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가 세포핵 침투해 면역반응 억제 시도하면 DNA 증폭시켜 맞대응

세포핵에 위치한 염색체 특정 부위가 면역 반응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새로 밝혀졌다. 6월 2일(현지시간) 《셀》에 발표된 독일과 프랑스 연구진의 논문에 담긴 내용이다.
염색체의 잘록한 중앙 부위를 동원체(centromere)라고 한다. 동원체는 세포 분열 시 방추사(미세소관)가 달라붙어 염색체를 두 개의 염색분체(딸 염색체)로 정확히 나눠지게 하는 기준점이자 중심체 역할을 한다. 하지만 동원체에는 반복되는 DNA 염기서열만 많고 발현되는 유전자도 거의 없다. 이 때문에 동원체는 세포 분열에만 주로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하노버의대와 프랑스 퀴리연구소의 연구진은 이 동원체가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투했을 때 면역 반응을 촉발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동원체가 단순한 염색체 분리 구조물이 아니라 핵 속에서 바이러스 침입을 감지하는 ‘면역 감지 센서’ 역할도 수행한다는 것
하노버의대 바이러스학연구소의 라스 돌켄 소장이 이끄는 연구진은 헤르페스1형 바이러스인 구순 단순포진바이러스(HSV-1)의 돌연변이를 연구하다가 이를 발견했다.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세포 핵까지 침투할 수 있는 DNA바이러스다. 세포를 감염시켜 기능을 탈취하고 강력한 면역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
포유류 세포가 세포질로 침투한 외부 DNA를 감지하면 '고리형 구이노신일인산염-아데노신일인산염 합성효소(cGAS)'가 활성화된다. 그러면 cGAS는 독립적으로 DNA와 결합해 구아노신일인산염(cGAMP)이라는 핵산을 생성한다. 이는 인터페론유전자 자극 수용체(STING) 단백질과 결합해 1형 인터페론을 유도하는 면역 반응을 일으킨다.
이러한 선천적 면역경로를 ‘cGAS-cGAMP-STING 경로(약칭 cGAS 경로)’라고 한다. 2008년 발견된 cGAS 경로는 세포질에만 있는 줄 알았으나 세포핵에 더 많다는 것이 최근 밝혀졌다.
연구진은 세포핵에 침투한 HSV-1의 특정 단백질(ICP0)이 이런 면역반응 유발을 억제하기 위해 동원체의 단백질을 분해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동원체의 구조가 무너지면, 동원체 DNA가 비정상적으로 증폭되면서 핵 안에 퍼지게 되고, cGAS가 이를 외부 침입체로 인식해 cGAMP를 생성함으로써 결국 인터페론의 활성화를 통해 항바이러스 반응을 유발한다는 것.
이때 DNA 증폭은 '손상 우회 DNA 합성(TLS)'이란 또 다른 경로를 통해 이뤄진다. TLS는 DNA 손상이 발생했을 때 일반적인 DNA 복제 효소가 멈추는 걸 막기 위해 특수한 DNA 중합효소가 손상된 DNA를 억지로 복제하게 하는 일종의 응급 복구 메커니즘이다. 다시 말해 동원체 구조가 무너지면 DNA 손상이 발생된 것으로 간주해 TLS를 통한 DNA 복제가 증폭된다.
HSV-1는 이런 면역반응을 억제하기 위해 TLS 억제인자인 탈유비퀴틴화 효소(UL36USP)를 분비한다는 것도 새로 밝혀졌다. UL36USP가 TLS를 억제해 동원체 DNA의 증폭을 차단함으로써 cGAS 경로의 활성화를 막는다는 것.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바이러스가 세포핵에 침투했을 때 동원체가 어떻게 면역반응을 유도하는지 그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바이러스 단백질이 동원체 구조를 교란하게 되면 동원체의 DNA 증폭이 유도돼 cGAS가 활성화됨으로써 면역반응이 발생한다는 것. 돌켄 소장은 “동원체의 면역 반응의 근본적인 메커니즘을 식별하고 해독하게 되면 바이러스나 암에 대한 새로운 면역 요법의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cell.com/cell/abstract/S0092-8674(25)00556-2?_returnURL=https%3A%2F%2Flinkinghub.elsevier.com%2Fretrieve%2Fpii%2FS0092867425005562%3Fshowall%3Dtrue)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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