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생각하는 기자는 '질문하는 인간'입니다. 어설픈 라틴어 실력으로 호모 퀘스티오(homo questio) 운운하고 다녔는데 호모 콰렌스(homo quaerens)라는 적확한 표현이 있었네요.
기자는 어떤 사태가 벌어졌을 때 육하 원칙에 입각해 그걸 독자에게 알려줄 의무를 지닙니다. 그래서 호모 콰렌스이고질문을 잘 하는 기자가 좋은 기자입니다. 글 잘쓰는 기자보다 질문을 잘 하는 기자가 훌륭하다는 소리.
질문을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귀 기울여 들을 줄 알아야 합니다. 취재원이 개떡 같이 말해도 찰떡 같이 알아야 들어야 합니다. 또 취재원이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것을 질문을 통해 끌어낼 줄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사태의 본질에서 다가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질문할 때는 선입견과 편견의 지배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뉴스에 익숙해진 기자들은 자신들이 취재원의 머리꼭대기에 앉았다고 생각해 속칭 '야마'의 노예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사의 방향성을 머리속에서 그리고 사태에 접근하는 것입니다. 경험이 풍부한 데스크들이 현장기자들에게 이런 식의 주문을 많이 하는데 경계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취재 결과 야마에 부합하는 기사라면 뉴스 가치가 없다"는 말을 하곤 합니다.
기자들이 자주 빠지는 함정은 또 있습니다. 어떤 사태에 대해 반드시 정답이 있다는 생각입니다. 우리 인생사가 그렇듯 어떤 사태의 원인에 대해서도 딱 떨어지는 정답따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정답에 가까이 근접하는 여러 답들이 있을 뿐입니다.
명작으로 꼽히는 문학작품들이 보여주는 경지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카뮈의 소설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가 아랍인을 총을 쏴죽인 이유에 대해 명확한 답이 있던가요? 영화 '라쇼몽'의 원작인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소설 '덤술 속에서'에서 숨진 사무라이가 어떻게 죽음을 맞았는지에 대해서도 정답 따위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질문을 통해 팩트를 건져올리고, 어렴풋이라도 진실을 재구성하려는 노력이 훌륭한 기사를 만듭니다. 마찬가지로 경합하는 여러 진실들의 한계와 문제점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답하면서 사태의 본질에 접근하려는 독자의 분투가 역사를 만듭니다. 기사를 읽는 독자 역시 호모 퀘스티오가 되어 그 기사의 가치를 감별해 낼 줄 알아야 비로소 역사적 사실이 완성된다는 뜻.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남아공 출신의 키보드 연주자 맨프레드 맨이 프론트맨을 맡은 영국 프로그레시브 록밴드 맨프레드 맨스 어스 밴드(Manfred Mann's Earth Band)이 1976년 발표한 'Questions'를 선곡해봅니다. 내 영혼의 열쇠를 열고 들어와 질문을 질문으로 답하며 나 홀로 깊은 사색에 빠지게 만드는 것. 그렇습니다. 질문은 정답을 찾기 위해 던져지는 것이 아닙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을 통해 진리라고 믿는 것에 조금씩 조금씩 다가서기 위해 존재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 질문들은 이 곡이 수록된 앨범 'The Roaring Silence'의 표지 그림처럼 귀 기울여 들을 때 비로소 생겨나게 됩니다.
In a dream it would seem
I went to those who close the open door
And turning the key, I sat and spoke to those inside of me
They answered my questions with questions
And pointed me into the night
Where the moon was a star-painted dancer
And the world was just a spectrum of light
They reached to my center of reason
And pulled on the touchstone that's there
The shock of that light had me reeling
And I fell into the depths of despair
Turning the key,
I sat and spoke to those inside of me
They answered my questions with questions
And set me to stand on the brink
Where the sun and the moon were as brothers And all that was left was to think
They answered my questions with questions
And pointed me into the night
The power that bore me had left me alone
To figure out which way was right
https://youtu.be/u7ktfHM7rFo?si=zcqhEzx2QioIGyIF
-2025년 8월 7일(무덥지만 대기 중에 서늘함이 살짝씩 느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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