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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퓌시스

2025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 이유

T세포의 염증반응을 활성화시키는 항원 제시 세포(파란색)의 활동을 억제하는 조절 T세포(빨간색)를 주사전자현미경으로 찍은 사진. ©NIH/Science Photo Library

 

 

면역체계가 자기 신체의 세포를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 연구에 돌파구를 마련한 3명의 과학자가 2025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가 됐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의대 노벨위원회가 6일 수상자로 발표한 일본의 사카구치 시몬 교수와 미국의 메리 E 브렁코 박사, 프레드 렘스델 박사다.

 

이들 3인은 신체가 자신의 조직을 공격하지 않도록 해주는 면역세포인 '조절 T세포(regulatory T cell)'를 발견하고 어떤 유전적 메커니즘이 그 발현을 억제해 자가면역질환을 유발하는지를 규명해낸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들의 발견은 현재 초기 임상 개발 단계에 있는 200여개의 자가면역질환 치료법 연구로 이어지고 있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일본 오사카대학의 사카구치 시몬 석좌교수였다.  사카구치 교수 연구진은 T세포 중에서 과잉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조절 T세포를 처음 발견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전체 백혈구의 10~30%를 차지하는 T세포는 주로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되거나 암에 걸린 세포를 공격하는 것으로만 알려져 있었다. 사카구치 교수 연구진은 전체 T세포의 1~2%를 차지하는 조절 T세포가 면역체계의 제동장치(브레이크)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조절 T세포를 결여한 생쥐들에게서 갑상선, 췌장 및 기타 장기의 자가면역 질환이 발병했다. 또 그들에게 조절 T세포를 함유한 용액을 투여하면 질병 진행이 중단됐다. 면역 체계에 자체적인 브레이크 장치가 내재되어 있을 것이라는 생명과학계의 가설이 처음으로 입증된 순간이었다. 

이 발견으로 조절 T세포를 분리하는 연구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다양한 면역 억제 특성을 지닌 여러 유형의 조절 T세포가 확인됐다. 조절 T세포는 10여 가지 이상의 분자적 기전을 통해 면역 반응을 억제한다는 것도 밝혀졌다.

 

이와 별도로 브렁코 박사와 램스델 박사는 자가면역질환을 유발하는 Foxp3이란 유전자를 발견했다. 현재 브렁코 박사는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소재 시스템생물학연구소의 분자생물학 연구원이고, 렘스델 박사는 현재  워싱턴주 베인브리지아일랜드 소재 소노마 바이오테라퓨틱스사의 과학 고문이다. 

 

2025년 노벨생리학을 수상자들. 왼쪽부터 프레드 램스델, 메리 브렁코, 시몬 사카구치 [노벨상위원회]

 

 

두 사람은 2001년 생쥐실험을 통해  Foxp3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치명적 자가면역질환을 유발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또한 이 유전자의 인간 대응 유전자 돌연변이가 희귀 유전성 자가면역 질환을 유발한다는 사실도 입증했다.

 

사카구치 교수 연구진은 이를 이어받아 2003년 Foxp3 유전자가 조절 T세포에서 특이적으로 발현되며 이들의 발달에 필수적임을 입증했다. 조절 T세포를 발현시키는 Foxp3 유전자에 이상이 생기면 자가면역질환이 발생한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노벨상위원인 카롤린스카의대 연구소의 마리 바렌-헤를레니우스 교수(류마티스 전문의)는 세 명의 수상자가 “면역 체계가 어떻게 조절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지식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그들의 발견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미생물과 싸우면서도 자가면역 질환을 피할 수 있도록 면역 체계를 통제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데 도움을 줬다는 설명이다.

 

실제 제1형 당뇨병, 루푸스, 류마티스 관절염 및 다발성 경화증 같은 자가면역질환 환자들의 혈액에는 조절 T세포가 너무 적거나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를 토대로 조절 T세포를 자극해 자가면역 질환을 억제하거나, 면역 체계가 이식 장기에 대한 거부반응을 약화시키는 다양한 치료제 개발이 진행 중이다.

 

일라이 릴리와 셀진(Celgene) 같은 제약사들은 조절 T세포를 모방하는 약물을 개발 중이다. 램스델이 몸담은 소노마 바이오테라퓨틱스는 류마티스 관절염과 피부 밑에 통증을 유발하는 만성 질환을 앓는 성인을 대상으로 자신의 조절 T 세포로 만든 두 가지 약물을 시험하는 두 가지 임상 시험을 시작했다. 이밖에 제1형 당뇨병, 자가면역 간염 및 수혈이나 골이이식 이후 면역거부 반응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식편대숙주질환 치료법 개발을 위한 다양한 임상시험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