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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퓌시스

노화의 비밀에도 에너지보존법칙이 작동?

“에너지 소모 많은 노화 세포가 늘어나면 뇌가 다른 생물학적 자원 제거”

 

에너지소비가 많은 좀비처럼 노화세포 역시 에너지소비가 많다. 영화 '부산행'의 좀비들. ⓒ레드피터

 

 

 

에너지보존의 법칙의 작동으로 노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새로운 가설이 힘을 얻고 있다고 과학전문매체 《네이처》가 최근 보도했다. 에너지 소모가 많은 노화 세포가 늘어나게 되면 뇌가 그 애너지 충당을 위해 다른 생물학적 자원을 제거하게 돼 노화가 촉진된다는 가설이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신진대사가 느려지고, 근육량이 감소하며, 칼로리 소모량이 줄어든다. 바면 노화세포는 정반대로 젊은 세포 때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이처럼 노화세포가 분열과 성장을 멈춘 채 계속 대사활동만 한다고 ‘좀비 세포’라고도 불린다.

 

과거에는 노화세포가 복제활동을 열심히 하는 젊은 세포보다 에너지를 덜 사용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2022년 미국 컬럼비아대학의 마틴 피카르 교수(정신생물학)의 대학원생이었던 가브리엘 스텀이 접시에서 배양한 인간 피부세포의 수명을 면밀히 관찰한 결과. 분열을 멈춘 노화 세포의 신진대사 속도가 젊은 세포의 약 2배에 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해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발표된 이 연구결과는 피카르 교수 연구진에게는 오히려 역설적 내용이 아니었다. 노화 세포는 DNA의 변화와 같은 에너지 비용이 많이 드는 형태의 손상을 축적하고 염증 유발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노화된 유기체의 상대적으로 낮은 에너지 소비와 어떻게 부합하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연구진은 이러한 역설적 상황이 노화로 인한 많은 부정적인 영향의 중요한 동인일 수 있으며 뇌가 중재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추측했다. 일부 세포가 노화하면서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함에 따라 뇌는 다른 생물학적 자원을 제거하는 반응을 일으켜 머리카락이 희어지거나 근육량 감소, 심장 박동수 감소, 갑상선호르몬 감소와 같은 노화 징후를 초래하게 된다는 가설이다.

 

‘뇌-신체 에너지 보존 모델’이라는 이 가설의 많은 부분은 아직 검증된 것이 아니다. 과학자들은 노화, 염증, 염색체 끝에 위치하면서 염색체를 보호하는 반복적인 DNA로 구성된 텔로미어의 단축과 같은 노화 과련 과정에 뇌가 어떻게 개입하는지를 알아내 가고 있다.

 

심리적 스트레스와 노화

 

염색체 극단에 위치한 텔로미어는 심리적 스트레스에 노출될 때 점점 짧아진다. ⓒ Axel Kock

 

 

일부 과학자들은 심리적 스트레스가 어떻게 분자 수준에서 노화를 가속화하는지를 밝혀내기 시작했다. 노화에서 뇌의 역할을 보여주는 초기 증거 중 일부는 심리적 스트레스가 개별 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밝혀낸 연구에서 나왔다.

 

2000년대 초 당시 캘리포니아대학 샌프란시스코캠퍼스(UCSF)의 박사후 연구원이었던 엘리사 에펠 현 UCSF 건강심리학 교수는 만성 스트레스가 세포 신호를 남길 수 있는지 조사하기 위해 텔로미어의 길이를 조사했다. 텔로미어는 유기체의 수명에 따라 점진적으로 짧아지며 세포 노화와 관련이 있다.

 

에펠 교수 연구진은 58명의 건강한 여성 그룹을 모집했다. 그 중 19명은 건강한 자녀, 39명은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자녀를 둔 여성이었다. 연구진은 만성질환 자녀를 둔 여성이 이 건강한 자녀를 둔 여성들에 비해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다고 추론했다.

 

연구진은 만성질환을 앓는 자녀를 둔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텔로미어가 짧고, 텔로미어 길이가 간병인으로 보낸 연수와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만성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노화에 중요한 분자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의 노아 신더-맥클러 교수(생물학)는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후 어린 시절의 부정적인 경험이나 업무 관련 피로와 같은 다른 스트레스 요인에 노출된 사람들도 텔로미어가 짧아진다는 증거를 발견했다. 텔로미어 길이와 관련해 일부 결과는 엇갈리지만, 과학자들은 스트레스를 노화의 다른 분자 지표와 연관시키는 증거도 축적해왔다.

