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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맥거핀

'신인감독 김연경'을 보면 보인다, 왜 우리가 공부를 해야하는지

[mbc]

 
 
‘신인감독 김연경’을 보면 뭐가 보이십니까? 제 눈에는 두 가지가 보였습니다.  첫째 무슨 운동이든 기본기가 중요하다. 둘째 운동선수도 머리가 좋아야하는데 그럴려면 공부를 해야 한다.
 
프로선수가 되지 못했거나 프로팀에서 밀려난 원더독스 선수들의 특징은 이렇게 요약됩니다. 신체조건이 뛰어나고 잠재력도 있는데 첫째 기본기가 약하고, 둘째 그 좋은 신체능력으로만 경기를 풀어가려고 해 머리를 잘 쓰려하지 않는다.
 
김연경 감독은 국내외 여러 팀을 뛰면서 일류가 되지 못한 선수들의 이런 공통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서 기본기와 두뇌 플레이를 계속 강조합니다.

하지만 선수들은 머리로만 이해할 뿐 몸으로 이를 체득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시합 도중 인이 박힌 데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다 감독의 불호령에 마지못해 플레이 스타일을 바꿉니다.
 
방송을 보면서 명장이라고 손꼽히는 상대팀 감독들이 자기 팀 선수들을 대하는 태도에 놀랐습니다.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는데도 소속 선수들에게 혹독한 말을 서슴지 않습니다. 독설가로 유명한 김호철 감독뿐 아니라 일본 고교 우승팀 여감독도 차가운 비수처럼 꽂히는 말을 일삼습니다.
 

자신을 롤모델로 삼아 한국까지 온 몽공소녀 인쿠시에게 두뇌 플레이를 각인시키기 위해 독설을 퍼붓는 김연경 감독. [mbc]

 
왜 그럴까요? 웬만해선 선수들이 바꾸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탁월한 운동신경으로 그 자리까지 왔기에 머리는 안 쓰고 몸만 쓰는 익숙한 방식을 부지불식중에 고집합니다. 그래서 좋은 성과를 내려면 독하게 몰아붙여야 합니다.
 
우리네 교실에서 흔히 보는 풍경입니다. 아무리 예습 복습하고, 수업시간에 충실하고, 꼬박꼬박 숙제해오라 해도 아이들은 머리 쓰는 게 싫어서 어떻게든 공부랑 담쌓고 살려 몸부림칩니다. 우이독경이 따로 없죠.
 
하지만 그들이 꿈꾸는 연예계이건 스포츠계이건 기본기에 충실하지 않고 머리를 쓰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습니다. 설사 운좋게 유명스타가 됐다고 해도 오래 갈 수가 없습니다.
 
월드스타로 롱런한 김연경이 이를 모를 리 없습니다. 엄격한 핀포인트 레슨으로 단기간 성과 내기에 주력합니다. 하지만 효과는 잠시뿐 다시 도루묵이 되고 맙니다. 감독의 독설과 호령에 주눅 든 타율적 플레이의 병폐입니다.
 
그러다 선수들이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팀이 해체될지 모른다는 절체절명의 위기가 닥치자 코치진이 얘기하는 걸 노트에 필기하고, 암기하고, 자신들끼리 앉아서 토론을 펼칩니다. 또 자신들의 단점을 교정하고, 기본기에 충실하기 위해 쉬는 시간에도 심지어 잠들기 전까지 배구공을 놓지 않고 토스 훈련을 합니다.
 
스스로 머리라는 것을 쓰기 시작한 겁니다. 그렇게 되니 감독이 소리 지르고 성질 부릴 일이 적어집니다. 이제 말귀를 알아듣게 됐는데 괜히 체찍질하는 건 새디스트들이나 할 짓이고 칭찬의 당근과 적시의 조언만 던져 주면 됩니다. 이제 비로소 선수들과 함께 프로배구 제8구단이라는 큰 그림을 그려나갈 수 있게 된 겁니다.
 

자신의 소속팀과 시합을 앞두고 선수들을 각성시켜 공부에 나세게 만든 중앙공격수이자 부주장인 김나희 [mbc]

 
 
한국사회의 모순 중 하나가 반지성주의라는 말을 여러 차례 드렸습니다. 타고 나게 공부머리가 잘 돌아가는 친구들은 공부를 출세의 발판으로만 삼습니다. 그래서 출세만 하면 책을 덮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그렇지 않은 친구들은 그런 먹물들 행태를 질타하면서 오히려 공부와 담쌓고 사는 심성 좋은 친구들을 영웅시합니다. 그래서 한국 드라마나 영화 속 영웅은 대부분 머리쓰기보다 몸쓰기에 능한 사람들입니다.
 
그런 대중추수주의에 넘어가면 안됩니다. 인간은 본디 머리쓰기를 싫어하는 동물입니다. 인간의 신체 부위 중 가장 많은 에너지를 쓰게 만드는 게 뇌입니다. 그러니 뇌를 적게 쓸수록 에너지를 덜 쓰게 됩니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올리려는 경제적 동물의 실상입니다. 머리를 많이 써야되는 책읽기보다 뇌의 최소 부위만 쓰면서 쾌감을 얻을 수 있는 게임이나 유튜브를 선호하는 것 역시 그 때문입니다.
 
공부 안하려는 게 인간의 본능이란 소리. 하지만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된 이유는 본능에 충실한 동물 그 이상을 추구했기 때문이기도 한 것을 잊어선 안됩니다. 본능과 감각, 감정을 넘어서는 객관적 논리와 주관적 윤리를 추구한 소수의 개척자들이 인류의 진보와 발전을 가져왔습니다. 그 개척자들이 한 거, 그래서 우리가 힘들더라도 열심히 따라가야 하는 거, 그게 바로 공부입니다.
 
스포츠예능을 보면서도 이렇게 공부의 중요성을 깨닫습니다. 그처럼 몸이 둔하던 쿵푸팬더가 쿵후 제일의 고수가 된 이유, 자나깨나 쿵푸만 생각하며 공부(같은 한자어의 중국어 발음이 쿵푸)를 했기 때문임을 잊어선 안됩니다. 힘들지만 인간이상 평생 해야하는 거, 그게 바로 공부입니다.

만년 후보였지만 기본기를 익히려 숙소에서도 수지 않고 토스연습한 장신세터 구솔[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