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셔츠가 마를 때까지'의 주제곡 '미시라누이토(見知らぬ糸)'를 소개하는 글에 호응이 뜨거워 드라마 삽입곡으로 나왔으면 했으나 나오지 않은 노래 한 곡 더 소개를 할까 합니다. '아타라시 샤츠(新しいシャツ)'라는 노래죠. 우리말로 번역하면 '새 셔츠'.
새 셔츠로 갈아입으면서 문득 자신을 바라보던 옛 연인의 마음을 이제는 이해할 수 있을 듯 하다고 합니다. 사랑하던 연인과 헤어지는 게 셔츠를 갈아입듯 쉬운 바람둥이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뜻일까요? 아닙니다. 이후 사랑과 결별을 반복하면서 그렇게 무심한 척 사랑을 떠나보내는 것 또한 사랑의 일부라는 깨달음을 얻었다는 뜻입니다. 내가 눈물을 보이면 혹시라도 사랑했던 그 사람이 무너져내릴까 봐 일부러 무심한 척 한 것이라고...
'T셔츠가 마를 때까지' 9회에서 실종된지 1년만에 돌아온 남편 세오(마츠야마 켄이치 분)와 오쟁이 졌음에도 묵묵히 자신의 곁을 지켜준 소노다(나카지마 아유무 분) 사이에서 사츠코(아오이 유우 분) 역시 엄청난 혼네를 감춰왔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무려 네 차례나 이혼하고 다섯번째 결혼한 '결혼의 여왕'이라는 사실이.
그런 사츠코가 세오와 이혼하고 소노다와 재혼을 결심한다면 '아타라시 샤츠'가 잘 어울리지 않을까 합니다. 드라마는 이렇게 말하는 듯합니다. 코인세탁소의 건조기에서 T셔츠가 마를 때까지의 짧은 인연으로 생사가 엇갈리고 부부의 연이 엇갈리는 게 인생이고 사랑이라고. 그런 인생과 사랑을 통념의 잣대로 함부로 재단하지 말라고.
그와 마찬가지로 새 셔츠를 갈아입듯이 작별을 고하는 것 역시 단순한 변심 때문이 아니라 그 사랑에 충실한 것일 수 있습니다. 사츠코의 선택도 '다섯번이나 결혼한 여자다운 결정'이 아니라 언제 또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걱정과 눈물로 두 사람이 힘겹게 쌓아올린 사랑을 얼룩지게 하고 싶지 않은 선택일 수 있으니까요.
'아타라시 샤츠'는 일본의 여성 싱어송라이터 오누키 타에코(大貫妙子)가 1980년 발표한 곡입니다. 오누키 타에코는 영화 '쉘 위 댄스'에서 유지컬 영화 '왕과 나'에 흐르던 동명의 타이틀 곡을 부른 여가수죠. 후배인 리사 오노처럼 투명하고 청아한 목소리를 자랑하지만 리사 오노가 보사노바와 재즈에 특화했다면 오누키 타에코는 시티팝 장르에 주력해왔습니다. 하지마 '아타리사 샤츠'를 들을면 한국의 장필순이나 장혜진의 발라드 곡이 떠오릅니다.
이 노래에 숨겨진 사연이 있다는 것을 최근에 알았습니다. 2023년 별세한 일본 작곡가 사카모토 류이치의 유고 에세이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에 오누키 타에코와의 남다른 인연에 대한 고해성사가 등장한다네요. 20대 초반 질풍노도의 삶을 살았던 사카모토는 당시 음악적 동지였던 오누키와 동거하다가 다른 연인이 생기자 아무런 말도 남기지 않고 떠나버렸다고 합니다. 그로 인해 오누키가 큰 상처를 받았고 사카모토의 어머니가 직접 찾아가 사과하며 아끼던 진주목걸이를 선물했을 정도로 자신이 개차반 같은 짓을 저질렀다고 사죄합니다.
'아타라시 샤츠'는 그 결별 이후 발표됐는데 사카모토는 이 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두 사람은 결별 후 30년이 지난 2010년 '노래하다'는 뜻의 '우타우(Utau)'라는 2장 짜리 공동앨범을 발표합니다. 그를 계기로 두 사람이 함께 공연할 때 오누키가 부르는 '아타라시 샤츠'의 피아노 반주를 사카모토가 하면서 남몰래 눈물을 흘리는 데 객석에서도 울음이 터져나왔다고 하네요. 당시까지도 철저히 비밀로 숨겨져 있었던 두 사람의 '몰래한 사랑'을 아는 누군가였을 것이라며....
新しいシャツに
袖をとおしながら
私を見つめてる
あなたの心が
今は とてもよくわかる
새 셔츠에
소매를 끼워넣으며
나를 바라보던
당신의 마음
지금은 정말 잘 알겠네요
さよならの時に
穏やかでいられる
そんな 私が嫌い
涙も 見せない
嘘吐きな 芝居をして
작별할 때
담담할 수 있는
그런 내가 싫어
눈물도 보이지 않고
거짓말 같은 연기를 하며
私の愛した
あなたのすべてが
崩れてしまうのが
恐いだけ
だから 何も言えない
내가 사랑했던
당신의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게
그저 두려울 뿐
그래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지
おたがいが とても
必要だった頃
苦しみも多くて
眠れぬ 夜には
山ほど 手紙を書いた
서로가 정말로
필요했던 시절
힘든 일 많았고
잠 못 이루는 밤에는
산더미처럼 편지를 썼었지
二人で築いた
愛のすべてが
崩れてしまうのが
恐いだけだから
だから 何も言えない
둘이서 쌓아 올린
사랑의 모든 게
무너져 버릴까 봐
그게 두려울 뿐
그래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지
https://www.youtube.com/watch?v=Z4gWpJ_4KXM&list=RDZ4gWpJ_4KXM&start_radi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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