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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안부곡

'우리들의 발라드' 나만의 원픽 가수

[sbs]

 

 

X세대는 단군이래 가장 축복받은 세대죠. 윗세대들이 일군 경제적 풍요를 누리면서 그때문에 가능했던 다양한 문화적 세례를 담뿍 받은 세대니까요. 시대를 잘 만난 덕에 역사상 가장 많은 인구가 태어났고, 그를 등에 업고 수많은 문화혁신을 가져온 동시에 그 세대를 대표하는 대중문화인들이 일종의 '문화 권력'이 됐습니다.

 

그게 자신들이 잘나 그런 줄 안다고 아랫세대들의 비아냥거리가 된 것도 잘 압니다. 젊은 시절 되바라짐의 대명사 같던 X세대가 지금은 강력한 기득권세력이 된 것도 사실이구요. 그럼에도 X세대가 한국 대중문화를 업그레이드시킨 주역이란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X세대의 문화적 성취 중 하나가 한국 가요계에 가득하던 뽕끼를 씻어내고 발라드로 일신했다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다시 불기 시작한 트로트 열풍을 '테르미도르의 반동'으로 여기는 일인으로서 sbs의 새로운 오디션 프로그램 '우리들의 발라드'가 너무 반가웠습니다.  10, 20세대 발라드 가수지망생들에 초점을 맞췄더군요. 9명의 심사위원 포함 150명의 판정단이 똑같이 1인 1표로 투표해 100명 이상의 지지를 받는 경우만 다음 라운드 진출시켜주는 몹시도 민주적 시스템을 채택했더군요.

 

흥미로운 점은 남녀와 연령을 아우른다면서 심사위원의 연령을 20대~50대로 한정한 것. 왜일까요? 발라드의 대중화가 50대인 X세대부터 시작됐기 때문 아닐까요?

 

1,2회를 몰아 봤는데 아직도 출연진 전모가 다 공개되지 않더군요. 그중에서 제 원픽은 엄마가 카자흐스탄 출신이라는 이지훈. 이국적 외모에도 서정적 한국 발라드를 좋아하는 반전 캐릭터의 소유자. 김광석을 좋아한다며 실제론 짙은의 노래를 골라온 선곡 능력도 일품. 특히 짙은의 '해바라기' 첫 대목에 요즘 젊은이들은 잘 쓰지 않은 '섧은 어둠'의 의미까지 알고 있다는 점에 감탄. 거기에 매력적인 음색과 아직은 살짝 감춰졌지만 폭발적 성량까지 갖췄다는 것을 미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초반이라 감동적 사연이나 독특한 개성, 놀라운 가창력으로 심사위원들 마음을 뒤흔드는 발라더들이 많더군요. 저도 제주소녀 이예지가 학창시절 택배 배달하던 아버지의 트럭을 타고 등교할 떄 늘 들었다는 임재범의 '너를 위하여'에 심사위원 중 한 명인 차태현처럼 눈물 흘린 것도 사실. 하지만 발라더로서의 잠재력만 놓고 보면 고등학생인 이지훈과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를 자기만의 색깔로 부른 여대생 김민아, 김지윤의 'going home'을 부른 여고생 강지연이 최종 우승후보권에 들지 않을까라고 감히 예측해봅니다. 뭐, 틀린들 또 어떻습니까? 여러분의 원픽은 누굴지도 궁금하네요. 발라드 포에버!

 

 

어느새 하늘은 섧은 어둠으로 빛나고

뛰어 놀던 어린 친구들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가

 

공원엔 바람이 갈대숲을 산책하는데

어디로 난 고갤 숙여야

몸을 피할 수 있는 걸까

 

알아

너의 정원엔 그 어떤 꽃들도

자랄 수 없다는 것도

이젠 품어보지 못한 마음

그늘에 두고 떠나는 걸

 

하늘은 하늘로 그냥 머무르겠죠

구름은 어디로든 흘러가겠죠

난 어딜 봐야 하는지 아직 알지 못하는

해지는 해바라기

 

하루에 몇 번을 너를 위해서 날 바꿔도

한 순간도 머무르지는 못해

이 평안함이라는 건

 

알아

너의 책장엔 그 어떤 글귀도

남아있지 않다는 걸

이젠 물어보지 못한 마음

구석에 두고 떠나는 걸

 

하늘은 하늘로 그냥 머무르겠죠

구름은 어디로든 흘러가겠죠

난 어딜 봐야 하는지 아직 알지 못하는

해지는 해바라기

 

https://www.youtube.com/watch?v=YJHnKMqc2Ww&list=RDYJHnKMqc2Ww&start_radio=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