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호모 퓌시스

희귀 퇴행성신질환인 헌팅턴병 최초 치료제 나오나?

네덜란드 유니큐어가 개발한  AMT-130 증상 진행 75% 줄여줘 

 

건강한 뇌(왼쪽)와 헌팅턴병에 걸린 뇌 비교사진 [Biophoto Associates/Science Source]

 

 

유전적 문제로 발생하는 희귀 퇴행성 신경질환인 헌팅턴병 실험적 유전자치료제가 소규모 임상시험에서 증상 진행을 현격히 늦춰졌다는 고무적 결과가 나왔다. 헌팅턴병 치료제 ‘AMT-130’을 개발한 네덜란드 유전자치료회사 유니큐어(UniQure)는 12명 환자에게 3년간 투약 결과 대조군 대비 증상 진행을 75%나 감소시켰다고 2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임상시험을 주도한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의 사라 타브리지 교수(신경과)는 “헌팅턴병 분야에 있어 매우 고무적인 발전”이라며 AMT-130이 이 희귀병에 대한 최초의 치료제가 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발표결과를 검토한 미국 하버드대의 올레 아이작슨 교수(신경과학)는 “임상 결과가 매우 고무적”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최초의 치료제 개발이라고 단언하기는 이르다. 2021년에도 개발 중이던 유전자 치료법이 임상시험에서 실패한 경우가 있다. 이번 임상시험 결과가 동료 평가를 거쳐 학술지에 게재된 것이 아니며 아직은 소규모라는 점도 지적된다. 또 두개골에 작은 구멍을 뚫어 뇌에 직접 주입해야 하기에 비용이 많이 드는 치료법이라는 단점도 있다.

 

헌팅턴병은 국내에서는 300명가량의 환자만 보고된 희귀질환이다. 상염색체인 4번 염색체의 HTT 유전자 결함이 있는 복사본을 하나만 물려받아도 발생하는 유전병이다. 비정상적 길이의 CAG 반복 염기서열로 독성이 있는 이상단백질인 헌팅틴(Huntingtin)이 발생해 신경세포에 손상을 입힌다.

 

보통 30~40세에 발병하는데 주요 증상이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는 경련성 움직임과 균형 장애를 발생시켜 춤추듯이 보인다고 무도(舞蹈)병으로도 불린다. 시간이 지날수록 인지 기능 저하, 언어 및 섭취 장애를 유발해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된다.

 

희귀병이지만 헌팅턴병의 치료제 개발은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루게릭병(ALS) 같은 다른 신경퇴행성 질환 치료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실제 AMT-130 임상시험 결과가 발표된 24일 뉴욕증시에서 유니큐어의 주식은 275% 폭등했다. 이날 장중 유니큐어 주가는 전일 종가 13.66달러 대비 37.55달러 오른 51.21달러까지 치솟았다.

 

유니큐어의 치료법은 AAV5(아데노 연관 바이러스 5형)라는 무해한 바이러스를 벡터로 삼아 DNA 조각을 세포로 운반한다. 이 DNA는 유전자를 암호화하는 대신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마이크로RNA’를 암호화한다. 돌연변이 HTT 유전자가 생성하는 메신저 리보핵산(mRNA)에 달라붙어 유해한 헌팅틴 단백질을 만들지 못하게 하는 RNA가닥이다.

 

이는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티드(ASO)’라는 신경질환 치료법을 채택한 것이다. ASO는 원하는 mRNA에 달라붙어 유해 단백질이 만들어지지 못하게 막는 ‘맞춤형 유전자 억제제’로 뇌척수액에 직접 주입된다.

 

스위스 제약사 로슈가 개발한 토미너슨(Tominersen)도 ASO 치료제였으나 2021년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실패했다. 척수에 투여된 마이크로 RNA가 뇌척수액에 희석되거나 RNA를 섭취하는 효소에 의해 파괴됐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유니큐어의 AMT-130은 두개골에 뚫린 작은 구멍을 통해 뇌에 직접 주입된다. 약 12시간 동안 지속되는 일회성 시술로 헌팅턴병과 연관성이 가장 높은 대뇌기저핵 부위인 꼬리핵(Caudate nucleus)과 조가비핵(Putamen)에 카테터를 삽입한다. 이를 통해 AAV가 표적 영역 전체와 다른 영역으로 퍼져 DNA를 신경세포로 전달해 마이크로RNA를 생성하게 하고 돌연변이 헌팅틴의 생성을 영구적으로 차단시킨다는 개념에 기초한다.

 

구체적으로 이번 임상시험에는 0단계~3단계로 구별되는 헌팅턴병의 2단계 또는 초기 3단계로 분류된 증상이 있는 29명이 등록됐다. 그들에게는 저용량 또는 고용량의 AMT-130가 투약됐다. 이들의 진행 상황은 유사한 질병 단계에 있는 약 1600명의 환자군과 비교됐다.

 

3년 동안 고용량이 투약된 12명의 환자는 운동(motor), 인지(cognitive), 행동(behavioral), 기능(functional)을 평가하는 통합 헌팅턴병 평가 척도(UHDRS)에서 0.38점이 감소했다. 반면 비교군은 1.52점이 감소했다. 75%의 증상 완화 효과였다. 고용량 투여군은 다른 테스트에서도 감소 폭이 적었다. 신경세포 사멸의 생체지표인 뇌척수액 내 단백질인 뉴로필라멘트 라이트(NfL)가 8.2%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뇌 수술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큰 부작용은 거의 없었다. 유니큐어는 올해 말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데이터를 제출하고 2026년 초에 승인을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약의 가격은 다른 유전자 치료법과 비슷하게 200만 달러(약 28억) 이상의 고가가 될 것 전망이다.

 

타브리지 교수는 HTT 돌연변이가 있는 사람들에게 증상이 나타나고 신경세포를 잃기 전에 이 치료제를 투여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면서도 “잠재적으로 0기부터 3기까지 모든 사람에게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