거리도 생각나지 않는 비극적 삶. 

 

'Stars'는 사실 제가 인생곡으로 꼽는 프랑스 샹송가수 프랑수아즈 아르디가 불어로 부른 'Star'의 원곡입니다. 1960년대 혜성처럼 등장해 프랑스 최초의 아이돌 여가수로 사랑받은 아르디는 아이돌이 아니라 포크송 가수를 꿈꿨었죠. 하지만 그 꿈은 워낙 출중한 외모로 인해 매우 대중적 노래를 부르는 인형 같은 가수로 살아가야 하는 현실에 짓눌려야 했습니다. 1977년 중년 가수가 돼 그 족쇄에 풀려나면서 발표한 동명 앨범에서 아르디는 재니스 이안의 팝송을 샹송으로 번안해 부르면서 복수인 Stars를 단수인 Star로 바꿔 그것이 곧 자신의 이야기임을 절절히 고백합니다. 

 

1974년 재니스 이안의 'Stars'와 1976년 니나 시몬의 'Stars' 그리고 1977년의 'Star'의 서사는 그렇게 완성됩니다. 재니스가 노래합니다.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는 영광스러운 존재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외롭고 쓸쓸한 삶인지 아느냐고. 니나가 이어받아 노래합니다.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지만 스타의 삶을 살면서 내 이야기라고 할만한 게 기억나지 않는다고. 프랑수아즈가 또 노래합니다. 내 외모와 춤만 보지 말고 비록 서툴더라도 내 얘기에 귀기울여 달라고. 스타가 되는 건 그 다음의 문제라고.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우네요.

 

 
 

Stars, they come and go

They come fast, they come slow

They go like the last light of the sun

All in a blaze

All you see is glory

But it gets lonely there

When there's no one there to share

You can shake it away

If you'll hear a story

 

스타, 그들은 오고 가죠
때론 빠르게 때론 느리게
그들은 마지막 태양빛처럼 가버리죠
모든 게 타서 불덩이가 되지만
당신은 온통 영광으로만 보겠지만

하지만 그곳은 외롭답니다
함께 나눌 이곳의 사람이 없으니

우리가 그 외로움을 떨쳐낼 수도 있어요
당신이 그 이야기를 들어준다면

 

People lust for fame

Like athletes in a game

We break our collarbones

and come up swinging

Some of us are crowned

Some of us are downed

Some are lost

and never found

But most have seen it all

They live their lives in

sad cafes and music halls

And they always have a story

 

사람들은 명성을 갈망하죠
경기하는 운동선수들처럼
우리는 쇄골을 부러뜨리고도
맞서 싸우려 하죠
누군가는 왕관을 쓰고

누군가는 쓰러지고
누군가는 패배하고
영원히 발견되지 않는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걸 다 겪습니다
그들의 삶이 이뤄지는 곳은
슬픈 카페와 음악당
그들은 항상 노래하면 나타나죠

 

Some make it when they're young

Before the world has done its dirty job

And later on someone will say

"You've had your day

Now you must make way"

(Don't they always?)

But you'll never know the pain

of using a name you never owned

The years of forgetting what you know too well

 

어떤 이들은 젊을 때 성공하기도 해요
세상이 더러운 일을 저지르기 전에
그리고 나중에 누군가 말하겠죠
"당신 시대는 끝났어
이젠 물러나야 해"

(항상 그렇지 않나요?)

하지만 그들은 결코 알 수 없어요
당신이 결코 소유하지 못한 이름과 함께

사는 고통을
또는 너무나 잘 알고 있던 것들을
잊어버리게 되는 수많은 세월을

 

That you who gave the crown
Have been let down
You try to make amends
without defending

 

왕관을 건넨 사람들은

실망하게 되죠

당신은 속죄하려 애씁니다

아무런 변명  없이

 

Perhaps pretending

You never saw the eyes

of young men at twenty five

who followed as you walked

asked for autographs

kissed you on the cheek

and you never could believe

They really loved you, never

Some make it when they're old

Perhaps they have a soul

They aren't afraid to bare

Perhaps there's nothing there

 

어쩌면 당신은 연기를 하게 될지도 몰라요

그런 사람들의 눈빛을 전혀 본 적 없는 척

스물다섯 넘은 성인 남성들이

당신이 걸을 때 따라다니며

사인을 해달라거나

당신 뺨에 입맞춤하는 것을

그래요, 당신은 결코 믿을 수 없죠

그들이 진심으로 당신을 사랑한다고

어떤 이들은 늙어서야 깨닫죠
어쩌면 그들은 드러내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영혼을 가졌거나
어쩌면 텅 빈 영혼을 가졌다고

 

But anyway

That isn't what I meant to say

I meant to tell about a story

Since we all have stories

But I can't remember it anyway

So I'll tell about the mood that's in the United States today

And permeating even Switzerland

It goes

 

하지만 어쨌든

그게 내가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니에요
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어요

왜냐면 우리 모두는 이야기를 갖고 있으니까

하지만 어쨌든 기억이 나질 않네요

그래서 오늘날 미국에 퍼져 있는 분위기에 대해 말할까 해요
심지어 이곳 스위스까지 만연해 있는

다음과 같은

 

But I'll continue anyway until I get it together

Some women have a body

Men would want to see

And so they put it on display

Some people play a fine guitar

I could listen to them play all day

But anyway

I'm trying to tell my story

Janis Ian told it very well

Janis Joplin told it even better

Billie Holiday even told it even better

We always, we always

We always have a story

 

하지만 어쨌든 정신 차릴 때까지 계속할 거에요
어떤 여자들은 남자들이 보고 싶어 할 만한 몸매를 가졌죠
그래서 그걸 드러내 보이곤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훌륭한 기타를 연주하죠
하루종일 그들의 연주를 들을 수 있어요
하지만 어쨌든
내 애기를 전하려고 해요
재니스 이안이 아주 잘 말해줬죠
재니스 조플린은 더 잘 말해줬구요
빌리 홀리데이는 그보다도 더 잘 말했줬어요
우리는 항상, 우리는 항상
우리는 항상 이야기를 갖고 있죠

 

The latest story that​ I know

Is the one that I'm supposed to go out with

And the latest story that I know

Is the one that I'm supposed to go out with

And the latest story that I know

Is the one that I'm supposed to go out with

And the latest story that I know

Is the one that I'm supposed to go out with

 

내가 아는 최신 이야기는
내가 노래하려했던 그 이야기에요
내가 아는 최신 이야기는
내가 노래하려했던 그 이야기에요
내가 아는 최신 이야기는
내가 노래하려했던  그 이야기에요
내가 아는 최신 이야기는
내가 노래하려했던 그 이야기에요

 

 

 

https://www.youtube.com/watch?v=995S1v-yHE4&list=RD995S1v-yHE4&start_radio=1

 

 

-2025년 11월 19일(흐리고 추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