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처럼 만추를 만끽할 수 있는 날에는 아일랜드 싱어송라이터 데미언 라이스(Demian Rice)의 ‘블로우어의 딸(The Blower's Daughter)’ 어떠세요? 사실 데미언 라이스의 곡은 워낙 유명하기에 이탈리 출신 다른 여성가수의 버전을 올리려고 유튜브를 검색하다가 이 라이브 공연 영상에 꽂혔습니다. 원곡을 직접 쓰고 노래한 오리지널 가수의 족탈불급 갬성을 보여줍니다.
이 노래는 2001년 그의 솔로가수 데뷔 앨범인 'O'에 수록된 곡이죠. 마이크 니콜스 감독의 영화 ‘Closer’(2004)에 삽입되면서 세계적 사랑을 받게 된 곡이기도 합니다.
영화 제목을 영어 Closer로 표기한 것은 다 이유가 있습니다. ‘더 가깝게’라는 뜻의 비교격 형용사일 때는 ‘클로우서’로 발음하는 게 맞고, ‘관계의 종료를 알리는 행위’나 ‘종결자’라는 명사일 때는 ‘클로우저’로 발음하는 게 맞습니다. 영화는 ‘사랑은 가까워질수록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역설적 의미와 ‘관계의 종료를 알리는 행위’ 내지 ‘관계의 종결자'라는 중의적 의미로 이를 활용합니다. 그래서 영화에서는 물론 예고편에서도 Closer라는 제목만 등장할 뿐 어떻게도 발음되지 않습니다.
가사는 별도로 번역하지 않겠습니다. 동영상의 한글 자막을 참고하시면 되니까요. 다만 한 가지, 노래의 제목이기도 the blower's daughter를 ‘그 남자의 딸’로만 번역했던데 ‘블로우어의 딸’로 번역해주는 게 적절하지 않나 합니다.
The Blower's Daughter가 누구냐에 대해 정설은 없습니다. 라이스에게 클라리넷을 가르친 강사의 딸이라는 설이 가장 유명하지만 가장 그럴 듯한 설은 따로 있습니다. 라이스가 콜센터 직원으로 일할 때 전화 통화하면서 마음을 빼앗기게 된 여성을 만나러 그 집까지 찾아가 덤불 속에서 숨어서 보닌 열여섯 여학생이 심심풀이 장난을 친 것임을 알고 낙담했다는 설이죠. 영국과 아일랜드에선 전화기를 blower라고 하는데 그에 따르면 blower's daughter ‘수화기 너머의 젊은 처자’라는 뜻이 됩니다. 이 설의 문제는 라이스가 콜센터 직원으로 일한 적이 없다고 밝힌 점이죠^^
blower는 ‘부는 사람’을 뜻하는데 목관악기 연주자일 수도 있고, 고온에 녹은 액체상태의 유리를 불어 다양한 형태를 만드는 유리세공가일 수도 있고, 수화기 너머의 젊은 처자도 될 수 있습니다. 노래를 만든 데미언 라이스가 별도의 언급이 없는 한 영화 Closer의 제목처럼 ‘블로우어의 딸’이란 노래 제목 역시 중의적 의미로 쓰였다고 봐야하지 않을까요?
https://www.youtube.com/watch?v=GrJHL_rLUYI&list=RDGrJHL_rLUYI&start_radio=1
-2025년 11월 15일(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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