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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안부곡

기뻐하라, 사랑했다는 그 사실만으로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이생진 시인이 지난 19일 돌아가신 걸 이제야 알게 됐습니다. 향년 96세. 5편에 이르는 '그리운 바다 성산포' 연작시들을 좋아했습니다. 상대적으로 짧은 '술에 취한 바다'는 외우고 다니기도 했었죠.

 

성산포 연작 중 가장 유명한 4번째 시를 김미숙 배우가 낭독한 음원을 오늘의 안부곡으로 골라봤습니다. 고인의 시 중에서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개인적으로 애정하는 시 '사랑했다는 사실' 전문도 함께 올립니다. 성산포를, 바다를, 그리고 시를 사랑했으니 기뻐할만한 삶을 사셨다고 감히 이야기해봅니다. 


사랑했다는 사실

​사랑에 실패란 말이 무슨 말이냐
넓은 들을 잡초와 같이
해지도록 헤맸어도 성공이요

맑은 강가에서
송사리 같은 허약한 목소리로
불러봤다 해도 성공이요​

끝내 이루지 못하고
혼자서 맘 타는 나무에 매달려
가는 세월에 발버둥 쳤다 해도 성공이요

꿈에서는 수천 번 나타났다
생시에는 실망의 얼굴로 사라졌다 해도 성공이니

기뻐하라
사랑했던 사실만으로 기뻐하라

 

 

https://youtu.be/uNIgsUzB9pk?si=jjyxugubXRcAJU3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