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군 폭격으로 숨진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직책을 그의 둘째 아들인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물려받았습니다. 모즈타바는 아버지처럼 이슬람 율법학자죠.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깁니다. 이란은 신정체제로 불릴만큼 율법학자들의 입김이 강한 나라. 그럼 율법학자로서 모즈타바의 위상은 어느 정도일까요?
다른 종교와 달리 이슬람은 성직자 제도가 없습니다. 신(알라)과 평신도 사이를 매개하는 존재를 부정하기 때문. 그래서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에서 예배를 집도하는 '이맘' 역할을 평신도 중에서 존경받는 이들이 번갈아 맡거나 이슬람신학에 정통한 율법학자를 뜻하는 울라마(이란에선 물라) 중 한 명이 맡습니다.
그러나 무슬림의 75%를 차지하는 수니파와 24%가량 되는 시아파(나머지 1% 미만은 신비주의로 분류되는 수피파)에서 이들 율법학자의 위상이 다릅니다. 수니파에선 평신도 중에 학식을 갖춘 사람이라는 점에서 개신교의 목사랑 비슷합니다. 반면 시아파에선 엄격한 위계질서로 세분화된다는 점에서 가톨릭의 신부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서구언론이나 한국에선 이를 성직자로 번역하는 경우가 많은데 성직자를 인정하지 않는 이슬람의 전통을 존중하려면 율법학자로 번역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란에서 이들 율법학자를 칭하는 일반명사가 물라입니다. 물라는 4계급으로 나뉩니다. 신학생을 뜻하는 탈라베, 모스크에서 예배를 집전할 수 있는 중급 율법학자인 호자톨레슬람(아랍어로는 호자트 알 이슬람), 상급인 '아야톨라', 최상급으로 '대(大) 아야톨리'로 번역되는 '아야톨라 우즈마'입니다.
이들 4계급은 독자적 율법해석 권한을 뜻하는 이즈티하드의 유무로 다시 둘로 나눌 수 있습니다 . 이즈티하드는 샤리아(이슬람법)에 규정되지 않은 새로운 상황을 해석하고 지침을 내리는 독자적 권한을 뜻합니다. 그 이즈티하드의 유무로 아야톨라냐 아니냐로 나눌 수 있습니다.

샤리아는 알라의 말씀을 기록한 제1성전 ‘꾸란’과 예언자 무함마드의 언행록으로 제2성전으로 불리는 ‘하디스’ 그리고 그 둘에 근거한 전통적 법해석을 뜻합니다. 수니파에선 샤리아만을 인정하기에 독창적 해석인 이즈티하드를 배격합니다. 반면 시아파에선 가시적이고 표층적인 샤리아뿐 아니라 심층적이고 근원적인 비의(秘意)인 하키카를 중시하기에 이즈티하드를 인정합니다.
시아파에서 그 이즈티하드를 내릴 수 있는 최고 경지의 율법학자를 '무즈타히드'라고 부릅니다. 무즈타히드에 해당하는 율법학자가 아야톨라와 아야톨라 우즈마입니다. '신의 징표'라는 뜻의 아야톨라는 추종자를 거느리고 독자적 세력을 확대해갈 수 있으며 시아파 신도라면 누구가 자신이 추종하는 아야톨라가 있어야합니다. 흔히 말하는 멘토에 해당하는 존재입니다.
이 아야톨라 중에서 학식과 인품이 절륜한 경지에 이르렀다고 인정된 사람을 '마르자 타클리드'라고 부릅니다. '모방의 원천'이란 뜻의 마르자 타클리드의 다른 명칭이 바로 '아야톨라 우즈마'입니다. 현재 생존 아야톨라 우즈마는 20명 안팎에 불과합니다.
1979년 이란혁명이 일어났을 당시 그 지도자였던 호메이니는 이미 아야톨라 우즈마의 지위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 정도로 종교적 위상이 높았기에 호메이니는 죽고 난 뒤 '대문자 이맘(Imam)'으로 불리게 됩니다. 대문자 이맘은 시아파에서 예언자 무함마드의 정통 후계자로 인정하는 알리와 그의 직계혈통 11명에게만 부여한 칭호라는 점에서 최고의 존칭에 해당합니다.
반면 호메이니가 죽고 최고지도자 자리를 이어받은 알리 하메네이는 당시 중급 율법학자인 호자톨레슬람에 불과했습니다. 최고 지도자가 되면서 일종의 명예직으로 아야톨라의 지위가 주어주긴 했지만 율법학자들 사이에선 큰 권위를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대다수 이란 국민들은 지금도 호메이니는 존경하는 반면 하메네이에게 승복하지 못한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그럼 알리 하메네이의 아들인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어떨까요? 아버지와 사정이 다르지 않습니다. 최고지도자로 뽑히기 전까지는 이즈티하드를 내릴 수 없는 호자톨레슬람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다 최고지도자로 선출됨에 따라 아야톨라라는 호칭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정교일치 국가인 이란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는 88명의 율법학자로 구성된 '마즐레스-에 호브레간-에 라흐바리(전문가 위원회)'. 모즈타바는 심지어 그 위원회의 위원에도 끼지 못하던 율법학자였습니다. 아버지를 잘 만난 것 외엔 내세울 게 없는 모즈티바를 과연 이란 국민이 얼마나 믿고 따를지는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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