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 30일 개각과 그를 둘러싼 논쟁을 보면서 우민은 이재명 정부를 추동하는 무의식적 욕동을 발견했다. 윤석열 정부의 욕동이 '마누라 지키기'라면 이재명 정부의 욕동은 '이재명 사법 리스크 지우기' 아닐까?
욕동(drive)은 욕망(desire)과 본능/충동 사이에 위치한다. 욕망이 결핍을 채우려는 심리적 경향성이라면 욕동은 신체적 긴장상태를 풀고자 무언가를 반복하게 만드는 무의식적 회로로 표현된다. 욕망은 그 대상을 획득하면 일시적으로 해소된다. 그리고는 대상을 바꿔 다시 작동한다. 반면 욕동은 대상 주변을 되풀이 해 맴도는 주기적 회로운동을 통해 완화될 뿐 해소되진 않는다.
이재명 사법 리스크 지우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설사 검찰을 압박해 공소 취소를 끌어내고, 사법부를 압박해 판결을 유보하거나 파기한다 해도 차기 정권에서 새로운 증거와 증인이 나오나거나 특별법이 제정된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윤석열 정부 아래서 사법처벌을 모면하던 김건희 의혹들이 정권 몰락 후 어떤 꼴이 났는지 상기해보라. 게다가 그런 걸 시도하는 것 자체가 민심 이반을 불러온다는 점에서 정권 유지와 재창출에 해만 될 뿐이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그 주변을 맴돌기에 욕동인 것이다.
개각 발표 전 이재명 정부가 삼각파도의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는 게 우민의 판단이었다. 불요불급한 부동산 문제에 대한 집착,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로 인한 후폭풍, 국방개혁을 짊어진 국방장관의 자질 논란. 셋 다 안정적 국정 운영 및 민생 안정과 동떨어진 것들이다. 그저 더불어민주당 핵심지지층 결집을 위한 '슬로건 정치'의 핵을 이루는 화두일 뿐. 집권 초기 중도 실용주의를 표방하던 이재명 정부가 지지율이 상승하자 '순풍에 돛단다'는 심정으로 꺼내들었다가 민심의 역풍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이재명 정부에겐 '계륵'과 같다고 생각했다.
셋 중에서 개각을 통해 가장 쉽게 돌파할 수 있는 문제가 '최장기 방위병 복무 이력'을 자랑하는 국방장관의 교체였다. 헌데 개각 대상자 명단에 정작 해당 장관의 이름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가 교체 1순위라고 지적하는 글을 써서 올렸다(https://pengsoa.tistory.com/363).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실제 개각에서 장관의 교체가 이뤄졌다. 그러핟면 이를 놓고 이재명 정부가 민심의 풍향을 읽고 초기의 중도 실용주의로 다시 돌아선 것으로 봐야할까?
하지만 '부동산과의 전쟁'과 검찰 개혁을 넘어 사법부 전체와 전쟁이라는 슬로건 정치는 여전하지 남아있지 않은가. 특히 개각 며칠 전 대통령이 직접 나서 "부동산 투기는 반드시 타파하겠다"고 선전포고성 발언까지 내놓지 않았던가. 하지만 그래놓고선 경제라인을 전면 교체했다. 그로도 부족하다 판단했는지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까지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말과 행동의 불일치가 발생한 것. 그걸 지켜보면서 '부동산 때리기'도 지지층 결집을 위한 제스춰 정책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러자 이재명 정부의 진짜 욕동이 뭔지가 비로소 보였다. 마지막 하나 남은 검찰개혁의 완수 내지 사법부와의 전쟁? 아니다. 그 역시 진짜 욕동을 감추거나 미화하기 위한 위장용 미끼에 불과하다. 법무부장관에 김승원 의원을 앉히려고 하는 것에 그 욕동의 실체가 숨어 있다.
법조인 출신의 김승원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 공소취소를 위해 총대를 맨 행동대장 격 인물이다. 올초 출범한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의 공동대표 2명 중 1명이다. 또 민주당이 발의한 '조작기소 특검법'의 주요 발의자다. “정치검찰이 조작 기소한 이 대통령 사건은 지금 당장 공소 취소해야 한다”를 입에 달고 다녔다.
이 대통령의 오랜 동지였던 정성호 법무장관의 대타로 그런 인사를 기용한 의미가 뭘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실상 대통령의 지지를 업고 민주당 당대표에 취임한 김민석 전 총리의 일성이 이재명 사법 리스크 지우기의 최대 걸림돌 중 하나인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압박이었다. 이게 모두 우연일까? 대통령 임기가 끝나기 전에 자신의 사법리스트를 털어버리겠다는 욕동이 현 정부의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방증 아닐까?
이번 개각의 또다른 특징은 조국혁신당과 기본소득당 소속 의원들의 전면 발탁이다. 이를 여야를 넘어선 통합적 리더십의 발휘로 봐야 할까? 그보다는 자신의 사법리스크 제거에 어깃장을 놓을 수도 있는 우군세력에 대한 사전포섭의 일환 아닐까? 특히 좌충우돌 똘기 가득한 기본소당의 용혜인 의원을 하필이면 논란 많은 성평등가족부 장관에 기용한 것은 김승원 기용에 대한 비판여론을 분산시키기 위한 일종의 '플레어(flare, 열추적 미사일을 따돌리기 위해 방출하는 유도체)' 아닐까?
이재명 정부는 지금이라도 각성해야 한다 윤석열 정권이 붕괴한 이유가 '마누라 지키기'라는 정치적 욕동을 억누르지 못한 것임을. 따라서 '이재명 사법 리스크 지우기'라는 정치적 욕동을 억누르지 못하면 결국 같은 운명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그런 점에서 청문회 과정에서 김승원 카드가 살아남는다면 그건 정권의 승리를 담보하는 트로피가 아니라 정권의 몰락을 가져올 '트로이의 목마'가 될 거라는 불길한 예언을 남기지 않을 수가 없다.
-2026년 9월 2일(비오고 흐리다 점차 갬)
#우민은 '어리석은 백성(愚民)'이자 '근심하는 백성(憂民)'인 동시에 '또 하나의 백성(又民)'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제 자신에게 붙인 별호입니다. 우민일기는 전지적 작가 시점에 가까운 '맨스플레인'에서 벗어나보자는 생각에 제 자신을 3인칭으로 객관화하려는 글쓰기 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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