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갈툴순‘을 아시나요? 프로야구 곰돌이들의 주전급으로 성장한 야수들을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서울 출신 1차 지명 야수 4인방인 김대한, 안재석, 김민석, 박준순을 묶어서 부르는 애칭. 네 선수의 별명인 김머한, 안갈비, 김툴석, 우리순이에서 한자씩 따온 것으로 올해 들어 네 선수가 타격에 눈뜨며 주전급 활약을 보여준 것을 반기는 의미가 담겼습니다.
그 별명 중에는 초년병 시절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고 부정적 의미로 지어진 것도 있습니다. 김민석의 별명인 김툴석이 대표적. 거인들 시절 '툴이 없다'하여 '무툴석'으로 불리다가 곰돌이로 넘어온 뒤 기량이 만개하면서 '유튤석', '오툴석'이란 긍정적 의미로 전환된 경우입니다.
정치권에서도 비슷하게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범민주계 반명 5인방을 묶어 부르는 호칭이 있죠? 그 역시 다섯 정치인의 성과 이름 그리고 딱 한명의 별명에서 한자씩을 딴 겁니다. 따라서 개별 명칭에서 부정적 의미를 발견하기 힘듭니다. 그럼에도 그분들 지지자들은 뉘앙스가 부정적이라며 분기탱천하는 게 흥미로웠습니다.
뭐, 본인들이 싫다는데 굳이 언급하진 않겠지만 애칭으로 용납할 수 있는 걸 어감이 안좋다며 그렇게 길길이 뛰는 것 자체가 제 눈에는 건강하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왜냐면 그분들이야말로 정치적 노선이 다르다 싶은 사람들에게 도리도리 윤, 굥, 줄리, 수박이라며 비하하고 조롱하는 것에 도가 튼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분들이 단순히 이름과 별명을 조합한 용어에 그렇게까지 성내는 것 자체가 내로남불 아니면 뭘까요?
친명이란 분들도 오십보백보이긴 마찬가지. 자신들이 먼저 애칭으로 사용하던 '개딸'이란 표현을 반대세력이 불러대는 것에 왜 그렇게 정색하며 화를 낼까요? 자신들이 '옳고도 바른 사람들'이란 확신에 차서 어떻게 감히 우리를 공격할 수 있느냐는 나르시시즘에 빠져 있기 때문 아닐까요?
누군가를 풍자하고 조롱할 때 반드시 갖춰야 할 자세가 스스로를 놀리고 풍자하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자세입니다. 유머(humour)라는 단어의 어원을 찾아보면 '좋은 기질'이란 뜻의 '굿 유머(good humour)'에서 나온 걸 아시나요? 타자를 희화화해 웃음을 유발하기 보다는 자기 자신을 희화화해 웃음을 유발함으로써 웃고 난 뒤의 불편함과 죄책감을 덜어주기에 좋은 기질의 웃음이라고 부르던 게 유머로 굳어진 것입니다.
버락 오바마와 도널드 트럼프의 차이도 거기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오바마는 대통령 재임시절 자신을 짖굳게 놀리는 표현들을 받아서 스스로를 희화화할 줄 알았습니다.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에서 스스로를 풍자와 조롱의 대상으로 삼아 국민들의 웃음을 끌어냈습니다. 반면 트럼프는 나르시시즘의 화신이다 보니 스스로가 돈많고 멋지고 뛰어난 슈퍼스타라는 생각에 자화자찬만 늘어놓을 뿐 스스로를 희화화지 못합니다.
당신은 어느 쪽이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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