 

예를 들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 채플힐캠퍼스의 앤서니 자나스 교수(정신의학 및 유전학) 연구진은 대규모 집단 연구를 통해 일생 동안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가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되는 DNA 메틸화와 같은 후성 유전체의 노화 촉진 징후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러한 변화는 코르티솔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에 의해 매개될 수 있다. 연구진은 여성의 경우 코르티솔 수치가 높을수록 DNA 메틸화 수준이 낮아지고, 염증 관련 신호 분자인 종양 괴사 인자(TNF)를 코딩하는 유전자 발현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른 과학자들은 이러한 과정을 동물 대상으로 진행했다. 미국 미네소타대학의 알레산드로 바르톨로무치 교수(생물학)가 이끄는 연구진은 설치류가 우두머리 동물의 공격적인 행동에 노출되는 등 만성적인 사회적 스트레스를 받으면 심장 건강이 손상되고 수명이 단축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한 이러한 유형의 역경에 노출되면 노화와 관련된 신호가 축적되는 등 노화 관련 분자 변화가 증가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예를 들어, 수컷 생쥐를 대상으로 한 2024년 연구에서 연구진은 생애 초기에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의 사회적 스트레스가 뇌, 지방조직 및 면역 세포에서 세포 노화의 핵심 생체지표인 p16(사이클린 의존성 인산화효소·CDK 억제제의 일종)의 수치를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러한 변화는 사회적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으로만 발생했다. 한 달 동안 매일 3시간씩 작은 튜브에 가두는 등 신체적 구속의 형태로 스트레스에 노출된 생쥐는 p16이 축적되지 않았다.

 

신더-맥클러 교수 연구진은 붉은털원숭이(히말라야원숭이)를 대상으로 비슷한 연구를 수행해왔다. 붉은털원숭이는 집단 내에서 서열을 형성하는 경향이 있어 새로 무리에 들어온 원숭이는 낮은 서열에 위치하게 된다. 연구진은 원숭이를 순차적으로 무리에 투입해 사회적 지위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그 결과, 사회적 스트레스가 다양한 방식으로 면역 체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사회적 지위가 낮은 원숭이의 면역 세포에서는 염증 관련 유전자의 발현이 증가했다. 이러한 효과는 사회적 서열이 높아지면 변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역적이었다. 또 사회적 서열이 재정렬되면 면역 세포의 유전자 발현 패턴도 서열에 맞게 변경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에펠 교수는 “이제 우리는 만성 스트레스가 세포 수준에서 노화의 모든 특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는 국제적이고 집단적인 노력을 통해 잘 정립된 일련의 연구 결과를 얻었다”고 결론지었다.

 

노화의 총지휘자 뇌에게 관련 신호를 보내는 GDF15

 

심리적 스트레스가 발생할 때 혈액과 타액에서 분비가 증가해 관련 신호를 뇌에 전달하는 수용체성장분화인자15(GDF15)의 단백질 구성도. ⓒ위키피디아

 

이러한 연구 결과는 심리적, 육체적 스트레스에 대한 신체의 반응을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진 뇌와 명확한 연관성을 시사한다. 피카르 교수 연구진은 뇌-신체 에너지 보존 모델이 스트레스의 영향이 뇌에서 신체로 어떻게 전달될 수 있는지에 대한 사고의 틀을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연구진은 노화에 따라 발생하는 교환에서 중요할 수 있는 성장분화인자15(GDF15)라는 단백질에 주목하고 있다.

 

GDF15는 인간 노화의 핵심 역할을 하는 사이토카인(세포신호 전달 물질)으로 추정된다. 세포 노화와 세포의 에너지원인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장애를 포함한 노화 관련 과정뿐 아니라 알츠하이머병 같은 노화 관련 질병과도 연관돼 있다. 또한 다양한 만성 신체적, 정신적 질병에서도 증가하기에 임신, 암 및 기타 질환과 관련된 메스꺼움 및 식욕 상실과 관련이 있다. GDF15는 많은 기관에서 분비되지만 수용체는 뇌에서만 발견된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일부 과학자들은 GDF15가 세포 스트레스에 대한 뇌 신호를 보내는 역할을 담당한다고 보고 있다.

 

올해 4월 《bioRxiv》에 발표된 논문에서 피카르 교수 연구진은 인간의 경우 심리적 스트레스에 반응해 혈액과 타액의 GDF15 수치가 증가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이는 뇌-신체 에너지 보존 모델이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심리적 스트레스가 노화를 촉진하는 경로 중 적어도 하나를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피카르 교수는 이 또한 에너지 소모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바르톨로무치 교수는 뇌-신체 에너지 보존 모델이 여러 가지 이유로 매력적이라며 그 중 하나는 노화와 관련된 여러 현상을 한 지붕 아래에서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그는 단일 분자가 노화처럼 복잡한 과정의 유일한 동인이 될 가능성은 낮지만, GDF15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가장 흥미로운 분자 중 하나”라며 “이 모든 것이 특정 노화 과정의 맥락에서 어떻게 전개될 수 있는지는 아직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화 연구자들은 사람들이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약물 및 행동 요법을 열심히 찾고 있다. 예를 들어, 에펠 교수 연구진은 운동과 같은 중재가 노화에 미치는 스트레스의 영향을 어떻게 완화할 수 있는지 조사해 왔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신체 활동이 만성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의 텔로미어를 연장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연구는 현재 진행 중인 노화 방지 약물의 임상 시험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많은 연구자들은 이러한 치료법을 사람들에게 테스트할 때 스트레스를 변수로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현재로서는 답변해야 할 질문이 많이 남아 있다. 스트레스 요인의 유형과 시기가 노화의 궤적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다양한 연령 관련 생물학적 변화가 언제 어떻게 겹치는지를 알아내는 것도 그중 하나가 될 것이다. 에펠 교수는 “우리는 후성유전자학적 시계나 텔로미어 같은 노화 측정의 간단한 답을 원하지만 생물학은 그렇게 간단한 답을 주지 않는다”고 성급한 단순화를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